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경도인지장애 적응증 처방 임상 연내 심의
"단기 임상 한계"…실제 진료 데이터 반영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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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직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의 사실상 유일한 치료제가 효능 검증대에 오르면서 앞으로는 처방 자체가 불투명해질 위기에 놓였다. 치매치료는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고, 경도인지장애 진행을 늦춰 치매를 지연시키는 치료가 그나마 현실적이다. 이런 가운데 대체할 약도 마땅치 않은 경도인지장애 치료약이 존폐 위기에 놓이면서 의료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경도인지장애 적응증(치료 범위)에 대한 콜린알포세레이트 임상재평가 결과를 연내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종근당, 대웅바이오 등은 경도인지장애와 치매를 대상으로 48주간 임상을 진행했다. 이번 심의 결과에 따라 경도인지장애 치료에 계속 콜린 제제를 처방할 수 있을지가 갈릴 전망이다.
경도인지장애는 정상 노화와 치매의 중간 단계를 의미한다.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은 기억력 등 인지기능 저하에도 대체로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다. 경도인지장애가 중요해진 건 의학적 한계 때문이다. 현재 의료 수준으로 치매 완치는 불가능하다. 그런 만큼 경도인지장애의 진행 속도를 늦춰 치매로 넘어가는 환자를 줄이는 것이 최선의 대안으로 꼽힌다.
콜린 제제를 둘러싼 논란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회와 시민단체가 콜린 제제의 유효성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임상적 효과를 입증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었다. 논란이 커지면서 콜린 제제를 전문의약품이 아닌 건강기능식품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유효성 논란에 정부는 두 갈래로 대응했다. 식약처는 2020년 약효를 다시 검증하라며 콜린 제제의 임상재평가를 명령했다. 같은 해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선별급여 전환을 고시했다. 급여 축소는 소송전 끝에 지난해 9월 확정됐다. 치매로 진단받은 경우에만 기존 급여가 유지되고 경도인지장애 등 그 외 적응증은 환자 본인부담률이 30%에서 80%로 올랐다. 부담이 커지면서 처방 시장도 위축됐다.
관건은 이렇게 쌓은 48주의 데이터만으로 효능을 판단할 수 있느냐다. 경도인지장애는 진행이 느려 단기 임상만으로는 효능을 가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랜 기간 실제 환자를 추적한 데이터를 반영해 보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의료계 일각에서는 식약처가 심의 때 실제 진료 데이터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완 지표로 거론되는 대표 주자가 실사용증거(RWE)다. RWE는 건강보험 청구자료처럼 실제 진료 과정에서 쌓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약효를 분석하는 지표다. 만성질환 환자 등의 장기 치료 결과를 확인하기 용이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미 승인된 약의 적응증을 넓히거나 안전성을 확인할 때 RWE를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
한 대학병원 신경과 의료진도 "특히 경도인지장애는 고령 환자가 많아 중간에 임상 진행이 중단되는 경우가 많고 고지혈증 등 합병증을 앓고 있는 표본이 대부분"이라며 "현재 식약처에서 요구하는 무작위대조임상(RCT)으로는 환자의 미세한 변화를 포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RCT에서 확인된 결과와 함께 RWE를 종합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의료계가 우려를 표하는 건 콜린 제제를 대신할 약이 마땅치 않은 현실 때문이다. 대표적 대체제로 꼽히는 은행엽 추출물의 주된 효능은 혈액순환 개선이다. 뇌기능 개선제인 니세르골린 제제는 치매를 적응증으로 허가받은 전문의약품(ETC)이다. 치매 이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환자에게는 사실상 처방이 어렵다.
지난해 국내 허가를 취득한 항체 치료제 레켐비는 처방 가능한 적응증이 좁다. 레켐비 처방은 알츠하이머병으로 발생한 경도인지장애 환자에 제한된다. 건강보험 비급여 치료제인 만큼 연간 치료비도 수천만원대에 이른다. 여기에 투약 부작용인 뇌부종·뇌출혈 등을 확인하기 위한 정기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도 필수적이다.
대체 선택지가 마땅치 않은 만큼 콜린 제제 임상재평가에 관심이 쏠린다. 물론 콜린 제제도 한계는 있다. 한국이 약가 산정 시 참고하는 주요 8개국 중 콜린을 의약품으로 인정하는 곳은 이탈리아뿐이다. 그럼에도 콜린마저 쓸 수 없게 되면 환자에게 남는 카드가 별로 없다. 식습관 같은 생활습관 개선 권고가 사실상 전부가 될 수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번 임상재평가로 앞으로의 콜린 제제 처방 가능성이 불투명해지면서 환자 가족들의 관련 문의가 늘고 있다"며 "치매나 경도인지장애는 고령층 환자가 많은 만큼 심리적 버팀목마저 사라지면 병세가 나빠질까 두려워하는 게 현장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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