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 첨단산업 전문가 풀 제한적
위원장 회피 후 직무대행 진행
“회피 사례 구조적으로 반복될 가능성”
“예비 위원 풀 확대·회의록 공개 등 보완 필요”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 14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제2차 전략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 투자심의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회피·제척 사례가 발생하면서 공적 자금 운용의 이해충돌 관리 체계를 둘러싼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AI·반도체·바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 특성상 전문가 풀이 제한적이고 업계 네트워크가 긴밀해, 회피·제척 사례가 구조적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해충돌로 인해 공석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관리·통제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성장펀드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는 분과별로 구성돼 첨단 전략산업 관련 투자·대출 지원 안건을 심사 중이다.
국민성장펀드는 개별 프로젝트별로 ‘2단계 구조’의 투자 심사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우선 산업 전문가와 민간금융·정부·산업은행 위원 등으로 구성된 분과별 투심위가 개별 투자건을 심사한다.
이후 기금운용심의회가 최종 의결하는 구조다.
금융당국은 “분과별로 고정 전문위원과 산업별 전문가를 골고루 배치해 의사결정의 안정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확보한다”고 설명한다.
실제 첨단산업 분야에서는 업계 전문가와 기업 간 접점 형성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이해충돌 관리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투심위 의사록에 따르면, 제6차와 제9차 회의에서는 위원장이 특정 안건과 관련해 회피를 신청했고, 다른 위원이 직무대행을 맡아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회의에서는 특정 위원이 이해관계 등을 이유로 심의·의결에서 빠진 사례도 확인됐다.
금융위는 지난 4월 17일까지 진행된 투자심의 8건 가운데 4건에서 회피·제척 사례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회피·제척 제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앞서 “기금운용심의회의 심사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해 현재 100여명이 넘는 전문가가 투자심의위원회 풀(pool)로 참여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이해충돌 당사자가 실제 심사에 투입된 경우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시장에서 실제로 활동하고 있는 최고 전문가를 섭외·활용하되 개별 건 이해관계는 회피·제척으로 최소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AI·반도체·바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는 상대적으로 전문가 풀이 넓지 않은 데다, 유망 기업일수록 업계 전문가들과 자문·투자·산학협력 등 다양한 접점을 형성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확히 어떤 형태의 이해충돌인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구체적인 판단이 쉽지 않다”면서도 “애초 위촉 단계에서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배제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안으로 위원 명단을 전면 공개하는 방식이 거론되지만 이 또한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단 견해다.
안 교수는 “위원 명단을 전면 공개할 경우 청탁이나 외부 압력이 들어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며 “실명 공개 여부는 장단점이 있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대신 회피·제척 발생 시 회의별 대체 위원을 투입할 수 있도록 예비 전문가 풀을 확대하고 회의록 공개 등 보완 장치를 마련하는 방식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ESG 연구기관 관계자도 “첨단산업 분야 특성상 일정 수준의 이해관계 가능성 자체를 완전히 없애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결국 중요한 것은 이해충돌 자체보다 이를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하고 통제하느냐”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대규모 정책금융인데도 어떤 위원이 참여하고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사실상 외부에서 확인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투자자나 국민 입장에서는 의사결정 구조와 회의 과정을 알고 싶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또 “반복적인 회피·제척 사례가 발생했다면 위촉 이전 단계에서 이해관계 검증 절차가 충분히 작동했는지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사전 검증 절차가 형식적으로 운영된 것인지, 구조적으로 부족했던 것인지 현재로서는 확인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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