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또 연장' 유류세 인하…26년째 되풀이된 '물가 소방수' 명암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입력 2026.05.29 09:30  수정 2026.05.29 09:30

정부, 유류세 인하 7월 말까지 추가 연장

축산물 할당관세 0% 조치 병행

재정 전문가 "세수 기반 약화 우려”

축산업계 "수입 확대로 국내 농가 타격”

유류세 인하가 2000년 첫 시행 이후 고유가 때마다 반복된 ‘물가 소방수’로 굳어지면서 세수 감소와 가격 반영률, 종료 이후 가격 되돌림 우려도 커지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정부가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를 오는 7월 31일까지 2개월 추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닭고기와 돼지고기에 대한 0% 할당관세 조치도 함께 이어진다. 기름값과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즉각적으로 누르겠다는 정책적 조합이다.


그러나 유류세 인하는 이번에 처음 등장한 임시방편이 아니다. 지난 2000년 김대중 정부 시절 첫 시행된 이후 고유가 국면마다 반복해서 꺼내든 대표적인 세제 완충 카드다.


이같은 단기 대책은 국민 체감 부담을 빠르게 낮추는 효과가 있다. 그럼에도 한시 조치가 반복되고 장기화될수록 세수 감소와 유통 단계에서의 마진 흡수, 조치 종료 이후의 가격 되돌림이라는 한계와 비용이 수반된다.


시장에서는 더 이상 유류세 인하와 할당관세에 호의적이지 않은 분위기다. 오히려 단기 처방이 향후 세수 기반 약화와 농산물 수입 확대로 국내 농가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유류세 인하는 2000년 김대중 정부 당시 첫 시행된 이후 고유가 국면마다 반복적으로 꺼내 든 물가 대응 카드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수송용 유류 10% 인하로 대표적 고유가 대책으로 각인됐고,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서도 휘발유·경유 15% 인하 조치가 재등장했다. 2021년 11월 이후에는 인하 조치가 장기화되며 역대 최대·최장 수준으로 확대됐다. 즉효성 있는 가격 완충 효과에도 세수 감소와 정상화 시점은 여전히 정책 부담으로 남아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2000년 첫 도입…고유가 때마다 등장하는 ‘완충 카드’


정부의 이번 조치에 따라 휘발유 15%, 경유 25%의 유류세 인하율이 그대로 유지된다. 기존 세율과 비교하면 휘발유는 당 122원, 경유는 ℓ당 145원의 가격 인하 효과가 지속되는 구조다.


유류세 인하의 역사는 2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첫 사례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3월 2일부터 4월 30일까지다. 당시 정부는 2개월간 휘발유와 경유 유류세를 각각 5%, 12% 낮췄다.


이후 2008년 3월 10일부터 12월 말까지 이명박 정부가 국제유가 급등 국면에서 수송용 유류세를 10% 인하하면서, 유류세 인하는 고유가 민생대책의 대표 카드로 각인됐다.


이후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11월 6일부터 2019년 5월 6일까지 국제유가 상승과 내수 부담에 대응해 휘발유·경유 유류세를 15% 낮췄다. 2019년 8월 30일까지는 인하폭을 7%로 축소해 연장한 바 있다.


특히 2021년 11월 12일 이후에는 국제유가 상승, 공급망 차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리스크 등이 겹치며 유류세 20% 인하가 단행됐다. 이 조치는 역대 최대·최장 수준의 장기 조치로 고착화됐다.


이에 대해 조세·재정 전문가는 “유류세 인하는 새 정책이라기보다 고유가 국면마다 반복돼 온 세제 완충 장치”라며 “문제는 2021년 이후 한시 조치가 장기화되면서 재정 부담과 정상화 시점이 별도 쟁점으로 커졌다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유류세 인하와 할당관세는 빠른 물가 대응 수단이지만 최종 소비자가격 반영률은 유통 구조와 재고, 국제가격 흐름에 따라 달라진다. 세금과 관세를 낮춰도 현장 가격이 같은 폭으로 즉시 내려가지는 않는다는 점이 정책 효과의 한계로 지적된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4월 물가 2.6% 압박…할당관세의 ‘착시현상’


