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 드 라 뮈지크 2026+’ 콘퍼런스 개최…송라이팅 허브 된 서울·숏폼 이후의 음악·AI 저작권까지 논의
케이팝(K-POP)은 국내 작곡들이 만들고 한국 팬덤만 소비하는 음악이 아니다. 전 세계 송라이터와 프로듀서가 서울로 모이고, 한국 아티스트는 글로벌 무대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동시에 숏폼에 맞춘 짧은 곡, 다수 작곡가가 참여하는 제작 방식, 인공지능(AI)과 저작권, 현지화 그룹의 등장까지 케이팝을 둘러싼 질문도 복잡해지고 있다.
ⓒ페트 드 라 뮈지크 2026+ 콘퍼런스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틸라 그라운드에서 한국과 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맞아 ‘페트 드 라 뮈지크 2026+’ 콘퍼런스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K팝에서 글로벌 팝으로: 경계 없는 음악을 다시 생각하다’를 주제로 한국과 프랑스의 음악 산업 관계자들이 케이팝의 제작 방식과 글로벌 협업, 음악 산업의 변화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앰플리파이드 대표 정효원이 모더레이터를 맡았고, 스웨덴 출신 뮤직 프로듀서 알렉스 칼슨, 프랑스 아티스트 겸 송라이터 에이미 가디아가, 살폿 뮤직 그룹 대표 앤드뉴, 키즈 카타나 레코드 대표 타라파 사흘룰이 패널로 참석했다.
첫 번째 화두는 케이팝의 분업화된 제작 방식이었다. 에이미는 “비욘세를 비롯한 여러 아티스트를 들으며 자랐고, 하나의 곡에 여러 작곡가와 프로듀서가 참여하는 방식은 익숙하다”며 “케이팝에서도 한 명의 작곡가, 두 명의 프로듀서 등 다양한 경우가 있다. 이런 분업은 일반적인 흐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수 작곡가가 한 곡에 참여하는 방식이 퍼블리싱 측면에서 갖는 어려움도 언급됐다. 앤드뉴는 “여러 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니다. 중요한 건 작가들이 어느 회사에 소속돼 있는지”라며 “한 팀 소속의 작가 8명이 참여하는 것은 컨트롤이 어렵지 않지만, 각자 소속이 다르면 지분 정리와 저작권 징수 과정이 복잡해진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앞으로 케이팝에서 한 곡에 참여하는 작가 수가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앤드뉴는 “많은 작가가 참여한 계기 중 하나가 멜로디 조합에서 오는 것이라고 보는데, AI 발전으로 그 부분이 일부 해소되고 있다”며 “앞으로는 대중적인 퀄리티보다 특정 아티스트만 만들 수 있는 색, 그 사람만의 색을 온전히 담아낸 곡이 더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AI와 저작권 문제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알렉스는 “AI는 작곡을 잘할 수 있지만 문제가 더 많다”며 “저작권을 어떻게 할 것인지, 법적 보호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큰 장애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AI가 만든 노래를 아티스트가 부르면 법적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생함도 떨어진다. 작곡에 AI를 쓰는 것은 법적 보호가 어렵다는 점에서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반면 앤드뉴는 “아직은 시대의 흐름을 더 지켜보고 싶다”며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는 도구이기 때문에 법적 규율이 생기기 전까지 잘 활용하는 사람은 활용할 것이고, 보호할 것은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쟁점은 숏폼 시대의 음악 길이와 제작 트렌드였다. 정 대표는 “올해는 키키의 ‘404’, 하츠투하츠의 ‘루드’처럼 하우스 장르가 다시 올라왔다”며 “2015년 샤이니 ‘뷰’, 에프엑스 ‘포 월즈’ 때 왔던 파도가 다시 오는 사이클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동시에 숏폼에 최적화된 2분대 초반 이지리스닝 곡으로 앨범을 채우려는 움직임도 많다”며 “젊은 세대에게 다가가기에는 좋지만, 긴 호흡의 곡이 가진 퀄리티가 사라지는 느낌도 있다”고 짚었다.
타라파는 “아티스트와 크리에이터, 레이블 모두 시류를 따라가야 하지만, 무조건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틱톡과 숏폼만을 위해 음악을 만들면 창의성을 잃을 수 있다”며 “이미 효과적인 것을 재복제할 수는 있지만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에이미 역시 “모두가 숏폼만 찾는다는 건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본다”며 “케이팝에 곡이 반드시 몇 분이어야 한다는 규칙은 없다. 청자들이 정말 즐길 수 있는지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재즈 뮤지션으로서 16분짜리 곡도 쓴다. 짧은 것도 좋지만 거기에만 맞춰지는 것은 문제가 된다”고 전했다.
