5대 은행 가계대출, 한 달 새 3.8조 ‘쑥’
한도 줄고 금리 올라도 막차·빚투 여전
풍선효과 심화…공급 죄는 정책 ‘한계’
강도 높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조가 계속되고 있지만, 가계대출 증가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뉴시스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로 은행권 대출 문턱이 모두 높아졌지만, 가계 빚 증가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집값 불안에 막차 수요가 몰리는 데다 증시 조정으로 저가 매수를 노린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까지 가세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3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78조7869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3조8261억원 증가했다.
증가세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견인했다. 해당 기간 주담대는 615조1456억원에서 617조4287억원으로 2조2831억원 늘었다.
지난해 8월(3조7012억원)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 불안이 계속되는데 은행권에서 주담대를 보수적으로 취급하면서 ‘하루라도 빨리, 일단 받고 보자’는 움직임이 두드러진 탓이다.
증시 변동성에 따른 신용대출도 늘었다. 두 달 새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30회 이상 발동하는 등 증시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8~29일에는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했고, 코스피는 장중 5200선까지 밀려나기도 했다.
증시 급등락에 따라 저가 매수세도 가세한 모양새다.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110조484억원으로 6월 말 대비 1조3780억원 불었다. 3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이중 마이너스통장(마통) 잔액은 44조4669억원으로 2022년 8월(44조7699억원) 이후 약 4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5대 은행 마통 소진율은 46.1%로 집계됐다. 이는 은행이 설정한 최대 한도 가운데 고객이 실제 대출을 받아 사용한 금액의 비율을 의미한다.
현재 은행권에선 가계대출 연간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국적으로 주담대 한도를 대폭 축소하고, 비대면 대출 취급도 제한하기로 했다.
금리를 상향 조정하면서 5대 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 상단은 이제 8%를 목전에 두고 있다.
정책성 대출을 제외한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금융당국에 제출한 연간 목표치를 이미 1조원 이상 넘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5대 은행 중 총량 목표에 여유가 남은 곳은 2곳 정도이며, 남은 한도는 약 39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대출 수요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급을 인위적으로 축소하다 보니 곳곳에서 부작용도 감지된다. 대출 절벽과 풍선효과도 심화하고 있다.
대출 한도가 줄고 금리가 오르자, 차주들의 이자 상환 부담은 극에 달했다.
2분기 말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평균 0.33%로 2016년 이후 약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은행권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하면서 저축은행, 카드사 등 더 높은 금리를 감수하고서라도 상대적으로 대출이 수월한 2금융권으로의 움직임도 활발해지는 추세다.
금융권 안팎으론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만 설정한 채 리스크 관리를 은행 자율에 맡기면서 시장 혼란을 부추겼단 지적이 나온다.
같은 조건이더라도 언제, 어느 은행을 찾느냐에 따라 대출 한도나 금리 여부 등이 달라지면서 차주들이 자금 계획을 세우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상반기 은행권에서 대출 한도를 대부분 소진한 만큼 하반기에는 총량을 맞추기 위해 대출을 더 보수적으로 취급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주택 매수세나 증시 투자 자금 수요가 이어지다 보니 총량 규제만으로 가계대출 증가세를 꺾긴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당분간 더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은행권 건전성에 부담을 주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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