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감독 연출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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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막차를 놓친 성용(한성용 분)은 면목동으로 향하기 위해 택시를 잡지만 번번이 승차를 거부당한다. 간신히 한 대의 택시에 올라타지만 이번에는 택시 기사 대한(김지훈 분)이 차고지가 화곡동이라며 운행을 거절한다. 성용은 아픈 어머니를 만나러 가야 한다며 애절한 사연을 늘어놓고, 대한은 마음이 흔들려 운행을 수락하려 한다. 그러나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성용의 이야기가 거짓말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이후 두 사람은 택시 안에서 좀처럼 끝나지 않는 설전을 벌인다. 성용은 승차거부로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대한은 빈 차로 돌아가야 하는 손해를 이유로 추가 요금을 요구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게 합의되지 않는다. 성용은 최저임금과 서민의 삶을 들먹이며 만 원의 가치를 역설하고, 대한은 택시요금 체계와 영업 현실을 줄줄 읊어댄다. 서로 자신의 주장만 정당화하려는 가운데 대화는 점점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고, 감정 호소와 논리, 원칙과 핑계가 뒤섞인 황당한 말싸움으로 변질된다.
박진영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주성치식 코미디를 적극적으로 오마주했다. 주성치식 코미디의 핵심은 사소한 갈등을 거대한 사건처럼 부풀리는 과장된 연출과 엉뚱한 논리식 유머에 있다. 여기에 일부러 연기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날 정도의 과장된 표정과 몸짓, 진지한 분위기를 쌓아 올리다가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메타 코미디 감각이 더해진다. 평범한 소시민들의 욕망과 허세를 우스꽝스럽게 비틀면서도 그 안에 인간적인 씁쓸함을 남기는 것 역시 주성치 영화의 특징이다.
영화는 이러한 문법을 택시라는 좁은 공간 안에 효과적으로 녹여낸다. 면목동에 가려는 승객과 이를 거부하는 기사라는 단순한 상황은 어느새 최저임금과 택시요금, 서민 경제까지 거론되는 거창한 논쟁으로 확장된다. 두 사람은 마치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협상가처럼 자신의 논리를 펼치지만, 정작 출발점은 목적지와 만 원을 둘러싼 실랑이라는 점에서 웃음을 유발한다. 특히 성용과 대한은 모두 평범한 소시민들이다. 영화는 이들의 하찮은 갈등을 과장된 방식으로 확대하면서 코미디를 만들어낸다.
배우들은 구어체와 문어체를 오가며 현실과 희극의 경계를 허물고, 진지함과 우스꽝스러움이 끊임없이 교차하는 순간들은 예상치 못한 웃음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협상택시'는 택시 안에서 벌어지는 황당한 소동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쉽게 자신의 입장에 유리한 논리를 만들어내며 살아가는지를 익살스럽게 보여준다. 웃고 나면 묘하게 뜨끔해지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러닝타임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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