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통망 MLCC 가격 30% 인상…10여개 고객사와 장기계약
AI 가속기·서버 CPU용 FC-BGA 신규 양산 및 생산능력 확대
2분기 영업익 107% 증가…무라타 전망 상향에 주가도 강세
MLCCⓒ삼성전기
인공지능(AI) 서버용 부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삼성전기가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와 반도체 패키지 기판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MLCC는 일부 유통 제품 가격을 올리고 글로벌 고객사와 장기공급계약을 확대했으며, AI 가속기와 서버 중앙처리장치(CPU)용 FC-BGA는 신규 양산과 생산설비 증설을 추진한다.
AI용 고사양 제품에 생산능력이 집중되면서 범용 MLCC의 공급 여력도 줄고 있다. 스마트폰 부품 비중이 높았던 삼성전기의 사업 무게중심도 AI 데이터센터와 전장용 고부가 부품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중국 선전법인의 현지 유통망을 통해 판매하는 MLCC 전 품목 가격을 지난 1일 출하분부터 30% 올렸다. 삼성전기는 판매 파트너사에 구조적인 수요 증가와 공급망 부담을 가격 조정 배경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MLCC 업계에서는 앞서 일본 타이요유덴이 가격 인상에 나섰다. 타이요유덴은 지난 4월 중국 유통망에서 소비자용과 일부 전장용 제품 가격을 6~13% 올린 데 이어 5월 일부 MLCC와 인덕터 등의 가격도 조정했다. 최근에는 원자재와 부자재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오는 9월 출하분의 추가 인상을 고객사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 인상 배경에는 AI 서버용 고용량 MLCC 수요 증가가 자리 잡고 있다.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한 순간 방출해 반도체와 전원회로의 전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수동부품이다. AI 가속기의 연산 성능과 소비전력이 높아질수록 전력 공급을 안정화하기 위해 더 많은 고용량·고신뢰성 MLCC가 필요하다.
AI용 고사양 제품 생산이 늘면서 스마트폰과 PC, 가전 등에 사용되는 범용 MLCC의 공급 여력도 줄어드는 추세다. 제조사들이 한정된 생산능력을 부가가치가 높은 AI 서버와 전장용 제품에 우선 배정하면서 고사양 제품에서 시작된 공급 부담이 범용 시장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객사들의 물량 선점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달 열린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와 주요 반도체 업체 등 10여개 고객사와 MLCC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추가 계약을 요청한 고객사와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AI 서버용 최선단 MLCC는 높은 용량과 내열·내압 성능, 신뢰성이 요구돼 공급 가능한 업체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수급이 빠듯해지면서 글로벌 고객사들이 필요한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다년 계약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는 3분기에도 AI 인프라 투자와 자율주행 고도화에 따라 MLCC 수요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AI 서버용 초고용량·고온·고전압 제품 공급을 늘리고, 수급 상황을 면밀히 살피며 전략적인 가격 대응을 이어갈 방침이다.
반도체 패키지 기판 사업에서도 AI용 제품 비중을 확대한다. 삼성전기는 글로벌 빅테크에 AI 가속기와 서버 CPU용 FC-BGA를 공급하고 있으며, 2분기에는 신규 고객사를 대상으로 AI 데이터센터 네트워크용 제품 공급을 본격화했다. 3분기에는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의 신규 AI 가속기와 서버 CPU용 FC-BGA 양산을 확대한다. AI 데이터센터용 고부가 기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외 생산능력도 늘릴 계획이다.
MLCC와 FC-BGA의 동반 성장은 2분기 실적에도 반영됐다. 삼성전기의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3조4572억원, 영업이익은 440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4%, 영업이익은 107% 증가했다. 전 분기와 비교하면 각각 8%, 57% 늘었다.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인 4061억원을 웃돌았다. AI 서버와 네트워크, 전장용 MLCC 판매가 증가한 데다 AI 가속기와 서버 CPU용 FC-BGA의 가동률 및 제품 구성이 개선된 영향이다.
앞서 언급한 MLCC를 담당하는 컴포넌트 부문과 기판 담당 패키지솔루션 부문 외에 카메라모듈 사업도 모바일에서 전장 및 로봇으로 적용처를 넓힌다. 삼성전기는 3분기 글로벌 전기차 업체의 차세대 플랫폼용 특화 제품을 공급하고, 휴머노이드용 고화질·고화소 센싱 모듈의 초도 양산을 추진한다. 장거리 3차원 센싱 등 차별화 제품 개발도 확대할 계획이다.
AI 부품 사업에 대한 기대는 주가에도 반영되고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1시 5분 삼성전기는 전 거래일 대비 2.36% 오른 116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전기 주가는 이날 장중 126만원까지 올랐다. 삼성전기는 지난달 31일 시장 전망을 웃돈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114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종목이 약세를 보인 가운데 MLCC 장기계약과 가격 인상, FC-BGA 공급 확대에 대한 기대가 주가를 지지했다.
경쟁사인 일본 무라타제작소의 실적 전망 상향도 영향을 미쳤다. 무라타는 최근 회계연도 기준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데이터센터 관련 연간 매출 전망을 기존 3250억엔에서 3706억엔으로 높였다. 데이터센터용 MLCC 매출은 전년보다 10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민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무라타 가동률은 이미 95%에 근접한 수준"이라며 "엔비디아에서도 MLCC 수급 문제가 경영진 차원으로 격상됐다는 무라타 측 언급을 고려하면 MLCC 공급사의 가격 협상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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