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필수약 공급 부족 158개·공급 중단 149개
국가필수의약품 51.8%, 제조·수입업체 2곳 이하 의존
“필수약 공급 차질시 현장 혼란…진료 공백 우려”
ⓒ게티이미지뱅크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국가필수의약품도 공급 불안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공급 중단 또는 부족이 발생한 의약품 1424개 가운데 307개가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상당수 품목이 1~2개 업체에 생산·수입을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나 필수의약품 공급망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2021~2026년 2월 생산·수입 공급 중단(부족) 의약품 목록’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공급 차질이 발생한 국가필수의약품은 총 307개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공급 부족은 158개, 공급 중단은 149개로 집계됐다.
전체 307개 가운데 대체의약품이 없는 품목은 45개였다. 대체의약품이 있는 경우는 255개로 더 많았지만, 의료계에서는 대체약이 존재한다고 해서 공급 차질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대체약이 있더라도 부작용이나 치료 효과 차이 등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특정 의약품 공급 중단이 발생하면 현장에서는 작지 않은 혼란이 뒤따를 수 있다”며 “특히 의료기관 규모나 재고 상황에 따라 체감하는 어려움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공급 불안이 반복되는 배경으로는 특정 업체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꼽힌다. 식약처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국가필수의약품 488개 가운데 253개(51.8%)는 제조·수입업체가 2곳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는 이달 3개 품목을 추가 지정해 현재 총 491개의 국가필수의약품을 관리하고 있다.
국가필수의약품은 대체 가능성이 낮고 환자 진료에 필수적인 의약품으로, 공급 중단 시 국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응급실이나 중환자실, 희귀·난치질환 치료 현장에서는 특정 약제의 대체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아 공급 차질이 곧 진료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소수 업체에 대한 의존도는 공급 불안 사례로 이어지고 있다. 소아 경련 환자 치료에 사용되는 국가필수의약품 ‘아티반’(성분명 로라제팜)은 기존 공급사의 생산 중단으로 공급 공백 우려가 제기된 대표적인 사례다. 이 밖에도 GC녹십자의 알레르기 치료제 히스토불린주, 비씨월드제약의 결핵 치료제 튜비스정과 튜비스투정 등도 사실상 단일 업체가 생산하는 품목으로 공급 지연 사례가 반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낮은 수익성 역시 공급 불안을 키우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필수약이라도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경우 생산 유인이 제한적인 데다, 원료비와 제조비는 상승하는 반면 약가 조정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이 같은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필수의약품에 대한 보상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요가 많지 않더라도 진료 현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의약품은 안정적으로 생산·공급될 수 있도록 약가 체계를 비롯한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형민 인제대 일산백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대체의약품이 있다고 해서 같은 약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사과를 깎을 때 과도 대신 식칼을 사용할 수는 있어도 완전히 같은 도구가 아닌 것처럼 의약품도 저마다 작용 기전과 특성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응급실에서는 특정 약제의 공급 중단이 환자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다”며 “필수약 공급이 중단되면 진료 체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필수의약품 공급 문제를 시장 논리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국가가 수요와 공급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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