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의사 아닌 사람 문신시술, '무면허 의료행위' 아냐"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입력 2026.05.21 15:38  수정 2026.05.21 15:38

무면허 의료행위 문신 시술자 처벌 근거 판례, 34년 만에 파기

"반드시 의료인 버금가는 의학 전문지식 등 있어야 하는 것 아냐"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미용 문신시술은 '무면허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무면허 의료행위로 문신 시술자들을 처벌하던 근거가 돼 왔던 판례를 34년만에 폐기한 판단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각 주심 오석준·권영준 대법관)는 이날 오후 2시 의료법 위반 혐의로 각각 기소된 박모씨, 백모씨의 상고심을 깨고 사건을 해당 원심인 서울서부지법, 수원지법에 돌려 보냈다.


대법원은 "문신행위는 전문적인 의학지식을 갖춘 의료인이 등장하기 전부터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며 "통상적인 서화문신(레터링문신)·미용문신은 대부분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와 직접적 관련 없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신시술은 문신과 관련된 미적인 지식과 기능, 경험 등이 요구되는 영역으로 반드시 의료인에 버금가는 의학적 전문지식과 경험이 있어야만 성공적인 문신시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대법원이 1992년 5월 눈썹 문신시술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단하면서 비의료인의 문신시술은 처벌 대상이 돼왔다.


대법원은 "1992년 판단 이래 기술 발전과 환경 변화로 의료서비스 수요자의 의료접근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며 "문신시술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은 보건위생상 위해 등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기 신체를 통해 개성을 발현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문신 시술을 받을지 스스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라고도 밝혔다.


그러면서 "문신은 더 이상 일부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반인이 자연스레 접할 수 있는 문화로 자리 잡았고, 다양한 사회·문화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박씨는 2020년 1∼12월 두피문신 시술을, 백씨는 2019년 5월 패션잡화 판매점에서 서화문신(레터링 문신) 시술을 해 재판에 넘겨졌다. 두 사건 1·2심은 과거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이들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9월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허용하는 '문신사법'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 10월 말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대부분 문신 시술이 의료보다는 심미적 목적에 따른 것이고, 실제 시술자도 대부분 비의료인 점을 들어 법과 현실에 괴리가 있단 지적이 잇따르면서다.


이날 대법원은 문신사법 시행 이전 현행 의료법 기준으로도 문신 시술 행위가 그 자체로 무면허 의료행위로서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은 "문신사법 등 시행 전이라도 형법이나 공중위생관리법 등 관련 법령이 정한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예컨대 문신시술자의 업무상 과실로 상해를 입히는 경우) 이에 따른 형사처벌 가능성이나 국민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규제 도입의 가능성을 전면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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