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에 고환율까지...4대 금융, 손실흡수 '구조적 위기' 오나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6.05.13 07:07  수정 2026.05.13 07:07

고환율 길어지고 기업대출 늘자

우리금융 제외 CET1 일제히 하락

건전성 우려에 주주환원 발목 잡히나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올 1분기 기준 CET1 비율은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였다.ⓒ각 사

국내 금융지주의 핵심 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CET1) 비율에 경고등이 켜졌다.


고환율과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기업대출까지 급증하면서 금융사들의 손실 흡수 능력을 나타내는 자산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린 모습이다.


자본 여력이 위축될 경우 금융권이 공언해 온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국내 주요 금융지주의 CET1 비율은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CET1 비율은 금융사가 보유한 보통주 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눈 값으로, 위기 상황에서 금융사가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지주별로 보면 KB금융의 1분기 CET1 비율은 13.63%로 지난해 말 대비 0.19%포인트(p) 하락했다.


신한금융은 13.35%에서 13.19%로, 하나금융은 13.38%에서 13.09%로 각각 떨어졌다.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우리금융의 CET1 비율은 지난해 말 12.90%에서 올해 1분기 13.60%로 0.70%p 올랐다.


건전성 지표가 악화된 주요 원인으로는 고환율 기조와 기업대출 증가가 꼽힌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은행이 보유한 외화 표시 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커지면서 분모인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나게 된다.


결국 자본 규모가 그대로여도 비율은 하락하는 구조다.


여기에 가계대출 규제의 풍선효과로 기업대출이 빠르게 늘어난 점도 부담을 더했다.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평균 약 173조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불과 4개월 만에 2.5% 증가한 수치다.


기업대출은 가계대출보다 위험 가중치가 높게 설정되는 경우가 많아 자본 적립 부담을 가중시킨다.


문제는 이러한 건전성 지표 악화가 금융지주들의 주주환원 정책과 대치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주요 지주들은 밸류업을 위해 역대급 주주환원책을 내놓은 상태다.


KB금융은 보유 자사주 전량 소각과 6000억원 규모의 추가 매입·소각을 추진 중이다.


신한금융은 주주환원율 상한을 폐지하기로 했고, 하나금융은 총주주환원율 50% 달성 시점을 올해로 앞당기겠다는 방침이다.


우리금융 역시 총주주환원율을 지난해 36.8%에서 올해 40%대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CET1 비율이 하락 추세를 지속할 경우 이 같은 계획 수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상 금융당국은 건전성 유지를 위해 특정 수준 이상의 자본 비율 유지를 권고한다.


이를 밑돌 경우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등 자본 유출 행위에 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대외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는 유가와 환율의 변동성을 키우며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자산 건전성 부담이 일시적 현상을 넘어 구조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생산적 금융 등 정부 정책 기조에 호응하기 위해 기업대출 공급을 늘려온 금융지주들이 건전성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어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고환율 기조가 2분기 이후에도 안정되지 않는다면 주주환원과 건전성 관리 사이에서 딜레마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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