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측 비대증 환아, '뼈 나이'도 다르다…서울대병원 세계 최초 확인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5.28 09:18  수정 2026.05.28 09:20

서울대병원 연구팀, 편측 비대증·저형성증 환아 118명 분석

길이 긴 팔다리, 뼈 나이도 더 앞서 있는 경향 확인

“맞춤형 수술 시기 결정·재수술 위험 감소 기대”

베크위트-비데만 증후군 환아의 비대칭적 뼈 성장 ⓒ서울대병원

신체 한쪽이 반대쪽보다 과도하게 크거나 작게 자라는 ‘선천성 편측 비대증·저형성증’ 환아는 팔다리 길이뿐 아니라 ‘뼈가 성숙하는 속도’까지 서로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세계 최초로 나왔다. 길이가 긴 쪽의 뼈가 성장을 더 일찍 마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향후 환아 맞춤형 수술 시기 결정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창호 서울대병원 소아정형외과 교수팀(이원익 임상강사)은 선천성 편측 비대증 및 편측 저형성증 환아 118명을 분석하고 이같은 사실을 28일 발표했다.


선천성 편측 비대증 및 편측 저형성증은 신체 한쪽이 반대쪽보다 눈에 띄게 크거나 작게 자라는 희귀질환이다. 팔다리 길이와 굵기가 비대칭적으로 성장하며, 차이가 심할 경우 보행 장애와 척추측만증, 관절 퇴행성 변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표적인 원인 질환으로는 베크위트-비데만 증후군과 실버-러셀 증후군 등이 있다.


이 같은 환아의 팔다리 길이 차이를 교정할 때는 성장판 수술이 주로 시행된다. 이 과정에서 정확한 수술 시기를 결정하기 위해 ‘뼈 나이’ 측정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양쪽 팔다리의 뼈 나이가 다를 수 있다는 의문이 꾸준히 제기돼 왔음에도 이를 입증할 객관적인 데이터가 부족해, 기존에는 한쪽 뼈 나이만을 기준으로 남은 성장량을 예측해왔다.


이에 연구팀은 질환 특성상 양측 뼈의 성숙 속도 자체에 차이가 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2000년 1월부터 2023년 9월까지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환아 118명을 대상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대상자는 ▲베크위트-비데만 증후군 34명 ▲실버-러셀 증후군 14명 ▲PIK3CA 연관 과성장 증후군 14명 ▲특발성군 56명으로 구성됐다.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소아정형외과 신창호 교수·이원익 임상강사. ⓒ서울대병원

연구팀은 한국 표준 골연령 차트와 ‘수정된 Fels 체계’를 활용해 양측 팔다리의 뼈 나이를 비교 분석했다. 특히 기존 방식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웠던 수개월 단위의 미세한 차이까지 정밀하게 측정했다. 또한 다리 성장의 약 65%가 무릎 주변에서 이뤄지고 실제 성장판 수술 역시 해당 부위에서 시행된다는 점을 고려해, 기존처럼 손 뼈 나이 측정에만 의존하지 않고 무릎 뼈 나이까지 함께 분석해 예측 정확도를 높였다.


연구 결과 단순히 좌우를 비교했을 때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지만, ‘길이가 긴 쪽’과 ‘짧은 쪽’으로 나눠 분석하자 뚜렷한 차이가 확인됐다. 전체 환아군에서 길이가 긴 팔의 뼈 나이는 짧은 쪽보다 평균 1.2개월 더 앞서 있었다.


특히 베크위트-비데만 증후군 환아에서 이러한 성장 비대칭성이 가장 두드러졌다. 이 환아군에서는 길이가 긴 다리의 뼈 나이가 평균 7.1개월 더 많았고, 길이가 긴 팔 역시 평균 3.2개월 더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뼈 성장 속도 차이가 단순한 좌우 방향의 문제가 아니라, 질환으로 인한 ‘과성장’ 자체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실버-러셀 증후군 등 다른 질환군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사지 길이 교정 수술의 정밀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기존처럼 한쪽 뼈 나이만 기준으로 남은 성장량을 예측할 경우 최종 다리 길이 차이를 과대평가할 위험이 있지만, 긴 쪽 다리의 뼈가 더 빨리 성숙하는 특성을 고려해 수술 시기를 계획하면 과교정이나 재수술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창호 교수(소아정형외과)는 “선천성 편측 비대증·저형성증 환자에서 팔다리 길이 차이를 치료할 때는 단순히 길이만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쪽 뼈가 더 빨리 자라고 있는지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며 “이번 연구가 환아들의 성장 예측과 수술 계획 수립에 실질적인 근거를 제공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앞서 2021년 고(故) 이건희 회장 유족은 국내 소아암·희귀질환 환아 지원을 위해 서울대병원에 3000억원을 기부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같은 해 5월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이 출범했다. 사업단은 오는 2030년까지 소아암·희귀질환 치료와 연구 시스템 고도화, 치료 환경 개선 등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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