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최고위원 기탁금 각 2000만원씩 인하
"선거 운영 비용 늘면서 기탁금도 인상돼" 해명
청년최고위원제 무산도 홀대론에 힘 보태
"청년 정치인이 경쟁할 수 있는 환경 만들어야"
정민철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자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역대 최고 수준으로 책정했던 후보 기탁금을 뒤늦게 인하했지만 '청년 홀대론'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예비경선이 이미 시작된 뒤에야 제도 손질에 나선 데다, 청년 정치 확대를 위해 추진했던 청년최고위원제마저 무산되면서 청년 정치인의 진입 장벽을 오히려 높였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중앙당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4일 후보 등록 공고를 통해 당대표 후보는 총 1억원, 최고위원 후보는 총 5000만원의 기탁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전당대회와 비교하면 당대표는 2.5배, 최고위원은 3배 이상 오른 규모다.
이런 상황에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2001년생 정민철 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은 기탁금 마련을 위해 개인 계좌를 공개하고 후원금을 모았지만, 정치자금법 위반 가능성이 제기되자 모금액 전액을 반환했다. 이후 "대한민국에서 청년이나 정치 신인이 출마하려면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이거나 2000만원을 가볍게 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 것 같다"며 원외 청년 후보 기탁금 감면과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청년 후보인 김형남 전 군인권센터 사무국장도 "예비경선은 일주일이면 끝나는데 기탁금을 4배 가까이 올린 이유와 기준을 모르겠다"고 공개 비판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기탁금이 대폭 인상된 배경에 대해 "과거 전당대회 당시 당원은 100만명이 채 되지 않았지만 현재는 150만명 수준까지 늘었다"며 "당원이 증가하면서 ARS와 온라인 투표 비용만 약 8억원으로 추산된다. 선거 운영 비용이 크게 늘면서 후보자 기탁금도 함께 인상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당 안팎에서는 기탁금 논란이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민주당의 청년 정치 확대 기조와 현실 사이의 괴리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또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 청년 정치 확대를 명분으로 청년최고위원제 도입을 추진했지만 최고위원회의 논의 끝에 무산됐다.
이를 두고 강득구 최고위원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청년 최고위원은 부결시켰는데 기탁금은 4배 올렸다. 민주당은 청년을 얘기하지만 어떻게 보면 청년들 가슴을 때리는 정책만 만들고 있다"며 "민주당이 청년들에게 기회의 문을 닫는 것이 아니라 희망의 문을 열어 주는 정당으로 나가야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문정복 최고위원은 "당헌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 현실적으로 이번 전당대회 적용이 어려웠다"며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청년을 임명하는 대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규환 최고위원 역시 "가짜 뉴스에 기반한 지도부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며 청년최고위원제 무산은 절차적 문제 때문이었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재명 대통령도 직접 제도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돈 때문에 선거에 나갈 수 없다는 것은 부정부패의 유인을 키우는 일"이라며 "현직 의원보다 원외, 특히 청년 후보들의 부담이 큰 만큼 가능하다면 기탁금을 종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에 민주당 중앙당선관위는 21일 전체회의를 열고 전당대회 후보 기탁금을 당대표 후보는 총 8000만원, 최고위원 후보는 총 3000만원으로 각각 조정하기로 했다.
이날 선관위 결정으로 본경선까지 진출할 경우 추가로 부담하는 기탁금이 당대표와 최고위원 모두 2000만원씩 줄어들게 됐다. 또 기존 '39세 이하 원외 청년 후보'에 적용했던 50% 감면 혜택을 장애인 후보에게도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임호선 민주당 중앙당선관위 부위원장은 "(기탁금이) 과도하게 부담된다는 지적이 있어 2020~2022년 전당대회 당시 기준으로 조정했다"며 "향후 선거마다 기준이 흔들리지 않도록 다음 지도부에서 당규에 기탁금 기준을 명문화하는 방안도 건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청년 홀대 논란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날부터 예비경선 투표가 시작된 만큼 이미 납부한 예비경선 기탁금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감액은 본경선에 진출하는 후보에게 추가로 부과될 기탁금에만 적용된다.
임 부위원장도 "기납부된 예비경선 기탁금이 아니라 전체 기탁금을 조정해 앞으로 추가될 기탁금을 감액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비용 증가라는 설명과 별개로 청년 후보의 현실적 부담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채 제도를 설계한 점은 민주당이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기탁금을 일부 낮춘 것은 대통령 공개 발언 이후 여론을 의식한 수습 성격이 강해 보인다"며 "결국 중요한 점은 청년 정치 확대를 말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원외 청년과 정치 신인이 경쟁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청년 친화 정당'이라는 메시지의 설득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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