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숙 임명동의안 단독 처리…인준·원 구성 강행에 여야 정면충돌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입력 2026.06.30 22:00  수정 2026.06.30 22:00

인청특위 '적격' 다수 의견 채택…野 전원 불참

野 "의회 폭거·대독 총리"…협치 부재 또 반복

김민석 국회 복귀 임박…당권 정국도 가속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가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심사경과보고서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채택됐다. 한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같은 날 국회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 수순을 밟았고, 22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원장 선출까지 민주당이 강행하면서 여야 대치가 정점으로 치달았다. 한 후보자 인준으로 이재명 정부 2년차 내각 진용은 사실상 완성됐지만, 야당을 배제한 강행 처리가 반복되면서 하반기 정국 경색은 한층 깊어지는 모양새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30일 전체회의를 열고 한 후보자 청문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은 후반기 상임위 구성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점을 이유로 안건 상정에 반발하며 전원 불참했다. 이에 보고서에는 '적격'이 다수 의견으로 담겼다. 당초 보고서 채택 시한은 전날인 29일이었으나 여야 이견으로 한 차례 불발된 바 있다. 인사청문회법상 국회는 임명동의안 제출일로부터 20일 이내에 인사청문을 마쳐야 하는 만큼, 민주당은 시한을 넘긴 직후 단독으로 채택을 강행했다.


민주당은 이어 오후 본회의에서 보고서를 보고하고 한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에 나섰다.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은 장관과 달리 국회 본회의 표결이 필수로,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된다. 161석을 가진 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구조여서, 국민의힘이 표결에 불참하거나 반대표를 던지더라도 인준안 처리에는 무리가 없다.


야권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한 후보자 임명동의안 단독 처리를 두고 "국민을 무시한 의회 폭거"라고 비판했다. 인청특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번 청문회를 통해 국민이 확인한 것은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총리가 아니라 대통령의 뜻을 충실히 전달하는 '대독 총리'였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다주택 처분, 강남 오피스텔 헐값 임대, 종로구 카페 불법 증축, '모두의 창업' 정보 유출 사고 등 도덕성 쟁점을 근거로 한 후보자가 부적격이라는 입장을 끝까지 굽히지 않았다. 특히 청문회 이틀째에는 한 후보자가 보유한 강남 오피스텔을 권양숙 여사를 담당했던 미용실 원장에게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임대·매매했다는 '우회 증여' 의혹을 두고 여야가 정면충돌하기도 했다.


이번 인준은 김민석 총리에 이어 한 후보자까지 또다시 야당 협조 없이 처리됐다는 점에서 정치적 함의가 작지 않다. 여야 합의에 따른 총리 인준이 좀처럼 작동하지 않으면서, 국회 의사결정이 협상이 아닌 다수결로 굳어지는 흐름이 한층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야가 마지막으로 합의 채택한 심사보고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이낙연 총리 인준이었다. 이후 문재인 정부의 정세균·김부겸 총리, 이재명 정부의 김민석 총리 인준은 모두 보수 야당의 반발 속에 민주당이 강행했다. 진보 정권에서 보수 야당의 반발 속에 인준을 밀어붙이는 전례가 이번에도 반복된 셈이다.


인준 정국은 2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문제와 맞물려 더 격화됐다. 여야는 원 구성을 두고 14차례 협상을 벌였지만 법제사법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이견을 끝내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은 결국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하기로 했다. 한병도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당장 내일부터 국회가 정상으로 돌아가 국민 삶과 직결된 문제에 응답하고, 입법 성과를 내는 국회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자 보고서 채택과 원 구성 강행이 같은 본회의에서 동시에 처리되면서, 여야 정면충돌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 후보자가 임명되면 이재명 정부 2년차 내각 진용도 사실상 완성된다. 한 후보자는 네이버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청문회 내내 인공지능(AI) 대전환과 국가 잠재성장률 제고를 핵심 과제로 내세워왔다. 한 후보자는 모두발언에서 "일만 하는 총리가 되겠다"며 AI 전환을 통한 경제 구조 전환과 미래 세대 성장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한 후보자가 곧바로 업무에 들어가면, 전날 청와대에서 발표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비롯한 첨단산업 정책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CEO 출신 총리가 정부의 AI·반도체 드라이브를 뒷받침하는 구도가 마련되는 셈이다.


동시에 총리직을 내려놓는 김민석 총리의 국회 복귀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김 총리는 8월 전당대회 당대표 도전을 준비하며 최근 선거캠프 구성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총리가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김 총리가 참석하는 사실상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정부가 만들어낸 여러 성과가 있는데, 그것 역시 내각 국무위원 여러분을 포함해 총리님 역할이 가장 컸다"고 평가하며 힘을 실었다. 김 총리는 "국정 성공을 위해 당과 국회에서 더 열심히 전력을 다해 뛰겠다"고 화답했다.


야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보고서 단독 채택부터 임명동의안, 상임위원장 선출까지 야당을 완전히 배제한 채 강행한 것"이라며 "협치를 말하면서 실제로는 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원 구성 강행과 총리 인준이 맞물리면서 하반기 정국 경색이 불가피해졌다"고 내다봤다. 한 후보자 인준으로 내각 교체가 마무리되는 동시에 여야 대치 전선은 더 넓어진 셈으로, 친명·친문 갈등이 고조되는 당권 정국까지 맞물리며 하반기 정국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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