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른 투쟁에 국민 10명 중 7명 외면
전국 곳곳서 나타난 반노조 정서
“노란봉투법, 성과급 쟁의 빌미 제공”
“기득권 보호 기구로 전락한 대기업 노조”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지난달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삼성전자 노사가 잠정합의에 이르렀지만 이번 사태가 남긴 반노조 정서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 10명 중 7명이 파업을 부적절하다고 평가한 여론조사 결과는 대형 노조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저변에 깔려 있음을 나타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4월 27~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9.3%가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예고에 대해 “무리한 요구 및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로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긍정적으로 본다는 응답은 18.5%에 그쳤다. 부정 인식이 긍정보다 4배 가까이 높은 셈이다.
전통적으로 노조 활동에 우호적일 것으로 예상됐던 호남 지역에서 부정 응답이 80%를 웃돌았고 60대 이상 고연령층에서도 80%를 넘었다. 지역·세대를 막론하고 부정 여론이 우세한 결과다. 이에 범국가적 수준의 반노조 정서가 확인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판의 핵심은 ‘국민 경제를 볼모로 삼았다’는 인식이다. 삼성전자는 국내 증시 시가총액 1위이자 400만명이 투자하는 국민주다. 반도체 수출이 전체 수출의 37%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1인당 수억원대 성과급을 요구하며 파업을 강행한다”는 시각이 확산됐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전자 직원의 평균 연봉은 이미 국내 최고 수준인데 그 상황에서 추가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 국민 눈에는 배부른 투쟁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며 “중소기업 근로자나 자영업자와의 상대적 박탈감이 여론을 냉각시킨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연봉의 대기업 노동자가 수억원대 성과급을 요구하는 동안 중소기업·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는 제자리라는 비판도 확산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전체 임금근로자 중 대기업 정규직은 11.9%에 불과하고 나머지 88.1%는 중소기업·비정규직이다. 이번 사태가 이미 고착화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더 벌려놓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사태의 법적 뿌리를 짚는 시각도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정 노조법 2조 5호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의 결정’을 모두 노동쟁의 대상으로 규정하면서 성과급도 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졌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근로자는 임금채권자로서 임금을 보장받는 반면 주주는 잔여이익에만 참여할 수 있는 구조인데 근로자가 주주의 잔여이익까지 요구하는 것은 자신의 지위를 혼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불씨는 다른 산업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경총은 타결 직후 성명에서 “삼성전자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한 결과인 만큼 노동계가 이를 일반화해 과도한 성과급 요구를 산업 전반으로 확산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성과급 부담이 고정비화될 경우 R&D·시설 투자 여력이 줄어든다”며 “반도체처럼 대규모 선행 투자가 필수인 산업에서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동부가 2026년 중점 과제로 ‘노동시장 격차 해소’를 설정한 가운데 대기업 노조의 고강도 성과급 투쟁이 노동정책 전반의 사회적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김 교수는 “현재 대기업 정규직 노조는 사실상 조합원의 기득권 보호 기구로 인식된다”며 “비정규직·하청·중소기업 노동자와의 연대를 구체적 행동으로 보여줄 때 사회적 명분이 생긴다”고 말했다.
최 교수도 “이번 합의는 일회성에 불과하며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국회는 노조법을 전면 재개정해야 하고 기업은 근로자 보상정책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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