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권 18만 9000원에도 “새로운 아티스트 발견” 만족…부스 구성엔 아쉬움도
‘제 18회 서울재즈페스티벌 2026’(이하 ‘서재페’)이 열린 22일 오후, 평일임에도 주변 일대는 이미 축제 분위기였다. 발 디딜 틈 없이 붐비거나 자리를 찾기 어려운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늘 자리는 일찌감치 관객들로 채워졌다. 관객들은 잔디밭 위에 돗자리를 펴고 닭강정과 젤라또, 맥주 등을 올려둔 채 공연을 기다리거나 휴식을 취했다.
‘제 18회 서울재즈페스티벌 2026’ 현장 ⓒ데일리안 전지원 기자
이날 라인업은 재즈와 R&B, 밴드, 케이팝을 폭넓게 아울렀다. 88잔디마당에서는 부에나 비스타 오케스트라, 제네비브, 리저, 트롬본 쇼티&올리언스 애비뉴, 아투로 산도발이 무대에 오르고, KSPO돔에서는 태버, 카와사키 타카야, 씨엔블루, 도겸X승관, 자넬 모네가 관객과 만난다. 핸드볼경기장에서는 돈 웨스트, 더 폴스, 에밀리 킹, 장범준, 마마스 건이, 88호수 수변무대에서는 지바노프, 스텔라투이, 갈다이브, 조 아먼-존스, 오리지널 러브&카데호의 무대가 이어졌다.
브랜드 팝업 부스에는 럭키드로우 등 현장 이벤트에 참여하려는 관객들이 줄을 섰고, 음식을 파는 부스와 포토존을 오가는 이들도 많았다. 음악을 듣기 위해 찾은 축제였지만 현장에서는 공연과 피크닉, 사진 촬영, 부스 체험이 자연스럽게 뒤섞였다.
제네비브 무대를 즐기는 관객들. ⓒ데일리안 전지원 기자
오후 2시께 88잔디마당에서는 첫 내한 무대에 오른 미국 싱어송라이터 제네비브의 공연이 한창이었다. 땡볕이 내리쬐는 시간대였지만 관객들은 잔디밭에 앉아 그의 무대를 여유롭게 감상했다. 제네비브는 별다른 멘트 없이 19곡을 이어가며 특유의 소울과 R&B 감성을 들려줬고, 관객들은 느슨하게 몸을 흔들거나 박수를 보내며 오후의 무드를 즐겼다.
88호수 수변무대의 갈다이브 공연은 선선해진 바람과 함께 다른 결의 청량감을 만들었다. 보컬 티샤의 목소리는 맑고 청아하면서도 허스키한 질감을 머금고 있었고, 갈다이브의 노래는 더위가 한풀 꺾인 수변무대의 공기와 잘 맞물렸다.
갈다이브 무대 현장. ⓒ데일리안 전지원 기자
특히 ‘크레이지 드라이빙’(Crazy Driving)에서 ‘포켓’(Pocket), ‘스테이’(Stay)로 이어지는 구간에서는 트럼펫과 기타, 건반의 연주가 관객들의 호응을 끌어올렸다. 티샤는 밝은 목소리로 관객들에게 “덥지 않냐”고 묻고, 뒤편 관객들의 몸짓을 따라 하거나 손하트에 화답하며 객석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멀찍이서 음악을 듣던 관객들도 하나둘 앞으로 내려와 무대를 감상했다.
갈다이브 공연이 끝난 뒤에는 다음 무대를 기다리기 위해 발 빠르게 앞자리로 내려가는 관객들도 보였다. 인천과 김포에서 각각 왔다는 A·B(20) 씨는 이어지는 조 아먼-존스의 무대를 보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고 했다. A씨는 “조 아먼-존스가 유명한 아티스트라고 해서 기대하고 왔다”며 “1일권이 18만 9000원이라 비싸게 느껴지긴 하지만, 여건이 된다면 와볼 만한 가치는 충분한 것 같다”고 말했다.
두 관객은 이번 페스티벌의 장점으로 “몰랐던 아티스트들의 노래를 새롭게 알게 되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새로운 아티스트 발견’에 만족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다만 부대 행사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B씨는 “펜타포트 같은 다른 대형 페스티벌과 비교하면 부스 행사가 조금 빈약하게 느껴졌다”며 “보통 티켓값을 생각하면 현장 이벤트도 최대한 참여하고 굿즈나 혜택도 챙기고 싶은데, 그런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높은 티켓값만큼 공연 외 체험 요소에 대한 관객 기대도 커진 모습이었다.
