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 밖 대중성 확보하는 무대 됐지만…현장 접근 어려운 팬덤과 재학생 중심 운영 사이 감정 충돌도
5월 대학 축제가 아이돌의 필수 프로모션 무대로 자리 잡고 있다. 팬덤 밖 20대 관객을 만나고 직캠·숏폼 화제성까지 얻을 수 있어서다. 다만 팬들은 ‘내 가수의 무대’를 화면으로 소비하는 반면, 재학생들은 학교 안에서 인기 아티스트를 만나는 기회로 받아들이며 체감은 엇갈리고 있다.
엔시티 위시 ⓒSM엔터테인먼트
14일 서울대학교 축제기획단에 따르면 이날 열리는 축제 폐막제에는 트리플에스(triple S), 엔시티 위시(NCT WISH) 등이 출연한다. 같은 날 열리는 서강대학교 축제에는 라이즈(RIIZE)와 최예나가, 홍익대학교에는 코르티스(CORTIS) 등이 무대를 채운다.
과거 대학 축제는 싸이, 박재범, 다이나믹듀오, 윤하처럼 떼창과 호응을 이끌어내는 대중형 가수들이 강한 무대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상급 아이돌과 신인 아이돌 모두 대학 축제 라인업에 자연스럽게 이름을 올리고 있다. 대학축제가 아이돌의 활동 반경 안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가요계 관계자는 “대학 축제는 단독 콘서트, 음악방송과 달리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는 게 도움이 된다는 특징이 있다. 아이돌 그룹의 주요 타깃층인 MZ세대들이 밀집해 있기 때문에 여기서 시작되는 SNS 바이럴 효과도 상당하다”며 “출연료로 환산할 수 없는 눈에 보이지 않는 홍보 효과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흐름을 바라보는 팬덤의 감정은 이전보다 복잡해졌다. 한때 팬들은 좋아하는 아이돌이 대학축제에 서는 것을 ‘우리 가수가 팬덤 밖에서도 통한다’는 자부심으로 받아들였다. 캠퍼스의 환호와 떼창, 축제 분위기 속에서 만들어지는 직캠은 팬덤에도 반가운 콘텐츠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콘서트 티켓팅 경쟁과 플미 거래가 심해지면서 팬들도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직접 보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대학 축제에서는 팬이 아닌 재학생들이 무료 또는 낮은 비용으로 가까이서 무대를 보고, 현장 팬서비스까지 받는 장면이 직캠으로 확산되는 과정이 팬 입장에서는 서운함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룹 라이즈 팬인 27세 A씨는 지난 8일 그룹의 인천대학교 축제 출연을 두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A씨는 “팬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적지 않다. 국내 팬미팅이나 콘서트에서 국내 팬 자리가 넉넉하지 않았다고 느끼는 상황에서 대학축제 일정이 계속 잡히니 아쉽다”는 입장이다.
A씨는 대학 축제 무대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가수가 팬덤 밖 관객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직캠이 화제가 되는 일은 팬에게도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그는 “대학 축제 공지를 보면 입장 점검을 콘서트처럼 하는 경우도 있다. 팬은 들어가기 어려운데 현장 영상만 보게 되니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잔나비 최정훈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반면 재학생 입장에서는 대학 축제 라인업 확대가 긍정적으로 체감되기도 한다. 경희대학교 대학원에 재학 중인 B(26)씨는 잔나비의 리더이자 보컬 최정훈의 팬이다. 동문인 그가 매년 학교 축제에 오기에 B씨는 축제에 줄곧 참가했는데, 2024년부터 에스파(aespa)등 아이돌 라인업이 추가되면서 축제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했다.
B씨는 “아이돌이 오면서 사람이 확실히 많아졌고, 시야가 예전보다 멀어진 건 있다”면서도 “재학생 구역과 외부인 구역이 나뉘어 있어 큰 불만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돌 콘서트를 따로 갈 정도의 팬은 아니어도 에스파처럼 유명한 팀은 멤버나 이름을 어느 정도 안다. 학교에 온다고 하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느낀다”고 전했다.
B씨의 반응은 대학축제가 재학생에게 어떤 의미로 작동하는지 보여준다. 특정 아이돌의 팬이 아니더라도, 유명 아티스트를 학교 안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은 재학생에게 축제의 만족도를 높이는 요소가 된다. 외부 팬이 몰리더라도 재학생 구역이 보장된다면, 학교 구성원으로서 누릴 수 있는 문화적 혜택으로 받아들일 여지도 크다.
이 지점에서 팬덤과 재학생의 체감은 엇갈린다. 팬에게 대학축제는 접근하기 어려운 ‘내 가수의 무대’지만, 재학생에게는 평소 따로 보러 가지 않았던 인기 아이돌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기회다. 같은 무대가 누군가에게는 박탈감으로, 누군가에게는 특권감으로 읽힌다.
학생회 경험이 있는 C(26)씨는 아이돌 라인업이 재학생 참여를 끌어올리는 데 효과적이라고 봤다. C씨는 “학생들이 학교 축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1학년들이 그나마 활발하고, 2학년부터는 부전공이나 복수전공, 학업 때문에 축제가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가기도 한다”며 “연예인을 부른다고 하면 그 공연을 보러 가는 학생들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어 C씨는 “외부인이 들어오고 말고보다 재학생들의 관심을 어떻게 끌어올릴지가 더 큰 고민일 수 있다”며 “축제를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부스나 학생 참여형 행사를 기획하자는 의견도 나오지만, 실제로는 유명 연예인을 부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식처럼 여겨지는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과 학생회가 외부 팬을 제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학 축제는 기본적으로 재학생을 위한 행사다. 인기 아이돌 무대가 포함될 경우 외부 팬과 일반 관객이 몰릴 가능성이 커지고, 안전사고 우려도 함께 커진다. 이에 따라 학생증 확인, 팔찌 배부, 재학생 구역과 외부인 구역 분리, 외부인 제한 같은 조치가 강화된다.
이 같은 통제는 안전과 재학생 관람권 보장을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팬덤 입장에서는 좋아하는 가수의 무대에 접근할 기회가 막히는 장벽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학교는 재학생의 축제를 지키려 하고, 팬덤은 가수의 무대를 보고 싶어 한다. 아이돌 대학 축제가 반복될수록 이 두 요구는 계속 충돌한다.
한편 대학 입장에서 화려한 라인업은 학생 만족도와 학교 홍보 효과를 동시에 가져올 수 있다. 대학 행사에 외부인이 많이 들어오는 것 역시 학교를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축제가 커질수록 운영 부담도 뒤따른다.
C씨는 “축제는 학생회가 예산을 갖고 외부 행사 업체에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며 “공연 규모가 커질수록 학생회 인력 만으로 입장을 철저하게 관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인기 있는 공연일수록 학생회가 모든 관객의 입장을 세밀하게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립대는 등록금이 워낙 비싸다 보니 재학생 입장에서는 불만이 생길 수 있다”며 “반면 국립대는 학교 시설을 평소에도 외부인과 공유하는 성격이 있어 어느 정도 열어두는 것이 맞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아이돌의 대학 축제 출연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장 반응, 청춘 이미지, SNS 확산 효과를 한 번에 얻을 수 있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 축제가 아이돌 활동의 필수 코스가 된 만큼, 팬덤과 재학생, 대학 운영 주체가 느끼는 온도차도 함께 커지고 있다.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라는 질문은 아이돌 대학 축제가 대중화될수록 더 자주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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