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은 죄고 고정금리는 늘리고…금융당국의 딜레마 [금융위 업무보고]

김민환 기자 (kol1282@dailian.co.kr)

입력 2026.07.15 16:02  수정 2026.07.15 16:48

고정금리 비중 반년 만에 '반토막'

보금자리론 금리 5% 돌파

차주 선택도 시장 따라 이동

가계대출 총량은 죄고 장기 고정금리는 늘려야 하는 금융당국의 정책이 시장금리 상승이라는 현실과 맞닥뜨리고 있다.ⓒ뉴시스

금융위원회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연 1.5% 수준으로 묶는 강도 높은 총량관리를 추진하는 동시에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확대 기조도 그대로 가져간단 방침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변동금리 선호가 다시 커지고 정책모기지 금리마저 오르면서 장기 고정금리 확대 정책이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있다.


15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 따르면 금융위는 올해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율을 지난해보다 강화된 연 1.5% 수준에서 관리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소득심사 강화와 고위험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자본규제 확대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비생산적인 가계대출을 억제하고 자금을 첨단산업과 자본시장 등 생산적인 분야로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동시에 금융위는 장기적으로 변동금리 중심인 국내 주택담보대출 구조를 장기 고정금리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방향도 유지했다.


금리 변동에 따른 차주의 상환 부담을 줄이고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문제는 현재 시장 여건이 정책 방향과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전날 진행한 업무보고 백브리핑에서 "현재 시장금리 구조에서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장기 고정금리 전환을 대규모로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현재 시중은행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은 4%대인 반면 장기 고정금리는 6% 안팎으로 금리 차가 상당하다.


미국 국채와 국내 국고채, 주택저당증권(MBS) 금리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장기 자금 조달 비용이 크게 올라 과거 안심전환대출처럼 정책적으로 대규모 고정금리 전환을 추진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차주들의 선택도 당국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규 취급액 기준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고정금리 비중은 지난해 말 86.6%에서 올해 5월 41.6%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변동금리 비중은 13.4%에서 58.4%로 뛰며 고정금리를 다시 앞질렀다. 장기 고정금리 확대의 핵심 수단인 정책모기지의 금리 경쟁력도 예전 같지 않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아낌e보금자리론은 최근 10년 만기를 제외한 대부분 구간에서 금리가 연 5%를 넘어섰다.


보금자리론 금리가 5%를 넘어선 것은 2022년 12월 이후 약 3년 7개월 만이다.


일부 우량 차주는 시중은행 우대금리를 적용받을 경우 보금자리론보다 낮은 금리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과거 '가장 저렴한 정책대출'이었던 보금자리론의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장기 고정금리 확대 정책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금융당국도 직접적인 금리 지원보다 규제를 활용하는 우회 전략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금융위는 스트레스 DSR과 소득심사 강화 등을 통해 변동금리 대출보다 고정금리 대출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고, 고위험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를 높여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취급 유인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규제만으로는 장기 고정금리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와 같은 금리 구조에서는 차주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변동금리를 포기하고 고정금리를 선택할 유인이 크지 않아서다.


장기 고정금리를 확대하려면 정책모기지의 금리 경쟁력을 높이고 장기 자금 조달 기반도 함께 확충해야 한다.


하지만 가계대출 총량을 엄격히 관리하는 상황에서는 정책 지원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장기 고정금리 확대는 단순히 규제를 강화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장기 조달시장과 유동화시장 등 인프라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며 "시장금리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규제만으로는 차주의 선택을 바꾸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민환 기자 (kol1282@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