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부산항서 ‘안티 드론’ 시스템 시연
전파 방해부터 그물 포획까지 체계화
발견부터 무력화까지 5단계로 대응
폭발물 처리도 ‘시민 안전’ 최우선
포집드론(왼쪽)이 부산항을 허가 없이 침입한 드론(오른쪽)을 처리하기 위해 접근하고 있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지금 미확인 드론을 공중에서 직접 포획하기 위해 포획 드론이 출동하고 있습니다. 재밍건이 소프트웨어 방식이라면, 포획 드론은 하드케어 방식으로 직접 그물망을 쏴 포획하는 방식으로 무허가 드론을 포획하게 됩니다.”
아나운서 설명과 함께 드론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2일 부산항여객선터미널 주차장에서 부산항만공사가 진행한 ‘부산항 안티 드론 장치 시연회’ 하이라이트 장면이다.
무게 24kg, 폭 약 1m에 달하는 포획드론은 목표물(불법 비행 드론)에 접근해 ‘재머’라는 장비로 불법 드론의 전파를 차단했다. 재머를 맞은 불법 드론은 날아오르지도 떨어지지도 않은 채 제자리에서 비행했다.
포획드론은 전파를 차단당한 불법 드론 가까이 날아갔다. 목표물과 남은 거리가 3~4m쯤 됐을까? 포획드론은 ‘퉁’하는 소리와 함께 그물을 발사했다. 제자리 비행하던 불법 드론은 그물을 뒤집어쓴 채 맥없이 추락했다.
떨어지는 불법 드론은 바닥으로 곧장 추락하지 않았다. 포획드론이 그물을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불법 드론 추락을 막은 이유는 폭발 위험 때문이다. 포획드론은 그렇게 잡은 불법 드론을 목표 지점까지 운반해 내려놨다.
포획드론이 불법 드론을 땅에 내리자 방폭복을 착용한 불법드론대응팀(이하 대응팀) 대원이 다가갔다. 대원은 먼저 드론 외형을 살폈다. 폭발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드론에는 맨눈으로 내용물 확인이 어려운 상자가 달려 있었다. 이에 대응팀은 X-Ray 촬영에 나섰다. 촬영 결과 해당 상자 내부는 폭발물로 추정되는 배터리와 전선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폭발 가능성을 확인한 대응팀은 대원을 투입해 기다란 막대처럼 생긴 도구로 포획된 불법 드론을 들어 올렸다. 대원은 조심조심 느린 걸음으로 드론을 옮겼다. 안전한 곳으로 드론을 내려놓자, 이번에는 소형 물대포가 등장했다. 이름은 ‘물포총’이다.
대원은 포획된 드론 앞에 물포총을 설치했다. 잠시 후 대응팀은 경고 방송과 함께 물포총을 작동시켰다. ‘펑’하는 소리와 함께 포획 드론 상자는 폭발했다. 그렇게 폭발물을 장착한 불법 드론 포획 작전은 마무리됐다.
불법드론대응팀 대원이 추락한 불법드론 폭발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엑스레이 촬영을 시도하고 있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무역항 안티드론 시스템 7월부터 본격 추진
이달부터 가동하는 ‘무역항 안티드론 시스템’은 해양수산부와 각 항만공사가 국가중요시설인 무역항을 불법 드론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사업이다. 참고로 올해 상반기 부산항에서 적발된 불법 드론 운영만 55건에 달한다.
무역항 안티드론 구축 사업은 지난 2023년 2월 제16차 국가테러대책위원회에서 심의·의결돼 사업을 본격 시작했다.
2024년부터 해양수산부와 항만공사가 사업비를 분담해 추진 중으로, 현재는 부산항과 인천항, 울산항에 적용 중이다. 내년에는 여수·광양항과 평택·당진항에도 순차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안티드론 시스템은 RF 스캐너와 드론탐지 레이더, EO/IR 카메라, 재머, 포획 드론을 활용해 비행 허가를 받지 않은 드론을 처리한다.
종합상황실에서 RF 스캐너를 통해 미허가 드론의 무선신호를 잡아낸다. RF 스캐너는 드론과 조장자 사이 통신을 감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드론은 물론 조정자 위치도 확인 가능하다. 탐지 거리는 최대 3km다. 경우에 따라 불법 드론을 역으로 조정할 수도 있다.
RF 스캐너와 함께 드론탐지 레이더도 가동한다. 전파를 활용하지 않거나 스텔스 기능을 갖춘 드론은 레이더로 잡는다. 고공에서 수직 침입하는 드론도 대응 가능하다. RF스캐너와 함께 이중 장치로 쓰인다.
RF 스캐너와 레이더로 포착한 드론은 EO·IR 카메라를 동원해 동선을 추적한다. 드론을 추적하는 과정은 영상으로 자동 저장하고, 상황반에 전달된다.
불법 드론이 항만 시설물에 접근하면 ‘재머’가 나선다. 재머는 전파차단장치다. 고정식 재머는 최대 1㎞까지 전파를 막을 수 있다. 박격포처럼 생긴 이동식 재머는 500m까지 차단 가능하다.
재머로 전파를 차단 당한 드론은 제자리를 맴돌게 된다. 이때 출동하는 게 ‘포획드론’이다. 포획드론은 허가받지 않은 드론을 지정된 안전 구역으로 강제 착륙시키거나 회항시켜 항만 시설 및 인명 피해를 보호한다.
해수부는 군·경·정보기관 등 관계 기관과 공조해 위험 단계별 운영 지침을 수립, 안티드론 시스템의 성공적인 안착과 현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안티드론 시스템에 사용되는 레이더 등 장비 모습.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뛰어난 성능·안전 보장…대응 시간은 한계
이번 현장 시연에서는 우수한 장비로 불법 드론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방법을 확인시켰다. 다만 앞으로 고민해야 할 과제도 보여줬다.
먼저 대응 시간이 늦다는 지적이다. 불법 드론 침입 확인 이후 실제 대응은 500m까지 접근했을 때 이뤄진다. 만약 폭발물을 달고 온 드론이라면 반경 500m로 시설물과 인명의 안전을 보장하는 거리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현행법상 우리가 불법 드론을 무력화할 수 있는 거리가 항만시설 상공”이라며 “이 때문에 3㎞ 전부터 (불법드론을) 주시하지만 항만시설 상공 안으로 들어왔을 때만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적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떼를 지어 오는 드론에도 속수무책이다. 현재의 방식으로는 군집 드론을 대응할 수 없다.
해수부 관계자는 “사실상 군집 드론은 군사적으로 대응해야 할 문제”라며 “현재 시스템은 그 수준까지 처리하는 건 아니고 불법 촬영이나 무단 접근 등에 대한 대비”라고 말했다.
김혜정 해양수산부 해운물류국장은 “최근 전쟁에서도 드론이 주요한 공격수단으로 등장하는 만큼, 국가중요시설인 항만에도 불법 드론의 접근, 침입 등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며 “2027년부터 여수·광양항을 시작으로 전국 무역항에 단계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면 드론을 활용한 불법 침입 방지 등 국가 방호체계가 한층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물을 발사헤 불법 드론을 잡는 포획드론 모습.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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