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흔적 하나는 남기자"…4명 살리고 떠난 60대 버스기사

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입력 2026.06.18 11:26  수정 2026.06.18 11:26

간·폐·신장 등 기증

신봉석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30년간 통근버스 운전대를 잡으며 가족을 돌봐온 60대 가장이 마지막 순간 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났다.


18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신봉석(65) 씨는 지난 4월 6일 아주대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간, 폐, 양쪽 신장을 기증했다.


신 씨는 지난 4월 3일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추락 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판정을 받았다.


장기기증은 생전 아내 권모 씨와 나눴던 약속에서 비롯됐다. 경제적 여유가 넉넉하지 않아 기부를 많이 하지 못한 대신, 언젠가 장기기증만큼은 하고 가자는 이야기를 평소 자주 나눴다는 것이다.


권 씨는 "형편이 어려워 기부는 제대로 못 하고 살았지만 여건이 되면 장기기증만큼은 하고 가자"며 "이 세상에 살았던 흔적 하나는 남기고 가자는 이야기를 남편과 자주 했다"라고 말했다.


전북 임실 출신인 신 씨는 건설회사에서 일하다 외환위기 이후 학원 차량과 통근버스를 운전하며 30년간 운수업에 종사했다. 한 번도 결근한 적이 없을 정도로 성실했고 평생 가정과 일터를 중심으로 살아왔다.


또 결혼 생활 동안 큰소리를 낸 적이 없었고 편찮으셨던 장인과 장모를 위해 6~7년 동안 주말마다 처가를 찾았을 만큼 처가 식구들에게도 각별한 사위였다.


은퇴 후에는 부부가 함께 여행을 다니며 여생을 보내자는 꿈을 품고 있었지만 갑작스러운 사고로 이뤄지지 못했다.


권 씨는 "준비 없이 이렇게 갈 줄 몰라 생각만 해도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라며 "좀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고 우리 신랑 만나서 행복했고 즐거웠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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