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굽던 팬들, 극장으로”… 공연계 점령한 K-웹툰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06.12 14:01  수정 2026.06.12 14:01

'유미의 세포들' '세이렌' 등 웹툰 원작 공연 잇따라

"원작 흐름 유지하면서 노래, 춤으로 무대만의 차별화"

웹툰 지식재산권(IP)을 오프라인 무대로 옮기는 무대화 시도가 가속화되면서, 웹툰이 단순한 모바일 콘텐츠를 넘어 공연계의 가장 강력한 원천 콘텐츠로 자리 잡는 추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5 웹툰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우리나라 웹툰 산업 매출액은 2조 2856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규모로 성장했다. 이는 2023년의 2조 1890억원 대비 4.4% 성장한 규모다.

ⓒ샘컴퍼니

이 같은 막대한 시장 규모는 웹툰 산업이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했음을 증명하는 동시에, 타 장르로의 확장을 위한 거대한 자본과 탄탄한 독자 기반이 마련되었음을 의미한다. 과거의 웹툰 IP 활용이 주로 드라마나 영화 등 영상화에 집중되었다면, 최근의 흐름은 연극과 뮤지컬 등 현장 중심의 공연 예술로 영역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최근 웹툰 IP의 공연화는 장르 간 이동 시 시차를 최소화하여 원작의 파급력을 그대로 이어가는 이른바 플랫폼 릴레이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네이버웹툰의 메가 히트작인 ‘유미의 세포들’이다. 지난 5월 종영한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 시즌3’의 열기가 채 식기도 전인 6월 30일, 뮤지컬로 관객을 만난다.


이는 웹툰에서 출발한 하나의 원천 IP가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을 거쳐 무대 공연으로 공백 없이 연결되는 구조를 보여준다. 이러한 연쇄적 각색 방식은 원작 팬덤의 몰입도를 이탈 없이 유지시키며 IP의 수명을 연장하고, 각 플랫폼 간의 유기적인 연결을 통해 원천 콘텐츠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평가받는다.


‘유미의 세포들’을 이끄는 양정웅 연출은 “훌륭하고 재미있는 원작을 뮤지컬로 선보인다는 게 쉽지는 않은 도전”이라면서도 “브로드웨이에서 (영화 원작의) 뮤지컬 ‘해리포터’를 봤는데, 영화에선 볼 수 없던 이야기를 프리퀄로 풀어내 재미있었다. ‘유미의 세포들’도 109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고 춤과 노래로 웹툰, 드라마와 차별화하면서 공연 만의 매력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미의 세포들’ 외에도 다수의 인기 웹툰이 공연화를 진행 중이거나 이미 마쳤다. 이미 한 차례 공연했던 ‘신과 함께 저승편’ ‘나 혼자만 레벨업’ 등은 물론 새롭게 선보이는 ‘세이렌’ ‘죽음에 관하여’ 등이 무대 상연을 앞두고 있다. 또 앞서 ‘은밀하게 위대하게’ ‘나빌레라’ 등도 관객을 만났다.



창작가무극 ‘신과함께_저승편’의 2023년 공연사진 ⓒ서울예술단

이들 작품은 단순히 웹툰 연재 당시의 인지도에만 의존하지 않고, 단행본, 영화, 드라마 등 복수의 매체를 거치며 서사의 완성도와 대중성을 다각도로 검증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미 여러 매체에서 흥행성이 증명된 작품들이기 때문에 무대화 과정에서도 고유의 서사적 매력을 유지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공연 제작사들이 대형 웹툰 IP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상업적 안전장치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공연 기획 방식과 비교했을 때 웹툰 IP는 초기 기획 비용과 흥행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뚜렷한 이점을 가진다. 또 웹툰 연재 기간 동안 축적된 독자의 성별, 연령대, 구매 패턴 등의 구체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관객층을 정교하게 예측하고 마케팅 전략도 계획할 수 있다. 더욱이 웹툰 플랫폼에서 유료 회차를 보기 위해 적극적으로 비용을 지불하던 핵심 독자층, 이른바 ‘쿠키를 굽던’ 팬들이 극장의 실구매 관객으로 전환되면서 초기 티켓 판매율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업계에서도 웹툰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무대화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네이버웹툰의 모회사인 웹툰 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신규 작품 발굴과 창작자 지원 사업에 700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양적인 콘텐츠 확충을 넘어, 초기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 및 다매체 전환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공연 관계자는 “과감한 자본력과 촘촘한 플랫폼 릴레이 구조가 결합된다면, 한국의 웹툰 IP가 월트디즈니 수준의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IP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전망하면서 “원작의 인지도에 기댄 일회성 각색을 넘어, 플랫폼 간 연결을 통한 IP 가치 극대화가 국내 영상 매체와 무대 그리고 웹툰 산업의 새로운 상생 동력으로 안착하고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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