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 아닌 ‘선택’이 된 연애
취미와 결합하고 '릴레이' 소개팅으로 효율성 극대화
“경험의 콘텐츠화…소개팅도 하나의 이벤트”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다수의 남녀가 한데 모여 자리를 바꿔가며 만남을 이어나가는 ‘로테이션 소개팅’은 최근 새롭게 생겨난 방식이다. 한 자리에서 여러 명의 상대를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는, ‘효율성’을 극대화한 이 방식에 청년들이 호응 중이다. 소모임 애플리케이션(앱)에 ‘소개팅’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수백 개의 모임을 확인할 수 있다.
# 참가비 3만원을 내고 로테이션 소개팅에 참가했던 직장인 남성 A(28) 씨는 “로테이션 소개팅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한 ‘효율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이성을 만날 때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지지만, 바쁜 현대 사회에서는 모든 것을 빠르게 결정해야만 한다. 특히 새로운 인연을 만날 기회조차 점차 줄어드는 요즘, 기존의 방식과 달리 짧은 시간 내에 최소 6명에서 많게는 십여 명의 이성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은 매우 큰 이점이다. 폭넓은 선택의 기회를 단기간에 제공한다는 뚜렷한 장점이 이 방식을 선택하게 된 핵심 배경”이라고 말했다.
# 또 다른 참가자인 직장인 남성 B(29) 씨 역시 “이성과의 접점을 억지로라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로테이션 소개팅의 장점으로 꼽으며 “나이, 외모, 성격 등 각각 다른 이성을 한자리에서 만나 대화하기 때문에 각자의 이상형을 찾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고 ‘효율성’을 언급했다.
‘로테이션 소개팅’처럼 이제는 누군가 만나고 싶을 때면 앱을 설치하는게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구성원의 나이대부터 모임의 성격까지, 선택지가 다양하게 펼쳐진다. 짧은 시간 안에 다수의 사람을 빠르게 살피는가 하면, 같은 취미를 공유하며 가능성을 살피기도 한다.
연애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 시대, 2030 세대는 소개팅을 하나의 ‘놀이’처럼 즐기고 있는 것이다.
2030세대 4명 중 3명은 연애를 ‘하지 않는’ 상태다.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앰아이(PMI)가 전국 만 20~49세 미혼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1.7%가 ‘현재 연애를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연합뉴스
하지만 만남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연애를 하고 있지 않은 이유로 ‘만남의 기회나 경로가 부족해서’(24.7%) ,‘감정 소모가 힘들어서’(23.8%), ‘나의 가치관이나 취향에 맞는 사람을 찾기 어려워서’(23.4%)를 꼽은 이들은, 이 단점을 최소화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인연을 찾아 나서고 있다.
‘자연스럽게,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젊은층의 선택을 이끄는 요인이 된다. 로케이션 소개팅을 해봤거나, 하기 위해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본 다수의 2·30대 청년들은 공통적으로 “재미있을 것 같았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일부 로테이션 소개팅은 주최자의 성격에 따라 콘셉트가 달라지는데, 이것이 젊은층의 흥미를 유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와인과 위스키를 마시며 소개팅을 하는가 하면, 밸런스 게임을 통해 취향을 빠르게 공유하기도 한다. 혹은 아예 프립과 문토 등 취미를 함께 탐색하는 소모임 앱을 통해 와인과 러닝 등 공통의 취미를 공유하며 소개팅을 하는 이들도 있다.
결혼정보회사는 물론, 지인의 소개를 통해 만나는 전통적인 방식에는 “부담감을 느낀다”는 이들 역시 가볍지만,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모임이 된 것이다.
소모임 앱을 통해 독서하는 모임에 참여했던 여성 직장인 C(32) 씨는 “소개팅의 목적도 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하루 재밌게 놀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참여 계기를 밝혔다.
대학생 D(23) 씨는 로케이션 소개팅의 콘셉트를 보고 호기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외모승인제’를 거쳐야만 소개팅에 참여할 수 있는 콘셉트를 경험한 그는 “당시 릴스 등 숏폼에 자주 광고하던 ‘외모승인제’라는 멘트가 흥미로워 참여한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프립 캡쳐.
이에 대해 취미여가 탐색 플랫폼 프립의 임수열 대표는 “기존 매칭 앱은 효율적이지만 첫 만남의 어색함이 크다. 반면 취미·액티비티 기반 모임은 공통 관심사가 먼저 연결고리가 되기 때문에 훨씬 자연스럽게 관계를 시작할 수 있다. 프립의 남녀모임 상품이 단순 소개팅이 아닌 쿠킹 클래스, 여행 등 액티비티 결합형이 많은 것도 이런 수요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직접 모임을 주최하며 재미를 확대하기도 한다. D씨는 “로케이션 소개팅에 참여한 계기 중 하나는 내가 직접 모임을 주최하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장 조사 겸 참여를 했다”며 “내가 기획한 소개팅은 상업적 목적이 아닌, 단순 재미를 위해서 였다. 친구들과 함께 로케이션 소개팅을 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해 추진했다”라고 말했다.
임 대표 역시 프립 내 남녀 모임·소개팅 카테고리의 성장 속, 특히 주목할만한 점으로 “소규모 소개팅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해 올리는 개인 호스트의 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경험에 열려 있고, 또 이를 콘텐츠화하며 재미를 확장하는 MZ세대의 문화와 맞물린 결과다. 임 대표는 “(MZ세대는) 만남 자체보다 '이런 곳에서 이런 사람들과 이런 걸 했다'는 경험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데 익숙한 세대다. 소개팅도 하나의 이벤트로 접근하고 있다. 실제로 프립 내 남녀모임 상품 후기 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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