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현장] 한 거리, 동시에 외쳐진 두 이름…'동성로 결투' 김부겸·추경호

데일리안 대구 =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입력 2026.05.30 23:30  수정 2026.05.30 23:30

사전투표 마지막 날, 동성로 일대서 화력 집중

김부겸 "삼성·SK 부른다"…한정애·권칠승 동행

추경호 "보수 자존심 지키자"…송언석 지원 사격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가 30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아트스퀘어에서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데일리안 김수현 기자

"이 거리, 이 김부겸이 살려보입시다."


30일 오후 5시, 대구 중구 동성로 아트스퀘어.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가 마이크를 잡자 군중 사이로 "김부겸!" 연호가 터졌다. 김 후보 뒤로는 한때 동성로의 심장이었지만 지금은 재개발을 앞두고 문을 닫은 옛 대구백화점이 우뚝 서 있었다.


비슷한 시각, 동성로의 또 다른 한쪽에서도 "기호 2번 추경호!"를 외치는 또 다른 함성이 울렸다.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가 도심 한복판에서 시민들과 마주하고 있었다.


6·3 지방선거 사전투표 마지막 날, 대구의 정치 1번지 동성로는 양 진영의 함성으로 들썩였다. 두 후보 모두 사전투표 마감을 코앞에 두고 한 표라도 더 끌어내기 위해 도심에서 화력을 쏟아부었다.


김 후보는 동성로의 '잃어버린 영광'을 표심 자극의 도구로 꺼내 들었다. 그는 옛 대구백화점 건물을 손으로 가리키며 "동성로의 가장 상징적인 건물이 바로 대백(대구백화점 줄임말)이고, 이번에 재개발 단계에 들어간다"며 "동성로 부활 프로젝트, 김부겸과 함께 시작해보자"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이 거리가 청춘들로 북적일 때 대구 경제가 살고 대구에 희망이 있었다"며 "다시 김부겸과 함께 동성로를 그런 모습으로 부활시켜야 한다"고 했다. 대구백화점 부지에 대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잘 개발해 청년들이 AI 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을 만들겠다"며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가 30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아트스퀘어에서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데일리안 김수현 기자

김 후보의 입에서 '삼성·LG·SK' 세 글자가 나오자 군중이 술렁였다. 김 후보는 신공항이 떠난 자리에 들어설 미래 청사진을 펼쳐 보였다. "공항 240만평에 주변 개발제한구역 땅까지 더하면 400만평이 넘는 땅을 쓸 수 있다"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1~5공장 전체 연관 부지가 450만 평인데, 세계 최고의 산업단지가 됐다"고 비교했다. 김 후보는 "여기에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회장 앞으로 초대장을 보낼 것"이라며 "당신들 여기 투자하라, 신공항 사업에 먼저 선뜻 들어와달라고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원 유세에 나선 인사들은 추 후보를 정조준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국민의힘 후보가 예산 전문가라고 자랑하는데, 평생 예산 깎는 일을 전문으로 한 분"이라며 "김부겸은 코로나 때 대구·경북에 1조원 넘게 가져왔다. 김부겸은 예산 가져오는 전문가"라고 꼬집었다.


권칠승 의원은 대구의 사전투표율을 끄집어냈다. 권 의원은 "대구 사전투표율이 전국 꼴찌 수준인데, 그나마 군위는 엄청 높더라"며 "군위 군민들이 그만큼 김부겸을 신뢰한다는 뜻 아니냐. 다른 대구 시민들이 이걸 안 받아주면 군위 군민에 대한 배신 아니냐"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를 누비며 추 후보 지원에 나선 데 대해서는 권 의원의 견제구가 매서웠다. 권 의원은 "전 대통령이 대구를 위해 살살 돌아다닌다고 한다. 맨날 짠하다고 또 찍어주냐"며 "대구 시민이 더 짠하다. 짠하다고 또 찍어주니까 대구 시민들이 제일 짠한 신세에 걸린 것 아니냐"고 비꼬았다.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가 30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데일리안 김수현 기자

같은 시각 추 후보 측은 도심 곳곳을 누비며 화력을 모았다. 추 후보는 이날 오전 동구 금호강 화랑교에서 열린 마라톤 행사 출발선에 모습을 드러낸 데 이어, 낮 12시 30분 대구라이온즈파크에서는 야구팬들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최강 삼성!" "삼성 우승해야 합니다!" 함성이 야구장 입구를 가득 채웠다. 한 두산팬이 "삼성 아닌데요!"라고 받아치자 일대가 웃음바다가 됐다.


라이온즈파크 유세에 동행한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은 "추 후보는 윤석열 정부 경제수장으로 문재인 정부가 남긴 국가부채·가계부채·부동산 폭탄을 잡아낸 사람"이라며 "한일 통화스와프로 외환위기를 막은 사람이 추경호"라고 했다. 김 의원은 "국가 살림을 살려낸 사람이 대구·경북 살리는 건 누워서 떡 먹기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추 후보는 마이크를 넘겨받자 "지금 바람이 불어도 확실하게 분다. 압승하겠다"며 "대구 경제를 살리고 오만한 민주당 정권을 견제하는 균형추 역할을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보수의 자존심, 대구를 지키기 위해 함께 뛰어달라"고 호소했다.


30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시민들이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가 측 유세를 지켜보고 있다. ⓒ 데일리안 김수현 기자

오후 3시 경 달서구 서남시장에서는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합류해 화력에 힘을 보탰다. 송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의 사전투표 투표지 노출 논란을 정조준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기표소에서 투표용지를 갖고 나와 '반밖에 안 찍혔는데 무효가 되느냐'고 물었다"며 "투표관리관이 보여주면 안 된다고 했는데도 괜찮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금 자기가 왕이 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송 원내대표는 "기호 2번을 찍으면 준비된 시장도 뽑고, 독재적으로 가는 민주당에 민심도 보여줄 수 있다"고 했다.


같은 시각 추 후보도 동성로 일대에서 시민들과 직접 마주했다. 추 후보는 거리에서 마주친 시민들과 일일이 손을 맞잡고 사진 요청에 응하며 막판 스킨십에 화력을 쏟았다. "이미 찍고 왔다", "꼭 이겨라"라는 시민들의 응원이 곳곳에서 이어졌다.


저녁 무렵, 김 후보의 발걸음은 서문시장 야시장으로 향했다. 비슷한 시각 추 후보는 달서구 두류네거리에서 퇴근길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사전투표 마지막 날, 두 후보는 마감 시간까지 시민들 곁을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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