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직접교섭 현실화…택배사·대리점 모두 '혼란'
교섭 의제·사용자성 범위는 여전히 불확실
업계 "경영상 전략도 교섭 대상 될 경우 부담 ↑"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과 택배노조의 직접 교섭이 현실화되면서 원청은 물론 대리점까지 역할과 책임을 둘러싼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택배업계의 노사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원청과 택배노조의 직접 교섭이 현실화되면서 원청은 물론 대리점까지 역할과 책임을 둘러싼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 사업자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한 하청 노조가 대거 등장하면서 산업 현장의 노사관계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3월 10일부터 지난달 19일까지 약 100일간 원청사업장에 대한 하청 노조의 교섭요구 현황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161개 하청 노조(16만4000명)가 439개 원청 사업장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다.
교섭요구는 노란봉투법 시행 직후인 3월(363개 원청)에 집중됐으며 4월과 5월에는 각각 42개, 23개가 추가됐다. 1개 원청 사업장당 교섭요구는 평균 2.6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택배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 전국택배산업노동조합(택배산업노조)은 CJ대한통운과 쿠팡CLS,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로젠 등 주요 택배사를 상대로 잇따라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이처럼 단체교섭 요구가 이어지면서 택배업의 기존 질서 또한 변화하고 있다.
통상 택배업은 원청인 택배사가 대리점과 위수탁계약을 체결하고, 대리점이 다시 택배기사들과 계약을 맺는 다단계 구조다.
이에 그동안 노사 협의는 대부분 대리점 단위에서 이뤄졌지만,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에는 원청이 직접 교섭 당사자로 나서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실제 주요 택배사들의 교섭도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CJ대한통운은 택배노조를 과반수 노조로 확정하고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마친 뒤 상견례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 10일 업계 최초로 원청과 하청 노동자가 참여하는 상견례를 진행했으며, 로젠도 지난 13일 상견례를 열었다.
한진택배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과반수노조 이의신청 단계로, 지노위 판단 이후 창구단일화 절차가 종료된다.
이처럼 원청인 택배사가 단체교섭 전면에 나서는 사례는 전례가 드문 만큼 업계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향후 교섭 의제와 원청의 사용자성·책임 범위가 어디까지 인정될지에 따라 기업들의 대응 전략도 달라질 수 있어 택배사들의 고심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특히 관련 판단 기준과 판례가 아직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만큼 개별 교섭 의제마다 법원의 판단을 거칠 가능성이 커 이는 기업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리점을 통해 교섭하던 구조에서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이 이뤄지면서 임금과 수수료 뿐 아니라 주 7일 배송과 같은 신규 서비스 도입, 투자 방향 등 기업의 경영 전략과 직결된 사안까지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경영 전략상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판례도 아직 충분히 축적되지 않아 개별 교섭 의제마다 법원의 판단을 거쳐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원청 뿐 아니라 중간 단계 역할을 했던 대리점들의 고민도 짙어지고 있다.
원청과 노조가 직접 단체교섭을 진행할 경우 대리점은 협상 과정에서 사실상 배제된 채 결과만 이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배송수수료 인상이나 표준수수료제를 둘러싼 우려가 가장 크다.
표준수수료제는 택배기사가 받는 배송수수료의 최소 기준이나 산정 기준을 표준화하는 방안으로, 노조가 처우 개선을 위해 도입을 요구하는 주요 교섭 의제 중 하나다.
현재는 원청이 대리점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바탕으로 대리점이 택배기사에게 배송수수료를 지급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대리점들은 원청의 지급 단가 조정 없이 기사 수수료 인상이나 표준수수료제 도입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경우 추가 비용 부담이 고스란히 대리점으로 전가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협상 과정에는 참여하지 못하면서도 합의 내용은 이행해야 하는 구조인 만큼 비용과 책임만 떠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일부 택배사는 이미 대리점연합과 노조 간 단체협약을 체결한 상태여서 원청이 직접 교섭에 나설 경우 기존 협약의 효력 유지 여부와 계약 체계 재정비 문제를 둘러싼 실무적 혼란도 예상된다.
대리점 업계 관계자는 "배송수수료 등은 대리점의 경영과 직결되는 고유 권한인 만큼 이를 대리점을 배제한 채 원청과 노조가 합의하기는 어렵다"라며 "의제에 따라서는 대리점도 교섭 과정에 함께 참여해야 하며, 만약 배제된다면 별도의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30년 택배 질서의 균열③] 결국 소비자 부담?…노란봉투법의 청구서>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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