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란티스, 14개 브랜드 ‘다 키우기’ 접는다…600억유로 ‘선택과 집중’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6.05.22 10:39  수정 2026.05.22 10:39

지프·램·푸조·피아트에 글로벌 자산 70% 우선 배정

플랫폼·파워트레인·AI 기술에 240억유로 투입

북미 브랜드·제품 투자 60% 집중…유럽은 감산

위 이미지는 AI로 생성됨

스텔란티스가 향후 5년간 600억유로를 투입하는 성장 전략을 내놨다. 표면적으로는 전동화, 인공지능(AI),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앞세운 중장기 투자 계획이지만, 14개 브랜드를 모두 같은 방식으로 키우기보다, 수익성이 높은 브랜드와 지역에 자본을 집중하겠다는 '선택과 집중'이 잘 드러났다.


스텔란티스는 21일(현지시간) 북미 본사에서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5개년 전략 계획 ‘FaSTLAne 2030’을 발표했다. 이번 전략은 글로벌 성장과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브랜드 포트폴리오 재정비다. 스텔란티스는 지프, 램, 푸조, 피아트 등 4개 브랜드를 핵심 글로벌 브랜드로 지정하고, 앞으로 개발하는 신규 글로벌 자산의 70%를 우선 배정한다. 시장 규모가 크고 수익 잠재력이 높은 브랜드에 투자 여력을 몰아주겠다는 의미다.


이는 그동안 스텔란티스가 안고 있던 ‘다브랜드 체제’의 부담을 줄이려는 조치로도 풀이된다. 스텔란티스는 피아트크라이슬러와 PSA그룹의 합병으로 탄생한 만큼, 지프와 램, 푸조, 피아트, 오펠, 시트로엥, 닷지, 크라이슬러, 알파 로메오, DS, 란치아, 마세라티 등 다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브랜드가 많은 만큼 시장 대응력은 넓지만, 중복 투자와 자원 분산이 과제로 꼽혀왔다.


이번 전략에서 크라이슬러, 닷지, 시트로엥, 오펠, 알파 로메오 등 5개 브랜드는 글로벌 자산을 공유하면서 각 브랜드의 차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편된다. DS와 란치아는 각각 시트로엥과 피아트 산하의 전문 특화 브랜드로 육성된다. 마세라티는 E세그먼트 신차 2종을 추가하고, 구체적인 로드맵은 오는 12월 이탈리아 모데나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신차 공세도 예고했다. 스텔란티스는 2030년까지 전기차 29종,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및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 15종, 하이브리드차 24종, 내연기관 및 마일드 하이브리드차 39종 등 60종 이상의 신차를 투입한다. 50건 이상의 주요 부분변경도 진행한다.


기술 투자에는 240억유로 이상이 배정된다. 이는 전체 연구개발 및 설비투자의 40% 수준이다. 투자 대상은 차세대 플랫폼, 파워트레인, 차량 소프트웨어와 AI 기술이다. 스텔란티스는 2030년까지 글로벌 연간 생산량의 절반을 STLA One을 포함한 3개 글로벌 플랫폼 기반으로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차량 기술 스택도 고도화한다. 스텔란티스는 확장형 소프트웨어 아키텍처인 ‘STLA 브레인’,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STLA 스마트콕핏’, 자율주행 시스템 ‘STLA 오토드라이브’를 2027년 시장에 도입할 예정이다.


2030년에는 전체 생산량의 35%에 이들 기술 가운데 최소 한 가지 이상이 적용되고, 2035년에는 적용 비중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AI 활용도 전면에 내세웠다. 스텔란티스는 운영 전반에 120개 이상의 AI 애플리케이션을 도입하고 있다. 현재 최대 40개월이 걸리는 차량 개발 기간을 24개월로 줄이고, 품질과 원가 경쟁력을 동시에 개선하겠다는 구상이다.


비용 절감도 핵심 과제다. 스텔란티스는 중장기 가치창출 프로그램을 통해 2025년 대비 2028년까지 연간 60억유로의 비용 절감을 추진한다. 신차 확대와 기술 투자만으로는 수익성 개선이 어려운 만큼, 원가 구조부터 다시 손보겠다는 의미다.


지역별 전략에서는 북미의 비중이 가장 크다. 스텔란티스는 브랜드 및 제품 투자액 360억유로 가운데 60%를 북미에 배정할 계획이다. 북미에서 11종의 신차를 출시하고 물량을 35% 확대해 시장 커버리지를 50%까지 넓힌다.


특히 4만달러 이하 신차 7종, 3만달러 이하 신차 2종을 투입해 가격 경쟁력도 강화한다. 북미 지역 목표는 매출 25% 성장과 8~10% 수익성 달성이다.


반면 유럽 전략은 구조조정 성격이 짙다. 스텔란티스는 프랑스 푸아시 공장 전환, 스페인 마드리드·사라고사 공장 및 프랑스 렌 공장 협력 등을 통해 유럽 생산 역량을 80만대 이상 줄일 계획이다.


다만 제조 부문 일자리는 최대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현재 60% 수준인 유럽 공장 가동률을 2030년 8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유럽에서는 매출 15% 성장과 3~5% 수익성을 목표로 잡았다. 브랜드 차별성을 강화하고 C세그먼트 시장 공략을 확대한다. 이탈리아 포밀리아노다르코 공장을 시작으로 유럽 생산 차세대 도심형 전기차도 도입한다.


립모터, 둥펑, 타타 등 중국 브랜드와의 파트너십도 확대한다. 립모터와는 글로벌 시장 진출 및 유럽 현지 생산 요건 대응을 위해 스페인 마드리드와 사라고사 공장 생산 역량을 공동 활용한다. 둥펑과는 합작법인 DPCA를 통해 중국 및 기타 지역 판매용 푸조 2종과 지프 2종을 생산할 계획이다.


기술 분야에서는 어플라이드 인튜이션, 퀄컴, 웨이브, 엔비디아, 우버, 미스트랄 AI, CATL 등과 협력한다. 소프트웨어, 자율주행, AI, 배터리 등 핵심 기술을 모두 자체 개발하기보다 외부 역량을 적극 활용해 개발 속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지역별로는 남미와 중동·아프리카에서도 성장 목표를 제시했다. 남미에서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중심으로 픽업트럭 경쟁력을 강화해 매출 10% 성장과 8~10% 수익성을 노린다. 중동·아프리카에서는 제품 현지화와 아시아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매출 40% 성장, 10~12% 수익성을 목표로 한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자산 경량화’ 방식의 성장 모델이 적용된다. 대규모 직접 투자보다 전략적 파트너십을 활용해 현지 대응력을 높이고, 다른 지역을 지원하기 위한 제품 수출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수익성 목표는 4~6%다.


안토니오 필로사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는 “패스트레인 2030은 지난 수개월간의 분석을 거쳐 설계된 장기 수익성 성장 전략”이라며 “고객을 모든 비즈니스의 중심에 두고 사람들이 사랑하고 신뢰하는 브랜드와 제품으로 세상을 움직인다는 목적을 실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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