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 보호, 점주 부담으로?…'일하는 사람 기본법'에 엇갈린 시선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입력 2026.08.03 07:20  수정 2026.08.03 07:20

정부,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 추진

배달라이더 등 플랫폼 종사자 권리 확대

사용자·책임 주체 불명확…"법적 혼란 우려"

배달비·수수료 인상 등 점주 부담 확대 가능성

서울 시내 식당가에서 배달라이더들이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배달라이더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배달 생태계 전반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동자 보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비용 부담이 음식점주 등 영세 사업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여당은 배달라이더 등 플랫폼 종사자와 프리랜서, 특수고용직 등 기존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무 제공자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국제노동기구(ILO)가 채택한 플랫폼노동협약 비준을 위한 국내 법·제도 정비에도 착수했다.


협약은 플랫폼 노동자에게 최저임금과 사회보장 등 기본적인 노동권을 보장하고, 플랫폼 운영자가 고용·계약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을 종사자에게 알리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협약 내용 일부를 '일하는 사람 기본법' 등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플랫폼 종사자가 생명이나 건강에 중대한 위험을 느끼는 경우 업무에서 벗어나거나 중단을 요구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을 국내 제도에 반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노동권 확대를 위한 법안이 자칫 배달플랫폼 입점 음식점주 등 영세 사업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사용자의 범위와 비용 부담 주체, 근로자와 사업자의 경계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배달 생태계는 플랫폼과 지역 배달대행사, 라이더, 음식점주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구조다.


라이더 한 명이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땡겨요 등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노동관계법상 누구를 사용자로 볼 것인지부터 모호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음식을 실제 조리·공급하는 주체가 플랫폼이 아닌 음식점주라는 점도 변수다. 일각에서는 플랫폼뿐 아니라 음식점주까지 계약 또는 사용자 책임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사용자 범위가 확대될 경우 퇴직금과 연차휴가, 주휴수당, 최저임금, 4대 보험 등 노동관계법상 각종 사용자 의무까지 부담해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플랫폼이나 배달대행사가 사용자로서 이 제반의 비용을 부담하게 되더라도 문제다. 이 경우 결국 배달비나 중개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소상공인들의 시선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라이더처럼 여러 플랫폼에서 동시에 일하는 경우 누구와 계약을 체결하고 누가 4대 보험과 각종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지 불명확하다"며 "계약과 책임의 주체가 다양해지는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에 대한 해법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이 음식 배달을 중개하더라도 실제 상품은 플랫폼 입점업체가 공급한다"며 "계약과 책임 관계를 어떻게 나눌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법부터 시행되면 다양한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포함을 검토 중인 작업중지권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배달 도중 라이더가 배달을 중단하면 조리가 끝난 음식의 폐기 비용이나 주문 취소에 따른 손실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보상 주체도 불명확하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소상공인들의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현 상황에서 이 같은 법안이 추진될 경우 영세 사업자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자영업자의 75%는 월 영업이익이 166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관계자는 "누군가는 이 법이 일종의 권리장전의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은 권리뿐 아니라 책임 주체와 집행 방식이 함께 명확해야 한다"며 "책임 구조를 정하지 않은 채 권리만 확대하면 현장에서 법적 혼란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노동권 강화와 소상공인 보호는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라 함께 고려해야 할 과제"라며 "책임 주체와 비용 부담 구조를 명확히 하지 않은 채 제도를 추진하면 결국 부담은 가장 약한 고리인 영세 음식점주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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