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현지 팬들은 한국을 향해 뜨거운 응원전을 벌였다. ⓒ REUTERS=연합뉴스
한국 축구가 체코를 상대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가운데, 경기장 안팎에서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됐다. 바로 개최국 멕시코 팬들의 한국을 향한 응원이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2일(한국시각)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체코를 2-1로 꺾었다.
한국은 후반 선제골을 허용하고도 황인범의 동점골과 오현규의 역전 결승골로 승부를 뒤집으며 값진 승점 3을 확보했다. 조별리그 최대 고비로 평가받던 체코를 잡아내면서 32강 진출 전망도 한층 밝아졌다.
이날 경기장의 분위기는 마치 한국의 홈경기를 연상케 했다.
관중석 대부분을 차지한 멕시코 현지 팬들은 마치 자국팀을 응원하듯 한국이 공격에 나설 때마다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좋은 장면이 나오면 박수를 보냈다. 반대로 체코가 공격을 전개하거나 볼을 돌리며 시간을 끌 때는 야유가 이어졌다.
특히 한국이 후반 동점골과 역전골을 터뜨리는 순간 경기장 분위기는 폭발 직전이었다. 일부 관중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했고, 곳곳에서는 한국 선수들의 이름을 연호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멕시코 팬들의 한국 사랑이 남다른 이유가 있다. 그 시작은 2018 러시아월드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멕시코는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스웨덴에 0-3으로 완패하며 탈락 위기에 몰렸다. 멕시코가 16강에 가려면 같은 시각 한국이 독일을 꺾는 수밖에 없었다.
이미 탈락이 확정된 한국은 독일을 상대로 투혼을 발휘하며 2-0 완승을 거뒀다. 후반 추가시간 김영권의 선제골에 이어 손흥민이 텅 빈 골문을 향해 질주하며 쐐기골을 터뜨린 바로 그 경기였다. 당시 FIFA 랭킹 1위 독일은 조별리그에서 짐을 쌌고, 멕시코는 극적으로 16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한국이 멕시코를 구해준 셈이었다.
당시 멕시코 현지는 말 그대로 축제 분위기였다. 멕시코 팬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한국을 외쳤고, 주멕시코 한국대사관을 찾아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일부 팬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한국 국가를 따라 부르는 진풍경까지 연출했다. '카잔의 기적'은 그렇게 멕시코 축구팬들의 기억 속에 깊게 각인됐다.
8년이 흐른 지금도 그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그 사이 한류 열풍까지 몰아치며 멕시코는 중남미 국가 가운데서도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국가로 급부상했다.
실제로 지난 5월 방탄소년단(BTS)가 멕시코를 찾아 수많은 팬들이 몰려들며 높은 인기를 실감케 했다. 여기에 한국 음식과 한국어를 배우려는 젊은 층도 꾸준히 늘고 있다. 그리고 축구와 문화가 어우러진 효과는 이날 경기장에서의 뜨거운 분위기로 이어졌다.
공교롭게도 한국의 다음 상대는 바로 멕시코다. 8년 전 카잔의 기적으로 이어진 특별한 인연과 뜨거운 우정은 잠시 접어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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