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야 흐리고 빛 번진다면"…앤 해서웨이도 겪은 '이 질환' [김효경의 데일리 헬스]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6.06 05:00  수정 2026.06.06 05:00

백내장 환자 154만명…중장년층에서도 꾸준히 증가

야간 운전 불편·눈부심 심해지면 안과 검사 필요

중장년층 환자 증가세…“노안으로 오인 말아야”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주연 배우 메릴 스트립과 앤 해서웨이(오른쪽)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유명 할리우드 배우 앤 해서웨이(44)가 조기 백내장으로 인해 10년간 왼쪽 눈이 사실상 실명 상태였다고 밝히면서 백내장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백내장은 노인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중장년층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가까운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 증상을 단순 노안으로 넘기지 말고, 시야 흐림이나 빛 번짐 등이 동반될 경우 정확한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 백내장 환자는 2020년 141만명에서 2024년 154만명으로 약 10% 증가, 전체 환자 가운데 약 16%는 30~50대로 집계됐다. 고령층 질환이라는 인식과 달리 중장년층에서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안과 백내장은 모두 흔하게 나타나지만 원인과 증상은 다르다. 노안은 대개 40대 중후반부터 시작되며 수정체의 탄력이 떨어지면서 가까운 곳에 초점을 맞추는 능력이 저하되는 현상이다. 스마트폰이나 책, 메뉴판의 작은 글씨가 잘 보이지 않고 눈의 피로감이나 두통을 느끼기도 하지만 돋보기를 착용하면 증상이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백내장은 눈 속 수정체가 혼탁해지면서 시야 자체가 흐려지는 질환이다. 마치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게 보이거나 빛 번짐, 눈부심, 야간 시력 저하 등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야간 운전 시 맞은편 차량의 전조등이 과도하게 번져 보이거나 시야 확보가 어려워지는 경우 백내장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일부 백내장 환자에서는 수정체가 경화되는 핵성 백내장이 진행되면서 일시적으로 가까운 글씨가 더 잘 보이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정소향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이 경우 노안으로 가까운 곳이 잘 보이지 않던 사람이 오히려 돋보기 없이 글씨를 읽을 수 있게 된다”며 “시력이 좋아진 것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백내장이 진행되고 있는 신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내장은 노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지만 최근에는 비교적 젊은 연령층에서도 증가하는 추세다. 대표적인 위험 요인으로는 고도근시가 있다. 근시가 심해질수록 안구 길이가 길어지면서 수정체 주변의 대사 이상이 발생해 백내장이 이른 나이에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밖에도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한 대사증후군, 자외선 노출, 아토피 피부염과 알레르기 결막염으로 인한 잦은 눈 비빔, 스테로이드 제제 장기 사용, 안구 외상, 유전적 요인 등이 백내장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 사용과 백내장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아직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 다만 정 교수는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 특히 야간에 동공이 확장된 상태에서 장시간 노출되면 블루라이트 노출량이 증가할 수 있다”며 “일부 연구에 따르면 블루라이트가 수정체 세포 손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백내장을 방치하면 수술 난도가 높아지고 합병증 위험도 커질 수 있다. 수정체 혼탁이 심해져 과숙 백내장으로 진행되면 수정체 핵이 단단해져 수술 시간이 길어지고 합병증 발생 위험도 증가한다. 또한 수정체가 팽창하면서 눈 속 방수의 배출 통로를 막아 급성 폐쇄각 녹내장을 유발할 수도 있다.


백내장의 근본적인 치료법은 수술이다. 초기에는 약물치료를 통해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지만 이미 혼탁해진 수정체를 정상 상태로 되돌릴 수는 없다. 시력 저하로 인해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끼기 시작하면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수술을 시행한다.


다만 모든 환자에게 같은 치료법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정 교수는 “녹내장이나 황반변성, 망막질환 등 다른 안과 질환이 동반됐거나 과거 라식·라섹 등 굴절교정수술을 받은 경우에는 보다 정밀한 검사와 맞춤형 치료 계획이 필요하다”며 “시야가 흐려지거나 빛 번짐이 지속된다면 단순 노안으로 여기지 말고 안과 검진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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