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달로리안과 그로구'는 외면,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흥행…엇갈린 한국 SF 성적표 [D:영화 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06.12 15:04  수정 2026.06.12 15:06

문화적 거리감과 높은 진입장벽, 한국서 유독 약한 스페이스 오페라

지난달 27일 개봉한 '만달로리안과 그로구'가 누적 관객 19만 9702명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상위권에서 밀려났다. 북미 오프닝 주말 8200만 달러, 전 세계 누적 2억 9400만 달러(6월 12일 기준)를 거둔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성적은 유독 초라하다. 그러나 '스타워즈' 시리즈가 한국 극장가에서 고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한국에서 좀처럼 안정적인 흥행 기반을 구축하지 못했다. 디즈니 인수 후 첫 작품인 '깨어난 포스'(2015)가 시리즈 역대 최고인 327만 관객을 동원했을 때만 해도 한국에서도 스타워즈가 대중 프랜차이즈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왔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일시적인 반등에 그쳤다.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는 101만 관객에 머물렀고, '라스트 제다이'는 95만 명 수준으로 더 뒷걸음쳤다. '스카이워커의 부활'(2020) 역시 50만 명에 머물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리고 6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만달로리안과 그로구'는 20만 관객의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현상이 '스타워즈'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 배경에는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장르 자체가 국내 관객들에게 상대적으로 낯설게 받아들여져 온 측면이 자리하고 있다. 스페이스 오페라는 광활한 우주를 무대로 거대한 세계관과 영웅의 모험을 그리는 SF 장르다. 세계적으로 거대한 팬덤과 흥행력을 자랑하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유독 힘을 쓰지 못해왔다. '스타트렉' 시리즈는 국내에서 사실상 마니아층 중심 소비에 머물렀고, 비교적 선전한 사례로 꼽히는 '듄: 파트2'(2024) 역시 재개봉을 포함해 2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데 그쳤다. 북미와 유럽에서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소비되는 것과는 분명한 온도 차가 존재한다.


가장 큰 이유로는 문화적 시차가 꼽힌다. '스타워즈'가 미국 사회를 뒤흔든 1970~80년대, '스타트렉' 오리지널 시리즈가 미국 TV를 장악한 1960년대, 한국은 해외 콘텐츠 유통이 지금처럼 활발하지 않았다. 완구와 만화, 소설, 게임을 함께 소비하며 스페이스 오페라 문법 자체를 체화한 세대가 형성되지 못한 것이다. 미국에서 두 프랜차이즈가 단순한 영화와 드라마를 넘어 세대적 추억이자 문화적 공통 분모로 자리 잡는 동안, 한국에서는 일부 마니아층이 소비하는 해외 콘텐츠에 불과했다.


장르 특유의 높은 진입 장벽도 영향을 미친다. 스페이스 오페라는 한 편의 영화 만으로 완성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된 설정과 인물 관계, 역사와 신화를 공유하는 거대한 프랜차이즈 구조를 갖고 있다. 기존 팬들에게는 강력한 매력이지만 처음 접하는 관객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서사의 뿌리 역시 차이를 만든다. '스타워즈'는 기사와 왕국, 혈통과 예언, 선택받은 영웅 등 서구 신화와 중세 판타지 문법을 바탕으로 구축됐다. 조지 루카스가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의 '영웅의 여정' 이론을 적극 차용한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러한 서사는 한국 관객들에게 익숙하지 않다.


반면 한국에서 흥행한 SF들을 들여다보면 공통된 결이 보인다. '인터스텔라'(2014)는 1038만 관객을 동원하며 국내에서 우주 영화 신드롬을 일으켰고, '그래비티'와 '마션'도 각각 488만 명, 331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올해 개봉한 '프로젝트 헤일메리' 역시 290만 관객을 돌파하며 비수기 극장가의 흥행을 이끌었다.


이들 작품의 공통점은 우주보다 인간에 있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돌아가려는 아버지, 화성에 홀로 고립된 우주인, 인류를 구하기 위해 우주로 향하는 과학자처럼 서사의 중심에는 언제나 인간의 감정과 선택이 자리한다. 거대한 세계관을 이해해야만 즐길 수 있는 프랜차이즈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과 경험이 관객과의 접점을 만들어낸 것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스타워즈' 같은 작품은 세계관을 알아야 즐길 수 있지만, '헤일메리 프로젝트'는 아무것도 모르고 봐도 즐길 수 있다"라며 "국내 관객은 거대한 프랜차이즈의 일부보다 한 편의 영화 안에서 완결되는 감정과 드라마에 더 익숙한 편이다. '만달로리안과 그로구'의 성적을 통해 한국 관객과 스페이스 오페라 사이에 존재하는 문화적 거리감과 소비 방식의 차이를 다시 확인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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