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홍명보호에 쏠리는 ‘우주의 기운’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6.06.12 21:00  수정 2026.06.12 21:00

체코는 향후 일정마저 운이 따르지 않는다. ⓒ 연합뉴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북중미 월드컵 첫 경기서 ‘운’과 ‘준비’ 두 가지 과정이 어우러지며 체코에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12일(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체코와의 경기서 후반 2골을 몰아치며 짜릿한 2-1 역전 드라마를 썼다.


이날 경기의 가장 큰 변수는 고지대라는 환경적 요소였다. 멕시코의 과달라하라는 해발 1566m에 위치해 산소 농도가 평지보다 낮아 충분한 대비가 없으면 빠르게 지칠 수밖에 없다.


축구대표팀은 이를 대비하기 위해 지난달 18일부터 해발 1400m의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철저한 고지대 적응 훈련에 매진했다. 선수들의 몸을 고지대 환경에 맞춘 뒤, 결전지인 과달라하라로 입성한 것.


반면, 체코의 상황은 달랐다.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를 거쳐 막판에야 월드컵 합류를 확정 짓는 바람에, 사실상 베이스캠프를 선택할 권한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텍사스의 평지에 캠프를 차릴 수밖에 없었던 체코는 고지대를 느껴보지도 못한 채 과달라하라로 날아왔다.


경기 양상은 사전 준비의 차이를 그대로 보여줬다. 전반전에는 체코 선수들도 큰 무리 없이 한국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으나 고지대의 부족한 산소는 후반전부터 본격적으로 선수들을 어려움에 빠뜨렸다.


실제로 후반 13분 선제골을 터뜨리며 기세를 올렸던 체코는 10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부터 눈에 띄게 움직임이 둔해졌다. 평지에서의 경기라면 충분히 커버했을 수비 공간도, 고지대의 산소 부족으로 인해 수비 전환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며 뒷공간을 허용하기 일쑤였다.


경기가 열린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은 해발 1566m의 고지대에 위치해있다. ⓒ 연합뉴스

반면, 한국 선수들의 움직임은 후반으로 갈수록 오히려 더 날카로워졌다. 황인범의 동점골과 오현규의 역전골 장면이 이를 잘 설명한다. 상대 수비진이 호흡을 가다듬지 못하고 발이 무거워진 틈을 타, 홍명보호는 더욱 공격적인 라인 컨트롤과 압박으로 상대를 몰아붙였다.


경기 후 홍명보 감독도 이 부분을 명확하게 짚었다. 홍 감독은 “고지대가 결과적으로 많은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 체코는 후반에 확실히 지친 기색이 역력했고, 우리 선수들은 체력적으로 상대를 더 몰아칠 수 있었다”며 “고지대 적응 훈련이 공격적인 전술을 펼치는 데 있어 큰 성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조 편성의 운도 따른다. A조에 편성된 팀들은 개최국 멕시코를 비롯해 체코, 남아공으로 역대 월드컵 조 편성 중 최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음 상대인 멕시코전이 부담으로 다가오지만 사실상 2위 결정전이었던 체코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선수들의 몸은 훨씬 가벼워진 상황이다.


이와 달리 남은 경기 승리가 필요해진 체코는 향후 일정마저 운이 따르지 않는다. 멕시코에서 첫 경기를 치른 체코는 평지인 미국 애틀랜타로 이동해 남아공과 경기를 치른 뒤 다시 6일 만에 멕시코로 돌아오는 살인적인 이동 거리까지 감수해야 한다. 앞으로 전개될 조별리그 상황까지도 ‘우주의 기운’이 홍명보호에 쏠리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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