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 방어·미래 투자 급한데…한화솔루션, 유증 또 축소 '딜레마'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6.05.27 16:11  수정 2026.05.27 16:12

2조4000억원 유증 1조7000억원대로 축소…부족분은 투자유가증권 매각으로 보완

한기평 "신용도 영향 제한적"…석화 구조개편·자구계획 이행·신재생 실적 점검

AMPC·미국산 부품 사용 인센티브 효과에 2분기 신재생 실적 개선 기대

한화큐셀의 셀 제조공정.ⓒ한화솔루션

한화솔루션이 유상증자 딜레마에 빠졌다. 신용등급 방어와 차세대 태양광 기술 투자를 위해 자본확충이 필요하지만 대규모 유증은 주주 반발을 키웠고 금융감독원 정정 요구까지 겹치면서 회사는 유증 규모를 다시 낮춰야 했다.


한화솔루션은 결국 유증 규모를 2조4000억원에서 1조7000억원까지 낮추고 부족한 채무상환 재원은 투자유가증권 매각 등 자구안으로 보완하는 방식을 택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번 추가 축소가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봤지만 향후 등급 판단에서는 석유화학 구조개편, 자구계획 이행, 신재생에너지 부문 실적을 함께 보겠다는 입장이다.


한기평은 27일 한화솔루션의 유증 추가 축소에 따른 신용등급 영향에 대해 "이번에 유상증자가 감소한 금액 자체가 크지 않고 자산을 팔아서 메울 수 있어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최초 계획했던 2조4000억원에서 두 달 만에 유증 규모가 1조7000억원까지 줄어든 것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에 대해서도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한기평 관계자는 "당초 계획보다 증자 규모가 많이 줄어들어 시장에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회사가 이를 대체할 다른 재무 계획들을 가지고 있는 만큼, 해당 자구책들이 실제로 어떻게 이행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화솔루션은 전날 자진 정정신고서를 통해 유상증자 규모를 기존 1조8000억원에서 1조7000억원으로 다시 낮췄다. 발행 신주는 5600만주에서 5300만주로 줄었고 예정 발행가는 3만2400원에서 3만2250원으로 조정됐다.


시설자금은 9000억원 수준으로 유지됐지만 채무상환자금은 90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최초 2조4000억원 규모 유증 추진 당시 채무상환자금이 1조5000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유증을 통한 직접적인 차입금 상환 재원은 절반가량 줄어든 셈이다.


한화솔루션에 자본확충은 미루기 어려운 과제다. 신용등급을 방어하려면 차입금 상환 재원이 필요하고 중국 기업들이 대규모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는 차세대 태양광 기술 경쟁에서도 뒤처질 수 없다.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등 미래 기술 투자를 늦출 경우 미국 태양광 생산거점 확대 이후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정정에서도 시설자금은 9000억원 수준으로 유지됐고 채무상환자금만 90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줄었다. 미래 투자 재원은 지키되 주주 반발이 컸던 채무상환 목적 유증 규모를 낮추는 방식으로 조달 구조를 다시 짠 셈이다.


한화큐셀 미국 조지아 주 달튼(Dalton) 공장.ⓒ한화솔루션



한화솔루션은 줄어든 채무상환 재원을 투자유가증권 매각으로 보완하기로 했다. 다만 매각 규모와 상대방, 구체적인 조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매각 작업이 초기 단계인 만큼 세부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회사는 이번 유증 축소로 줄어든 채무상환 재원에 맞춰 약 1000억원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


새로 유동화 대상으로 오른 투자유가증권은 한화솔루션이 미국 혁신 기업 발굴을 목적으로 투자한 벤처투자펀드다. 해당 펀드는 미국 에너지, 순환경제, 탄소활용 등 현지 기술 흐름을 파악하고 필요 기술 확보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2022년부터 투자해온 자산이다.


이 펀드는 최근까지 매각 대상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주력사업과의 연관성이 있는 자산으로 분류됐고 혁신 기업 발굴 펀드 특성상 장기투자를 통해 성과를 확인할 수 있으며 투자수익도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한화솔루션은 해당 자산이 현재 주력 사업인 미국 태양광 생산시설 가동과 장기 성장, 추정 영업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자산은 아니라고 판단해 매각을 검토하게 됐다.


2차 정정 증권신고서 제출 이후에도 주주와 시장의 요구가 이어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한화솔루션은 소액주주의 유증 참여 부담을 낮추기 위해 중장기 수익성에 중대한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조속한 시일 안에 매각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투자유가증권을 유동화 대상으로 추가했다. 채무상환 목적 유증 규모를 낮추되 줄어든 차입금 상환 효과는 자산매각으로 보완하려는 조치다.


다만 이번 유증 축소가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기존 등급 부담까지 해소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기평은 최근 화학업체 1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주요 화학사들이 래깅효과를 토대로 실적 반등에 성공하면서 등급 하향 압력이 일부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화솔루션을 포함한 일부 업체는 여전히 3월 말 최근 12개월 기준 순차입금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배율이 하향변동요인 수준을 충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기평은 한화솔루션의 경우 석유화학 구조개편과 자구계획, 신재생에너지 부문 실적을 주요 점검 요인으로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여수 산단의 롯데케미칼-여천NCC 프로젝트에 참여해 합병신설법인에 케미칼부문 석유수지와 폴리에틸렌(PE) 사업을 출자할 예정이다. 한기평은 이 과정에서 케미칼 부문의 사업구조 변화와 실적 추이를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등급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변수로 제시됐다. 한기평은 한화솔루션의 1분기 신재생에너지 부문이 매출 2조1109억원, 영업이익 622억원으로 반등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통관 정상화에 따른 조지아 공장 생산차질 해소와 EPC 프로젝트 공정 진행 가속화로 모듈 출하량과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가 각각 1.9GW, 2161억원을 기록했고 전분기보다 각각 80%, 112% 증가했다.


한기평은 "비(非)해외우려기관(FEOC) 공급망 규제 강화에 따른 미국산 프리미엄 상승과 현지 생산거점 경쟁력 확대, AMPC와 미국산 부품 사용 인센티브(DCA) 등 보조금 수령 증가 등을 토대로 2분기에도 신재생에너지 부문이 실적 개선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카터스빌 셀 공장은 2분기 테스트를 거쳐 3분기에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며 카터스빌 공장의 전 공정 정상가동에 따른 수직계열화 효과도 향후 부문 실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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