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돌며 '잠행 선거전'…정청래, 출마 선언 늦어지는 이유는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입력 2026.07.09 05:30  수정 2026.07.09 05:30

김민석·송영길 등 당권주자 잇단 출마 선언

정청래는 "적절한 시점" 언급하며 신중론

개혁 의제? 통합·국정 지원? 메시지에 관심

일각 "연임 명분 분명하게 설명할 필요 있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힌 뒤 퇴장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오는 8월 17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주자들의 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지만, 연임 도전이 유력한 정청래 전 대표는 여전히 공식 출마 선언을 미루고 있다. 다만 호남을 돌며 당원들을 만나고, 연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치 메시지를 내는 등 사실상 선거전에 돌입한 만큼 정치권에서는 정 전 대표가 출마 선언에서 어떤 승부수를 던질지 주목하고 있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 전 대표는 지난달 24일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지금까지 공식 출마 선언은 하지 않고 있다. 그는 출마 시점과 관련해 "적절한 시간에 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경쟁 주자들은 속속 공식 출마 선언에 나섰다.


친명계인 김민석 전 국무총리는 지난 6일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하며 당 운영 기조 전환을 강조했다. 김 전 총리는 "민주당은 지난 1년 동안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국정 지지를 정당 지지와 선거 결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며 "자기 정치의 폐해가 당과 당정 협력을 혼선에 빠뜨렸다"고 말했다.


이어 "합당 추진과 검찰개혁 논의, 공천과 선거 전략 등에서 숙의와 절차가 부족했다"며 "당이 국정의 짐이나 갈등의 진원이 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지난 지도부를 향해 "수고 많았다"고 평가하면서도 "결과 책임은 정치의 기본 윤리"라고 언급해 사실상 정 전 대표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날 출마를 선언한 송영길 의원도 전임 지도부 책임론과 총선 승리론을 전면에 내세우며 정 전 대표를 정조준했다. 송 의원은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승리의 외피를 쓴 패배"라고 규정한 뒤 "국민은 민주당에 옐로카드를 보냈다.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다음 총선은 레드카드가 될 것"이라며 사실상 정청래 지도부의 책임을 거론했다.


이어 "이번 전당대회는 누가 더 선명한 사람인가를 뽑는 선거가 아니라 누가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만들 사람인가를 선택하는 선거"라며 차기 당대표의 역할을 '총선 필승'에 맞췄다. 아울러 지명직 최고위원 2명을 모두 2030 세대로 임명하고 AI 기반 디지털 직접민주주의를 구축하겠다는 구상도 제시하며 세대교체와 당 혁신을 핵심 화두로 내세웠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송영길, 김민석 의원 등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2대 후반기 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 전 총리가 '당정 일체'와 국정 안정론을, 송 의원이 총선 승리와 당 혁신을 각각 전면에 내세운 가운데 정 전 대표는 공식 선언 대신 의제를 던지는 방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대표직 사퇴 당시 자신을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와 '노무현 키즈'로 규정하며 민주당의 정통성을 강조했고, 이후에는 당원 1인1표제와 범민주진보 연대론, 검찰개혁 완수 등을 잇달아 화두로 제시했다.


최근에는 호남을 연이어 찾으며 지역 당원들과 접촉면을 넓히는 한편 SNS를 통해 당원 주권과 당 혁신 필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 전 대표가 경쟁자들보다 늦게 출마를 선언하는 만큼 단순한 출마 의지 표명보다 강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당심을 기반으로 성장한 정치인인 만큼 기존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동시에 지방선거 이후 불거진 계파 갈등을 봉합하고 중도 성향 당원까지 포용할 수 있는 명분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전 대표는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당원주권 강화와 검찰개혁 등을 앞세워 강성 권리당원들의 지지를 얻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범진보 연대론과 1인1표제를 둘러싸고 친명계와 공개 충돌하는 등 메시지마다 적지 않은 논란을 낳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번 출마 선언에서는 기존처럼 선명한 개혁 의제를 다시 내세울지, 아니면 통합과 국정 지원에 방점을 찍으며 전략 변화를 시도할지가 관심사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결국 이번 전당대회의 핵심 경쟁도 '누가 더 이재명 정부를 성공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당대표인가'를 둘러싸고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김 전 총리가 먼저 당정 협력과 국정 지원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정 전 대표도 연임의 명분을 보다 분명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며 "결국 출마 선언에서는 왜 자신이 다시 대표를 맡아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력과 함께 당원주권, 당정 관계, 총선 승리 전략을 하나의 서사로 묶어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윤태곤 더모아정치분석실장은 "전당대회가 국민적 관심이 높은 선거가 아니기 때문에 누가 먼저 출마선언을 해 메시지를 선점한다 만다는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새로운 화두를 제시하기보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민주당 적통, 1인1표제, 검찰 개혁, 이재명 정부의 성공 등 그동안 던진 여러 의제를 하나의 비전으로 정리해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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