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마글루타이드, 뇌 건강에도 효과?…"성인발병 발작 위험 56%↓"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7.23 10:47  수정 2026.07.23 10:47

서울대병원 공동연구팀, 미국 NIH 코호트 기반 분석

“뇌 건강·신경계 질환 예방 전략 확대 기대”

ⓒ게티이미지뱅크

당뇨병 및 비만 치료제로 쓰이는 ‘세마글루타이드’가 성인발병 발작 위험을 유의미하게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국가전략기술 특화연구소·신경과 장윤혁 교수, 이순태 교수와 미국 컬럼비아대 내과 은용 교수, 하버드대 T.H. Chan 보건대학원 봉수환 박사과정으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세마글루타이드 투여와 성인발병 발작 발생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위고비·오젬픽의 주성분으로, GLP-1 계열 당뇨병·비만치료제다. 미국당뇨병학회는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1차 치료제로 권고하고 있으며, 혈당·비만 관리뿐 아니라 만성콩팥병과 대사이상 지방간염 치료에도 사용되고 있다.


성인발병 발작은 18세 이후 처음 발생하는 발작으로, 중장년층과 고령층에서는 뇌졸중이나 신경퇴행성 질환, 외상성 뇌손상 등 후천적 뇌질환과 연관될 수 있어 뇌 건강의 주요 지표로 여겨진다. 현재는 발작 발생 후 재발을 억제하는 치료가 주를 이루며, 발작 자체를 예방하는 치료법은 없는 실정이다.


세마글루타이드 투여 시 성인발병 발작 발생 위험이 낮게 유지됐다. 4년 누적 위험차는 기타 혈당강하제 대비 1.78%p(A), SGLT2 억제제 대비 1.46%p(B)로 확인됐다. ⓒ서울대병원

연구팀은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All of Us 프로그램’ 전자의무기록(EMR) 데이터를 활용해 제2형 당뇨병 환자 6만9228명 가운데 세마글루타이드, 기타 혈당강하제 또는 SGLT2 억제제를 새로 처방받은 성인 1만8243명을 대상으로 성인발병 발작 발생 위험을 비교했다. 연구에는 관찰연구에서 무작위 임상시험을 최대한 재현하는 ‘타깃 트라이얼 모사’ 기법이 적용됐다.


분석 결과 세마글루타이드 신규 투여군은 기타 혈당강하제 투여군보다 성인발병 발작 발생 위험이 56% 낮았다. 실제 발작 발생률 차이를 뜻하는 ‘4년 누적 위험차’는 1.78%포인트였다. SGLT2 억제제와 비교한 분석에서도 세마글루타이드 투여군의 발작 위험은 52% 낮았으며, 4년 누적 위험차는 1.46%포인트로 나타났다.


이를 실제 치료 지표인 치료 필요 환자 수(NNT)로 환산하면, 기타 혈당강하제나 SGLT2 억제제 대신 세마글루타이드로 각각 70명, 131명을 치료할 때마다 성인발병 발작 1건을 추가로 예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발작 위험 감소 효과가 혈당이나 체중 감소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매개효과 분석 결과 당화혈색소와 체질량지수(BMI) 변화가 설명하는 비중은 각각 최대 6.5%, 0.7%에 그쳤으며, 다른 GLP-1 계열 약물에서는 이 같은 예방 효과가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세마글루타이드의 약리학적 특성이 뇌 건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예방 전략이 제한적인 성인발병 발작 분야에서 대사질환 치료제가 뇌 건강과 신경계 질환 예방에 기여할 가능성을 대규모 인구 기반 데이터를 통해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장윤혁 교수는 “성인발병 발작을 중장년기의 뇌 건강이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바라본 연구”라며 “다만 관찰 연구인 만큼 향후 장기 추적 연구와 무작위 임상시험을 통해 실제 예방 효과와 임상 적용 가능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