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사이클 한복판에 초과이익 환수 논란 불거져
블룸버그 코스피 급락 원인으로 지목..8000 목전서 찬물
김용범 정책실장이 지난달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접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시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인공지능(AI) 인프라 기업의 초과 이익을 국민에게 환원하는 ‘국민배당금제’를 제안하면서 재계가 술렁이고 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이 역대급 실적을 내는 ‘슈퍼사이클’ 한복판에 초과이익 환수 논의가 불거지면서 기업 투자 심리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실장은 전날(11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다”라며 “반도체 등 AI 인프라 기업의 초과 이익으로 발생한 초과 세수 일부를 전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AI 시대의 초과 이윤은 속성상 집중된다”며 “메모리 기업 주주와 핵심 엔지니어, 수도권 자산 보유자 같은 계층은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큰 수혜를 받는 반면 상당수 중간층은 간접 효과만 누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발언이 직접 겨냥한 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 평균치(증권사 컨센서스)는 약 340조원, SK하이닉스는 약 248조원이다. 두 기업 합산 588조원으로 600조원에 육박한다. AI 수요 급증과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맞물리면서 이른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기업이 지금 이 실적을 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리스크를 감수하며 투자했는지를 생각하면, 초과이익이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며 “성과를 내면 가져가겠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어 투자 의욕을 꺾는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빅테크의 AI 투자 급증에 맞춰 대규모 설비투자(CAPEX)를 집행 중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클라우드 빅4의 올해 CAPEX 합계는 최대 7250억 달러(약 1073조원)로 전년 대비 7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계획이 초과이익 환수 논의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장은 곧장 증시로 번졌다.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7999까지 치솟으며 8000선을 눈앞에 뒀다가 김 실장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장중 한때 7400대까지 5%대 급락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김용범 정책실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이날 한국 증시의 극심한 변동성을 촉발했다”며 “투자자들이 해당 제안이 실제 어떤 정책을 의미하는지 해석하는 과정에서 혼란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후 김 실장이 “기업 이익에 대한 횡재세 도입이 아니라 AI 붐으로 늘어난 초과 세수를 활용하자는 의미”라고 해명하면서 코스피는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역대 정부마다 비슷한 논란이 반복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기업의 초과이익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자는 주장은 이전 정부에서도 제기됐으나 매번 재계의 반발과 실효성 논란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러한 가운데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주희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배당금제와 관련해 “아직 직접 논의하는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검토하고 입장 발표가 필요하다면 그 때 말씀드릴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반면, 청와대는 논란이 커지자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언론 공지를 통해 “정책실장이 소셜미디어에 게재한 내용은 청와대 내부 논의나 검토와 무관한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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