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하청노조도 “진짜 사장 나와라”…원청 교섭 요구 ‘도미노’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6.07.28 14:19  수정 2026.07.28 14:19

한국타이어 하청노조, 직접고용·원청 단체교섭 요구

충남지노위, 교섭요구 사실공고 시정신청 인용

1심서 불법파견 인정…노조 “사측 항소 예상”

기존 양대 노조에 하청노조까지 노무 부담 가중

지난 27일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전충북지부와 한국타이어사내하청지회가 경기 성남 한국타이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사내하청지회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시작된 하청노조의 원청 교섭 요구가 자동차 부품업계로 번지고 있다. 이미 한국노총·민주노총 소속 노조를 각각 상대해온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사내하청노조와도 교섭에 나서야 할 처지가 되면서 노무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됐다.


28일 노동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전충북지부와 한국타이어사내하청지회는 전날 경기 성남 한국타이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내하청 노동자의 직접고용과 원청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하청지회는 대전·금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원청의 작업지시와 관리·감독을 받아왔다며 한국타이어가 실질적 사용자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비조합원 하청 노동자 1000여명을 추가로 조직해 2차 근로자지위확인 소송도 준비 중이다.


이번 요구는 지난 3월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에 따른 것이다. 개정법은 근로계약을 직접 맺지 않았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원청을 사용자로 볼 수 있도록 했다.


하청지회는 지난해부터 교섭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 4월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냈고, 지노위는 5월 26일 이를 인용했다. 다만 지난 23일 요청한 상견례에 회사가 응하지 않아, 양측은 본교섭 전 실무협의부터 진행하기로 했다.


하청지회 관계자는 “지난주 목요일 회사에 상견례를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았고, 우선 실무협의를 하자는 쪽으로 얘기가 됐다”며 “실무협의는 8월 10일께 열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실무협의에서는 교섭 일정·참석자·의제 범위와 함께,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노동자 범위, 기존 정규직 노조와의 교섭단위 분리 여부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지노위 결정을 회사가 그대로 받아들일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할지도 변수다.


지난 27일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전충북지부와 한국타이어사내하청지회가 경기 성남 한국타이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사내하청지회

원청 교섭과 별개로 진행된 불법파견 소송에서는 하청노동자들이 1심에서 전부 승소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지난 24일 한국타이어 사내하청 노동자 81명이 낸 근로자지위확인 등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모두 인용했다.


이 중 3명은 한국타이어 근로자 지위를 확인받았고, 나머지 78명에 대해서는 회사가 고용 의사표시를 하도록 명령했다. 정규직 임금과 실제 하청업체 임금의 차액 등 약 22억7900만원 지급도 함께 명령했다.


하청지회 관계자는 “1심은 노조 측의 완전한 승소지만, 회사가 항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앞서 2018년 대법원이 한국타이어 협력업체 노동자(운반·통근버스 운전 담당) 사건에서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어, 업무 형태와 원청의 지휘·명령 정도가 항소심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청 교섭 요구는 완성차를 넘어 부품사로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현대차 하청노조는 개정법 시행 직후 울산·아산·전주공장과 남양연구소, 구내식당, 보안·판매 분야 노동자 1675명을 대상으로 원청 교섭을 요구했고, 울산지노위도 지난달 관련 시정신청을 받아들였다. 현대제철·현대글로비스 등 계열사에서도 비슷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기존에도 한국노총 산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노동조합, 민주노총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의 2노조 체제를 유지해왔다. 여기에 사내하청지회와의 교섭까지 현실화하면 세 노조와 각기 다른 의제로 협상해야 하는 구조가 된다.


특히 하청노조와의 교섭에서는 임금·복지뿐 아니라 직접고용, 고용안정, 작업방식·산업안전 등 생산 운영에 직결된 사안이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커, 정규직 노조와의 이해관계 충돌 시 교섭 구조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노동위 판단이 쌓이면서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가 업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며 “기업들은 교섭 횟수 증가를 넘어 생산·인력 운영 의사결정 구조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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