트롬본 쇼티&올리언스 애비뉴 공연. ⓒ데일리안 전지원 기자
한편 도겸X승관의 무대를 보기 위해 KSPO돔으로 이동하려던 발걸음을 붙든 것은 트롬본 쇼티&올리언스 애비뉴의 소리였다. 트롬본을 앞세운 강렬한 브라스 사운드가 잔디마당을 채우자 돗자리에 앉아 있던 관객들도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스탠딩 구역으로 향했다. 무대 앞쪽으로 이동한 관객들은 손을 흔들거나 몸을 흔들며 공연을 즐겼다.
특정 곡을 알지 못해도 관객들은 리듬과 연주에 자연스럽게 반응했다. 멀리서 무대를 바라보던 사람들까지 소리에 이끌려 앞으로 이동하는 모습은 페스티벌의 힘을 보여줬다. 무대가 자세히 보이지 않아도, 소리와 관객들의 움직임까지 함께 감상하는 것이 축제의 일부가 됐다.
반면 도겸X승관의 공연이 예정된 KSPO돔은 같은 시간 다른 분위기였다. 객석 전체가 붐비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스탠딩 구역 앞쪽은 공연 시작 한 시간 전부터 관객들로 채워져 있었다. 잔디마당과 수변무대가 멀찍이 앉아 음악을 듣고 주변 사람들의 반응까지 함께 즐기는 분위기였다면, KSPO돔은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가까이 보기 위해 일찌감치 자리를 잡는 팬덤형 관람 방식이 두드러졌다.
도겸X승관 무대. ⓒ데일리안 전지원 기자
무대가 시작되자 승관은 “아침부터 기다렸다고 들었는데 밥은 먹었냐. 여러분을 배부르게 해드리겠다”고 말하며 관객들의 환호를 이끌었다. 이어 “외국인 분들도 많이 보인다. ‘나이스 투 미트 유’ 정도밖에 못하지만”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관객들이 각자 온 지역을 외치자 승관은 “말레이시아, 캐나다도 들린다. 한국 분들은 서울, 대전, 대구, 부산에서 찍고 온 것 같다”고 받아치며 분위기를 풀었다.
무대는 발라드부터 재즈풍 곡, 청춘 드라마 OST까지 폭넓게 이어졌다. 도겸&승관은 유닛 첫 앨범 타이틀곡 ‘블루’(Blue)와 재즈풍 수록곡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를 선보이며 장르를 넘나들었다. 승관은 “발라드라 분위기가 처질 줄 알았는데 잘 환호해줬다”며 ‘Blue’ 무대 후 격하게 박수를 보낸 외국인 관객의 반응을 따라 해 웃음을 자아냈다.
솔로 무대도 이어졌다. 승관은 최유리가 작사·작곡한 ‘민들레’와 ‘레인드롭스’(Raindrops)를 불렀고, 도겸은 tvN 예능 ‘방과후 태리썜’ OST ‘명장면’과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OST ‘고!’(Go!)를 선보였다.
깜짝 무대도 있었다. 두 사람은 부석순 앨범 수록곡 ‘7시에 들어줘’를 불렀고, 이 곡에 피처링한 페더 엘리아스가 무대에 등장해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페더 엘리아스는 다음 날 서재페 출연을 앞두고 있었지만, 이날 무대에 깜짝 합류하며 현장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들의 무대는 서재페가 케이팝 품는 방식도 보여줬다. 단독 콘서트처럼 팬덤의 환호와 소통이 강하게 작동했지만, 동시에 두 사람은 발라드와 재즈풍 곡, 밴드 사운드와 어울리는 OST까지 배치하며 페스티벌 무대에 맞춘 구성을 보여줬다.
‘서재페’ 현장은 하나의 장르로 설명되지 않았다. 누군가는 트롬본 소리에 이끌려 돗자리에서 일어났고, 누군가는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가까이 보기 위해 실내 공연장 앞쪽을 지켰다. 재즈와 R&B, 브라스, 케이팝이 같은 하루 안에 놓인 가운데 관객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무대를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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