앤드뉴 ⓒ페트 드 라 뮈지크 2026+ 콘퍼런스
앤드뉴는 곡 길이가 짧아지는 원인을 숏폼만으로 보지는 않았다. 그는 “숏폼 발전 때문에 곡 길이가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케이팝 산업이 발전하면서 하나의 테마로만 가는 곡이 아니라 여러 테마가 한 곡에 들어가고, 그런 곡이 4분으로 가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음악 스타일이 바뀌면서 곡의 스타일도 바뀌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프랑스 음악 업계와 한국 음악 산업의 협업 가능성도 논의됐다. 에이미는 “프랑스에서는 실제 경험을 이야기하는 곡들이 차트에서 강하게 작동한다”며 “케이팝은 특별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프랑스에서는 라이프스타일에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K인디 음악을 듣고 있는데 한국 문화가 반영되는 방식이 흥미롭다. 한국의 ‘한’과 연결된 감정이 인디 음악에서 강력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타라파는 프랑스를 “문화의 허브”라고 표현했다. 그는 “프랑스는 아프리카, 아시아, 중동, 동유럽 등의 요소가 하이브리드되는 곳”이라며 “프로덕션과 작곡 전문성이 있고, 글로벌 팝에도 영향을 미쳐왔다. 그런 다양성이 프랑스 음악을 유니크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앤드뉴는 “케이팝은 음악만이 아니라 종합적인 엔터테인먼트에 가깝다”며 “시각자료와 퍼포먼스가 붙었을 때 그 음악을 케이팝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음악을 잘하고 개성을 부여하려면 그 사람이 보고 느끼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수준도 높아야 한다. 프랑스는 그런 지점에서 한국 작가들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아티스트들이 많다”고 말했다.
퍼블리싱과 저작권, 시장 전략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에이미는 “유럽에서는 팀을 구성하는 데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며 “여러 기업이 나눠져 있으면 문제가 생겼을 때 다른 쪽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 보호받는 느낌이 있다. 모든 것이 하나의 기업에 통제되면 아티스트 입장에서 자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작곡가와 아티스트에게 파편화된 권력이 배분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몇 년 전까지 케이팝은 회사 없이 아티스트가 어떤 일도 하기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앞으로는 권리들이 조금 더 분산되는 현상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지막 주제는 K콘텐츠를 넘어 글로벌 콘텐츠로 향하는 방향이었다. 타라파는 “협업의 결과가 어떨지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여러 문화가 융합된 형태가 나올 것”이라며 “모든 참여자가 좋은 도구를 가지고 좋은 음악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만큼 좋은 음악이 나올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에이미는 “한국은 미국과 협업을 많이 해왔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데 익숙하지만, 프랑스는 미적인 스토리에 집중하고 효율성은 떨어진다”며 “문화적 차이가 있는 만큼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콘퍼런스 후반부에는 케이팝이 글로벌 팝으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케이팝이라는 장르의 경계가 흐려지는 문제도 논의됐다. 캣츠아이 같은 현지화 그룹의 등장과 영어 가사 확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케이팝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알렉스 칼슨 ⓒ페트 드 라 뮈지크 2026+ 콘퍼런스
알렉스는 “캣츠아이 같은 사례는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이들이 한국식 트레이닝과 마케팅 자원, 연습생 시스템의 혜택을 받았다면 케이팝이 아니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반대로 글로벌 팝이 케이팝처럼 들리기도 한다. 아리아나 그란데를 비롯한 많은 팝 음악도 이미 케이팝의 영향을 받고 있다. 글로벌 팝에 계속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앤드뉴는 케이팝의 색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저는 무조건 한국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한국어를 쓰지 않는 현지화 그룹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케이팝 아티스트는 영어를 자유롭게 하지 못한다. 그런 상황에서 영어로만 노래를 만드는 것은 부자연스럽고 청취자도 그것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만든 음악에 솔직해지려면 한국어를 써야 한다. 그것을 증명하는 것이 에이티즈와 스트레이 키즈의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 대표는 “케이팝을 설명할 때 부정적으로 공장, 팩토리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곡 작업 측면에서 반박할 부분은 있지만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프랑스 작곡가들과 협업하면서 우리의 부족함을 서로 찾아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콘퍼런스는 케이팝이 글로벌 팝으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필요한 질문을 한자리에 모은 자리였다. 서울은 글로벌 송라이팅 허브로 떠올랐고, 프랑스는 미학과 문화적 다양성으로 새로운 협업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러나 음악 길이, AI, 저작권, 현지화 그룹, 언어의 문제까지 케이팝이 세계 시장에서 더 넓게 자리 잡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도 함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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