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국민배당금 언급…쟁점 촉발
현행법상 부채 상환 등에 우선 사용
“K자형 양극화…경제 회복 등에 써야”
“국가 채무 상환해 재정 강화” 의견 갈려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원화와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뉴시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과 세수 활용 방안을 두고 사회적 논의가 뜨겁다. 정치권에서 제기된 이른바 ‘국민배당금’ 이슈가 쟁점으로 떠오르며, 기업의 초과이윤을 재분배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갈리고 있는 것이다.
현행법은 초과세수를 부채 상환에 우선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가운데 소득 재분배의 관점에서 ‘K자형’ 양극화 해소 등을 위한 재원 투입을 주장하는 전문가들과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는 신중론 사이의 대립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반도체 호황이 채운 곳간…사용 방안 쟁점
김용범 정책실장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접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시스
최근 반도체 시장이 인공지능(AI) 특수에 힘입어 호황기를 맞았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급증하면서, 이들이 내는 법인세는 정부의 당초 세수 추계치를 수조원 상회하는 초과세수를 만들어냈다.
기획예산처가 지난 14일 발표한 ‘재정동향 5월호’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누계 총수입은 188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조9000억원 증가했다. 누계 국세수입(108조8000억원)이 지난해 대비 15조5000억원 증가하면서 이를 견인했다.
국세수입은 소득세(4조7000억원)와 증권거래세(2조원) 등의 영향을 받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정부의 곳간을 채워 준 것으로 풀이되는 가운데 반도체라는 국가 전략 자산이 창출한 결과를 어떻게 나눌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시작됐다.
정부가 예산보다 많이 거둬들인 세금은 현행법상 세계잉여금에 해당된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지방교부세 정산, 공정자금 상환에 우선 사용한 후 남는 금액의 30% 이상을 국채로 상환해야 한다. ‘건전 재정’을 위한 제도적 장치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재정법이 건전 재정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에 초과세수가 들어온 것은 일부 반도체가 잘 된 것인데 한편에서는 경제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렇게 잘 걷힌 세금을 그냥 빚을 갚는데 사용하는 게 맞는지를 두고 올 하반기 경제 정책을 집행해야 하는 과정에서 고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용범 청와대실 정책실장은 반도체 초과세수 시반 국민배당금을 언급한 바 있다.
“복지·성장동력에 투자” VS “국가 부채 상환”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등 지수가 표시돼 있다.ⓒ뉴시스
전문가들은 최근 한국 경제의 ‘K자형 양극화’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이 이례적인 호황을 누리는 것과 대조적으로, 자영업자와 서민들은 고물가·고금리의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초과 세수를 단순한 채무 상환에 쓰기보다, 사회적 재분배 차원에서 위기 극복에 우선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세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부채 위기 상황이 아니다”라며 “(초과세수를) 한 분야에 다 사용할 게 아니라 국부펀드를 통해 성장 산업을 지원하거나 전국민 민생지원금, 공공임대주택 확충 등 실질적인 복지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발표한 재정 모니터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부채는 지속 가능한 수준이며 부채 위기가 발생할 위험이 낮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도 “소득 재분배의 기능을 살려가야 한다”며 “미래 성장동력을 위해 쓸 것인지, 취약계층을 위해 재분배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국가부채 상환에 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홍우형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추경을 통해 25조원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법인세 들어오는 것을 보고 돈을 더 쓰겠다는 것인데 현재의 경제상황과는 맞지 않다”며 “국가부채를 갚는데 사용해야 한다. 10년 뒤 국민연금 등 미래세대가 부양해야 할 게 늘어난다. 현세대만 생각할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국책 연구기관은 세수를 활용한 경기 부양의 필요성은 낮다고 진단한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올해 상반기 경제전망 브리핑에서 “세수 활용 방안은 다양하다. 빚을 줄일 수도 있고, 잠재성장률 제고와 경제 구조 개혁 등을 위해 쓸 수도 있다. 또 경기 부양을 위해 사용할 수 있을 것인데, 만약 우리의 전망대로 간다면 경기 부양을 위한 필요성이 높지는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KDI는 이날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예상했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과 증시 활성화로 인해 당초 전망보다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정확한 규모에 대해서는 8월 실적 확인이 선행돼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초과세수 규모와 관련해 “세수와 관련해서는 1차 추가경정예산을 (집행)하면서 2000억 정도는 당초 전망보다 더 들어올 것으로 판단했다. 반도체 업황이 좋고, 주식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더 들어올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 부분은 8월 법인세를 봐야해 현재로서는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국민배당금과 함께 ‘횡제세’라는 표현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일각에서 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과세수를 국민 배당으로 환원하자는 것을 두고 횡제세라고 해석하면서다. 해당 여파로 순식간에 코스피가 7% 급락하기도 했다.
이에 김용범 정책실장은 “기업 이익에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려는 의도가 아닌 AI 호황으로 자연스럽게 늘어난 초과 세수를 활용하자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우석진 교수는 “횡제세는 오해다. 정책 당국의 말 한마디로 (코스피가) 떨어졌다는 것은 과장된 해석”이라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익 실현을 목적으로 팔면서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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