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대공원 내 ‘팔각당’ 손상희 대표 인터뷰
“국산우유 사용이 결국 매장 신뢰와 연결돼”
카페 우유 원산지 표시 제도화 필요성도 언급
손상희 팔각당 카페 대표. ⓒ데일리안 김소희 기자
“저도 안 먹는 수입산 우유를 손님들한테 계속 팔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서울 어린이대공원 내 카페 ‘팔각당’을 운영하는 손상희 대표는 최근 매장에서 사용하던 수입산 멸균우유를 국산우유로 교체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아이와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은 공간인 만큼 어떤 우유를 쓰는지가 결국 매장 신뢰와 연결된다는 판단에서다.
팔각당 카페 전경. ⓒ데일리안 김소희 기자
수입산 대신 국산우유…“손님에게 떳떳하게”
팔각당은 1973년 개원한 서울어린이대공원 내 공간을 리모델링해 2023년 다시 문을 연 카페다. 1층 카페와 키즈카페, 전망대 등을 함께 운영하고 있어 주말이면 가족 단위 방문객이 몰린다.
손 대표는 지난해 9월부터 운영을 맡았다. 운영 초기에는 이전 대표가 사용하고 남아 있던 폴란드산 멸균우유를 썼다.
그러나 차가운 음료를 만들 때 우유 알갱이처럼 보이는 침전물이 생기거나 손님 컴플레인이 들어오면서 우유 교체를 고민하게 됐다.
손 대표는 “차가운 음료를 만들면 얼음 위에 우유 알갱이 같은 게 뜨는 경우가 있었다”며 “유통기한이 지난 건 아니지만 우유가 오래되면 유지방이 응고돼 그럴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상하거나 먹지 못하는 상태는 아니었지만 미관상 보기 좋지 않았고, 손님들이 품질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었다고 손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알갱이가 뜬 라떼가 만들어졌을 때 손님들이 불편해 하실까봐 결국 그런 음료는 자체 폐기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신선하고 품질 좋은 국산 우유를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제가 집에서 안 먹는 우유를 아이들이 많이 오는 공간에서 쓰는 게 계속 마음에 걸렸다”며 “가격만 보면 수입산 우유가 유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손님들에게 더 떳떳하게 판매할 수 있는 쪽을 선택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팔각당은 올해 국산우유사용점에 처음 선정된 신규 매장이다. 국산우유사용점은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가 국산우유만 사용하는 개인 카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사업이다. 참여 매장에는 우유와 홍보물, 메뉴 개발 교육 및 소비자 이벤트 등이 연중 지원된다.
손 대표는 국산우유사용점 참여 이유에 대해 “국산우유를 사용한다는 걸 손님들에게 당당하게 알리고 싶었다”며 “현판이나 국산 우유 사용에 대한 표시 자체도 매장 신뢰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위생 업체나 보안업체 스티커를 붙이는 것도 결국 손님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며 “국산우유사용점도 비슷한 의미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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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우유로 교체한 뒤에는 라테와 소프트아이스크림 등 우유가 들어가는 메뉴를 중심으로 판매하고 있다.
손 대표는 “어르신 손님들이 따뜻한 우유 한 잔을 찾기도 한다”며 “국산우유를 쓴다는 것 자체가 매장 신뢰로 이어진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팔각당 카페 안 국산우유사용점 인증 팻말이 진열돼 있다. ⓒ데일리안 김소희 기자
커지는 원산지 표시 요구…정부도 제도화 검토
국산우유사용 선정 사업은 해마다 확대되는 분위기다. 2024년 103개점으로 시작한 사업은 지난해 213개점으로 늘었고 올해는 327개점 규모로 확대됐다. 올해 모집 과정에서는 약 800개 가까운 카페가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는 제주 지역에서도 처음 신청이 들어오는 등 참여 지역도 전국으로 넓어지는 분위기다.
국산우유 사용 카페가 늘어나면서 외식업계에서는 우유 원산지 표시 제도화 논의도 다시 힘을 받고 있다. 현재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상 음식점 원산지 표시 대상은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쌀·배추김치 등 9개 품목이다. 우유는 포함돼 있지 않다.
때문에 카페에서 수입산 멸균우유를 사용하더라도 소비자가 이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특히 라테와 밀크티, 소프트아이스크림 등 우유 사용 메뉴가 늘어나면서 원산지 표시 필요성도 함께 거론되는 분위기다.
실제 한국행정연구원이 농림축산식품부 의뢰로 수행한 ‘농식품 원산지표시 제도 발전 방향 연구’ 보고서에서도 우유를 원산지 표시 대상 품목에 포함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보고서는 우유를 원산지표시 대상에 추가할 경우 업계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봤지만 “소비자의 선택권 보장은 화폐 가치로 환산하기 어려운 편익”이라고 평가했다. 또 우유 사용량이 많은 업종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거나 커피·밀크티 등 음료용 우유 중심으로 도입하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수입산 멸균우유 수입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입산 멸균우유 수입량은 2017년 3440t에서 2024년 4만8700t으로 7년 새 14배 이상 증가했다.
정부 역시 우유를 원산지표시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초까지 관계 기관, 관계 협회, 생산자 등 의견을 수렴했다”며 “우유 원산지 표시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하면서, 개정안을 마련하려 준비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손 대표 또한 “식당에서 원산지를 보고 메뉴를 고르듯 카페 음료도 어떤 우유를 쓰는지 소비자가 알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며 “국산우유를 쓰는 매장이라면 그만큼 더 당당하게 알릴 수 있는 제도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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