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재명 대통령 ‘설탕세’ 언급
조세학회, 세미나 통해 필요성 진단
건강 목적은 OK, 재정 수단은 NO
설탕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연초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설탕세’ 도입과 관련해 조세 전문가들은 국민 건강 정책 차원에서는 필요하다는 의견을 남기면서도, 건강보험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 22일 한국조세학회(학회장 손원익)는 서울상공회의소 8층 대회의실에서 ‘2026 춘계 학술 세미나’를 개최하고 설탕세 도입 문제를 논의했다.
이날 발표를 맡은 최성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설탕 과다 섭취는 당뇨병, 암, 심혈관계 질환 등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다. 특히 가공식품과 가당음료를 통한 당류 섭취는 세계적 문제가 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가공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당류를 하루 총열량의 10% 이하, 약 50g 수준으로 제한할 것을 권고한다.
국내는 전체 당류 섭취량의 60% 이상이 가공식품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 가운데 음료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류 섭취에 따른 비만으로 지출하는 건강보험 진료비는 2007년 1조8972억원에서 2011년 2조6918억원으로 늘었다. 이는 흡연이나 음주로 인한 진료비보다도 규모가 크다. 설탕세 도입론자들은 이 같은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가격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최 연구위원은 “해외에서는 가당음료세를 ‘건강 교정세(corrective tax)’ 개념으로 도입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세계은행(World Bank) 자료에 따르면 현재 119개 국가·자치령 수준에서 가당음료세를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 연구위원은 청량음료 가격이 오를수록 소비가 감소하는 가격탄력성 효과도 확인했다. 청량음료 가격지수가 1% 상승하면 소비량은 약 0.53%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세금을 통한 가격 인상이 실제 소비 억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다만 설탕세를 둘러싼 핵심 쟁점은 결국 정책 목적이다. 건강 증진을 위한 정책이라면 세수 확보가 아니라 당류 섭취 감소와 비만 예방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 연구위원은 “가당음료 부담금 일차적 정책 목표가 음료 소비 자체가 아니라 설탕 섭취 저감에 있다면, 부피 기준보다 당 함량 기준 과세가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조세학회가 22일 서울상공회의소에서 춘계 학술세미나를 하고 있다. ⓒ한국조세학회
또 세수를 건강증진 프로그램이나 저소득층 비만 개선 사업 등에 활용하면 정책 정당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정부가 설탕세를 건강보험 재정 보강이나 세수 확대 수단으로 접근하면 논란은 커질 가능성이 있다. 소비세 성격의 세금은 저소득층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역진성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홍우형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설탕세 도입 목적이 실제로 비만 감소를 위한 것일까? 실제로는 세수 확보 차원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비해 (비만도가) 굉장히 낮은데, 설탕세를 도입하면 과연 비만이 감소할까”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비만 감소를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세수, 특히 건보료 적자를 메우는 목적이라면 설탕세가 아닌 다른 것도 많을 것”이라며 “굳이 (정부가) 설탕세로 조세 저항을 일으킬 필요가 있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황상현 상명대 금융경제학부 교수 또한 “설탕세를 교정세로 부과하는 게 맞는지, (교정세는) 외부 효과가 나타나야 하는데, 외부효과라는 건 거래 당사자 말고 제삼자가 영향을 받아야 하는데 누가 영향을 받는지 모르겠다”며 “외국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을 날씬하다고 얘기하는 데, (설탕세를 도입하려는 것은) 정부가 세수가 필요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평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박사 역시 “설탕세는 역진성과 과세대상 설정 문제가 크기 때문에 도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현 단계에서는 비가격 정책과 자율적 당류저감정책을 우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김 박사는 “건강보험 재정적자 보전을 설탕세의 주요 근거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세수는 일반재원으로 흡수하기보다 건강증진 목적에 연계하면 된다고 하지만 효율적인 방법은 아니다”라고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한편, 허원제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은 “가당음료에 과세하면서 동시에 원재료가 되는 파우더나 시럽에 대해 과세할 경우에는 이중과세 논란이 있을 수 있으니 이러한 논란이 없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