정부가 물가 불안 국면에서 유류세 인하와 할당관세를 반복적으로 선택하는 핵심 배경은 '속도'와 '가시성'에 있다. 유류세 인하는 세율 조정만으로 주유소 판매가격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면 할당관세는 수입 원가를 낮춰 특정 품목의 공급 확대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물가 지표를 보면 4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6% 올랐다. 생활물가지수는 2.9% 상승했다. 특히 축산물은 5.5%, 닭고기는 6.3% 상승하며 전체 장바구니 물가를 자극했다. 정부가 닭고기는 5월 29일부터 7월 31일까지, 돼지고기는 12월 31일까지 0% 할당관세를 적용하기로 배경이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은 지난 14일 중동전쟁 물가대응팀 겸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물가 상방 압력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우리나라 물가는 주요국 대비 낮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으나 향후 중동전쟁 불확실성, 기저효과 등으로 인한 물가 상방 압력이 상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건은 이 같은 정책 효과가 실제 현장 소비자가격으로 온전히 전달되느냐다. 유류세는 정유사가 석유제품을 출고할 때 먼저 부담하는 세금이라는 점에서 가격 억제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종 판매가격은 주유소 단계에서 정유사 공급가격, 주유소 재고, 지역별 경쟁 강도, 국제유가 흐름에 따라 결정된다. 세율을 낮췄다고 모든 주유소 판매가격이 같은 폭으로 즉시 내려가는 구조는 아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세율 인하분이 가격에 반영되더라도 재고 소진 시점과 국제제품 가격 변동에 따라 현장 반영 속도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먹거리 할당관세 역시 마찬가지다. 관세 인하가 수입단가 하락으로 이어지더라도 도매·소매 유통 단계에서 마진이 흡수되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인하 폭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수입 물량이 국내 전체 소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실질적 효과를 좌우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할당관세 효과가 소비자가격으로 나타나려면 수입 물량 확보와 판매 행사, 도매가격 안정이 함께 맞물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가 전문가 역시 “유류세 인하와 할당관세는 기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신호 효과가 있다”고 전제한 뒤 “다만 가격 결정 구조를 바꾸는 대책은 아니어서 효과는 적용 기간과 시장 반영률에 좌우된다”고 분석했다.


유류세 인하가 길어질수록 소비자 부담 완화 효과와 함께 세수 감소 부담도 누적된다. 한시 대책이 반복될 경우 세입 기반과 에너지 세제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언제까지 ‘땜질처방’으로 버티나…종료 시점 명확해야


반복되는 단기 처방은 필연적으로 그에 따르는 비용과 이해 충돌을 동반한다. 가장 부담이 되는 부분은 재정이다. 유류세 인하는 국민 유류비 부담을 낮추지만 동시에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세수 감소를 유발한다.


물가가 불안할 때마다 기한이 연장되면서 한시 대책이 상시 대책처럼 굳어질 경우 정부의 세입 기반과 에너지 세제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


국내 생산 농가와의 갈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할당관세는 소비자 부담을 낮추는 장치인 반면 수입 물량 확대로 인해 국내 생산 기반이 있는 농가 보호 여건과 충돌하게 된다.


닭고기와 돼지고기 같은 축산농가는 생산비 추이와 국내 수급 상황 속에서 가격 안정과 생산자 보호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 축산업계 관계자는 “수입 물량 확대가 단기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국내 농가 생산비와 수급 여건을 함께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시 대책의 종료 시점도 관건이다. 유류세 인하가 끝나면 그동안 깎아줬던 세금 인하분이 다시 가격에 붙게 되고, 할당관세 종료 후에도 공급 불안이 남아 있으면 가격이 다시 급등하는 '가격 되돌림' 현상이 불가피하다.


이번 유류세 인하 조치도 이달 말 종료 예정이었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6%로 높아진 상황을 고려해 7월 31일까지 연장된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체감 물가 안정을 우선하되, 품목별 수급과 세수 영향을 함께 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한국의 유류세 인하의 장기화가 고착화 될 경우 소비 부진 등 부정적 영향도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OECD는 보고서에서 “유류세 인하가 빠르고 단순한 대응이면서 동시에 가격 신호를 약화시키는 원인”이라며 “에너지 세금 인하와 가격 지원은 소비자가 실제로 지불하는 가격을 낮출 뿐, 소비를 줄일 유인을 약화시킨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향우 물가대책의 평가 기준이 단순히 '얼마나 더 낮췄는가'보다 '실제 가격 반영률과 정상화 과정의 연착륙'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물가 및 재정 전문가는 “유류세 인하와 할당관세는 물가 충격을 낮추는 완충 장치다. 다만 반복될수록 정책 효과는 인하율보다 시장 반영률과 종료 전략에서 갈린다”며 “정부가 세율과 관세를 낮추는 것만큼 실제 소비자가격에 얼마나 반영됐는지 공개하고, 정상화 과정의 충격을 줄이는 방안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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