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제73차 정례브리핑
“의료사고만으로 의사 과실·실력 판단할 수 없어”
“공론화 대상조차 아냐…필수의료 위축 우려”
대한의사협회. ⓒ연합뉴스
의사단체가 의료인의 ‘의료사고 이력 공개 제도’ 도입 논의에 대해 “의료의 특수성을 외면한 낙인식 공개제도”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환자의 알권리와 의료 선택권 강화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의료사고 이력을 의사 개인과 연결해 공개하는 방식은 필수의료 위축과 방어진료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의협) 대변인은 30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의료사고로 고통받은 환자와 가족들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고, 환자의 알권리와 의료 선택권을 강화하며 반복적인 중대 의료과실을 예방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도 동의한다”면서도 “의료사고 이력을 의사 개인의 이름과 함께 공개하자는 주장과 입법 시도에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환자의 예기치 못한 결과를 모두 의료사고로 볼 수 없으며, 의료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의사의 과실이나 실력 부족을 단정할 수 없다”며 “불가피한 합병증이나 환자의 기저질환, 중증도에 따른 예측하기 어려운 치료 반응까지 포함될 수 있어 이를 모두 의료사고로 규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환자의 알권리 보장은 환자와 의사가 대등한 위치에서 공정한 진료 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며 의료사고 이력 공개 제도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다.
다만 이날 토론회에는 의협과 대한병원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주요 의료단체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의료계 의견을 듣기 위해 수차례 참석을 요청했지만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 대변인은 “의료사고 건수를 기준으로 의사를 평가할 경우 고위험 환자를 많이 치료하거나 다른 병원에서 거절당한 중증환자를 받아 수술한 의사가 오히려 위험한 의사로 낙인찍힐 수 있다”며 “반대로 수술을 거의 하지 않거나 위험한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전원한 의사가 무사고 의사로 평가받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사고 이력을 낙인처럼 공개하면 의료진은 환자의 필요보다 자신의 기록을 먼저 걱정하게 되고, 결국 위험한 환자를 맡지 않는 방어진료를 초래할 수 있다”며 “그 피해는 치료가 절실한 환자와 이미 붕괴 위기에 놓인 필수의료에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협은 의료사고 관련 문제는 정보공개보다 전문가 중심의 자율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전문가 단체가 해당 의료인의 진료 적합성을 조사·심사하는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환자 안전 확보에 더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김 대변인은 “의료의 특수성을 외면한 낙인식 공개제도에는 단호히 반대하며, 공론화의 대상이 될 사안조차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며 “같은 주제로 토론회를 다시 열더라도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사가 위축되지 않고 소신껏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이 결국 국민을 지키는 것”이라며 “이번 제도 도입 시도는 그나마 남아있던 불씨마저 재로 만들어 버리는 결과를 낼 것이라는 이야기를 경청의 자세로 들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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