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7·474·345…현실 반영 못한 ‘숫자 비전’의 희망고문[하반기 경제전략]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입력 2026.07.14 11:45  수정 2026.07.14 11:46

금융위기·코로나·환율 등 변수에 번번이 흔들

정부는 ‘공격적’ 의지라지만…결국 ‘플랜B’는 없어

임기 내 달성하겠다는 345…반도체에 올인한 위험한 ‘도박’

정부의 ‘3·4·5 비전’은 잠재성장률 3%, 수출 4강,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를 목표로 한다. 그러나 세계 경기와 환율, 반도체 업황이 흔들릴 경우에 대비한 대체 경로가 필요하다는 지적과 우려도 함께 존재한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대통령의 경제 비전에는 숫자가 자주 등장했다. 성장률과 국민소득, 수출 순위를 한 묶음으로 제시하면 목표가 선명해지고 성과도 쉽게 설명할 수 있어서다.


이명박 정부의 ‘747’과 박근혜 정부의 ‘474’가 대표적이다. 문재인·윤석열 정부도 명확한 숫자 비전은 제시하지 않았어도 3% 성장과 3만 달러, 수출 5대 강국과 4만 달러를 각각 전면에 내걸었다. 이재명 정부는 다시 잠재성장률 3%, 수출 4강, 1인당 국민총소득(GNI) 5만 달러를 뜻하는 ‘3·4·5’로 돌아왔다.


이명박 정부는 연평균 7% 성장, 1인당 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경제강국 진입을 약속했다. 취임 첫해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고 성장률은 당시 공표 기준 2008년 2%대, 2009년 0%대로 내려앉았다. 2010년 6%대로 반등했지만 임기 평균은 목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2012년 1인당 소득은 2만 달러대에 머물렀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순위도 세계 15위였다. 금융위기가 결정타였지만,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 경제가 해마다 7% 성장할 수 있다는 전제부터 현실과 거리가 있었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474를 담았다. 2017년까지 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1인당 소득 4만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규제 개혁과 서비스산업 육성, 노동시장 구조 개선이 실행 수단으로 제시됐다. 결과는 잠재성장률 2%대 후반, 15~64세 고용률 66.6%였다. 1인당 소득도 4만 달러에 닿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중국의 사드 보복 등 충격이 이어졌다. 여기에 노동·서비스업 개혁이 계획한 속도로 진행되지 못한 영향도 컸다. 결과지표 세 개를 먼저 정하고 생산성과 고용구조를 바꾸는 데 필요한 시간을 짧게 잡은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전체를 관통하는 숫자 조합을 만들지 않았다. 출범 당시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를 앞세웠다. 2018년 경제정책방향에서 3% 성장과 국민소득 3만 달러를 제시했다.


3만 달러 고지는 당시 통계로 2017년에 넘어섰고 2021년 1인당 GNI는 3만5000달러를 웃돌았다. 성장률은 코로나19 충격으로 2020년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2021년 4%대로 반등했다.


숫자 목표를 줄였어도 연간 성장률과 취업자 증가 폭을 성과 판단의 중심에 놓는 방식은 이어졌다. 더구나 한국은행이 2024년 국민계정 기준년을 바꾸면서 3만 달러 돌파 시점은 2017년에서 2014년으로 앞당겨졌다. 한 정부의 성과로 불리던 이정표가 통계 개편 뒤 이전 정부 시기(박근혜 정부)로 이동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5년 뒤 경제규모 세계 10위 이내, 1인당 GDP 4만 달러, 수출 5대 강국을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임기 마지막 완전연도인 2024년 수출은 역대 최대인 6838억 달러를 기록해 세계 6위로 올라섰다. 1인당 소득은 3만6000달러대였다.


수출액은 늘었어도 5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23년 8위에서 2024년 6위로 뛰어오른 순위는 경쟁국 실적에 따라 다시 바뀌었다. 2025년 한국 수출이 처음 7000억 달러를 넘고도 세계 8위로 밀린 사례는 순위 목표의 속성을 보여준다.


이재명 정부의 3·4·5는 더 높은 계단을 놓았다. 한국은행이 추정한 2024~2026년 잠재성장률은 2% 수준이고 2025년 1인당 GNI는 3만6963달러다. 5만 달러까지 약 35%를 더 높여야 한다. 2026년 1~4월 수출 순위가 5위로 올라섰지만 연간 순위는 환율과 반도체 가격, 네덜란드·일본·이탈리아 등 경쟁국 수출에 따라 달라진다.


올해 3% 안팎의 실질성장도 반도체 호황이 끌어올린 경기지표이지 경제의 기초체력인 잠재성장률 3% 달성을 뜻하지 않는다.


747부터 3·4·5까지 반복된 오류는 숫자 자체보다 숫자에 이르는 흐름이었다. 성장률은 인구와 생산성, 국민소득은 명목성장과 환율, 수출 순위는 세계 경기와 경쟁국 성적이 함께 움직인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을 성장동력으로 적어 넣은 3·4·5가 과거와 달라지려면 목표 연도별 생산성·고용·투자 지표와 반도체 경기가 꺾일 때의 대체 경로까지 공개해야 한다.


정부는 매번 ‘공격적인 전략’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받아들이는 체감 경기는 정부 정책을 따라가지 못한다. 공격적인 전략이 아니더라도 현실 가능한 정책이 수립돼야 현장도 정부를 믿고 움직일 수 있다.


더구나 지금처럼 반도체에 올인하는 ‘위험한 도박’은 가뜩이나 수출과 내수 불균형이 지속되는 한국경제 구조상 피해야 할 공식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돌발변수에 대응하기 위한 ‘플랜B’도 없는 역대 정부의 공격적인 숫자 전략이 임기가 끝나는 시점에 달성하지 못한 원인을 현 정부가 빠르게 인식해야 한다”며 “공격적인 전략도 좋지만 실현 가능한 전략을 내놓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나라곳간 사정은 뻔한데 무리한 목표치는 시작부터 지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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