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 기자 (kjh@dailian.co.kr)
입력 2026.05.12 16:00 수정 2026.05.12 16:00KIEP, 2026 세계경제 전망 업데이트
전망 키워드 ‘중첩된 충격, 좁아진 활로’
미국·중국 성장…AI 반도체가 뒷받침
韓, 부문 간 비대칭 심화…“취약 부문 점검” 강조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뉴시스
국책연구원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4%에서 3.0%로 낮춰 잡았다. 중동 에너지 충격이 장기화되고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에도 통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등 각종 리스크가 연결되며 글로벌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한국의 경우 AI·반도체 주력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부문 간 비대칭성이 심화해 유가 상승이 어떤 부분에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는지 식별, 취약 부분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통상·재정 충격 연쇄화
KIEP는 12일 발표한 ‘2026년 세계경제 전망 업데이트’에서 올해 세계 경제가 3.0% 성장할 것으로 봤다. 이는 전년 대비 0.4%(포인트)p 낮은 수치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등 성장 동력에도, 미·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이 교역·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하방 기조가 지속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3.0% 성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10년 세계 평균 성장률인 3.7%보다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같은 KIEP의 올해 세계경제 전망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예측치인 2.9%보다 0.1%p 높고, 국제통화기금(IMF)의 예상인 3.1%보다 0.1%p 낮다.
윤상하 국제거시금융실장은 “중동 분쟁과 에너지 가격 상승, 통상정책 불확실성, 재정 부담 등의 하방 요인과 AI 관련 투자와 교역 확대, 공급망 조정, 수출시장 다변화 등 완충 요인이 있다. 현시점에 3% 내외 전망은 이 두 흐름이 동시에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KIEP는 이번 세계 경제 키워드로 ‘중첩된 충격, 좁아진 활로’를 제시했다. 하방 리스크 요인으로 ▲중동발 에너지 충격 ▲통상정책 불확실성 확대 ▲재정여력 약화·국채시장 불안 등을 꼽았다. KIEP는 이같은 요인이 중첩돼 성장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시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올 들어 세계경제가 직면한 충격이 더 이상 단일 사건으로 머무르지 않고 에너지, 통상, 재정이라는 세 축이 서로를 증폭시키는 연쇄 구조로 작동하고 있다”며 “중동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 재점화로 이어지고 이는 통화정책의 긴축적 운영을 장기화하면서 재정 여력을 추가적으로 잠식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좁아진 활로는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정책 운신의 폭과 민간의 대응 여지가 동시에 축소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2.0%·중국 4.5% 전망…유럽·일본 성장세 둔화
2026년 5월 세계 및 주요지역 경제 성장률 전망.ⓒKIEP
KIEP는 미국은 완만한 성장세를, 유럽과 일본은 저조한 성장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은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에너지 비용 부담과 관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종전 전망치 대비 0.4%p 상향된 2.0% 성장이 점쳐진다.
지난해 성장세가 소비와 투자 중심으로 예상보다 양호했던 가운데 AI 관련 설비 투자가 성장 모멘텀을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다만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실질구매력 약화, 관세의 소비자물가 전이, 이민 감소에 따른 노동 공급 둔화 등은 성장세를 제한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짚었다.
유럽연합(EU)은 에너지 가격 상승과 중국과의 제조업 경쟁 심화 등으로 회복세가 제약되며 지난해보다 0.6%p 낮은 0.9%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국은 내수 부진과 재정 여력 축소로 저성장이 지속되고 독일은 재정 지출 확대에도 제조업 부진으로 회복세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금리인하 지연에 따른 고금리 부담 지속과 내수 회복 지연, 국민보험료 인상에 따른 고용비용 상승, 에너지 충격 등이 겹치며 1년 전보다 크게 낮은 0.8%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일본은 교역 조건 악화와 대외 수요 둔화로 성장세가 제약돼 전년보다 0.5%p 낮은 0.7% 성장에 머물물 것으로 예측된다. 실질임금 개선과 정부의 AI·반도체 분야 재정지원 확대가 소비와 민간투자를 일부 뒷받침하겠지만, 원자재 비용 상승과 대외 불확실성은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까닭이다.
신흥국 중에서는 인도·아세안·중국과 러시아·브라질이 서로 다른 성장 경로를 보였다.
중국은 AI·로봇 등 전략산업 투자 확대와 적극적 재정정책·완화적 통화 기조에 힘입어 지난 전망 대비 0.3%p 상향된 4.5% 성장이 전망된다. 반도체·AI 등 전략산업 중심의 생산‧투자 확대와 글로벌 사우스 시장으로의 수출 다변화가 상방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세안 5개국은 에너지 비용 부담과 글로벌 수요 둔화 속에서도 내수·투자를 중심으로 성장세를 유지하며 4.8%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베트남(7.7%)·인도네시아(5.0%)는 내수·공공투자 확대 등으로 상대적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말레이시아(4.7%)는 AI·반도체 수요가 일부 완충하는 반면, 필리핀(4.3%)은 인프라 투자 지연·소비 부진으로, 태국(1.6%)은 에너지 충격과 내수 위축이 각각 겹치며 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인도는 완화적 통화정책·인프라 투자 확대·수출 다변화 등으로 6.4%의 견조한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1.0%의 저조한 성장에 머물 전망이다. 고금리 긴축·제재 지속·내수 둔화·투자 위축 등 구조적 제약으로 인해서다.
브라질은 전년보다 크게 낮은 1.8%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윤 실장은 “미국과 중국의 조정은 신중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11월 이후 이번 전망까지 약 6개월의 시차가 있었는데 그 사이 관세 충격이 예상보다 제한적이고, AI 투자가 강하게 나타나면서 성장률이 더 크게 상향 조정될 만한 환경이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부문 간 비대칭…“한국이 직면한 도전 요인”
AI 반도체 기업인 퓨리오사AI 제품.ⓒ뉴시스
KIEP는 올해 처음으로 한국의 경제 전망을 시사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거시 총량의 견조함과 부문 간 비대칭의 심화가 공존하는 이중 구조라고 진단했다.
KIEP는 ▲부문 간 비대칭 문제 ▲관세 정책 경로의 예측가능성 저하 ▲금리·환율·자본유출입 변동성 파급 ▲AI 사이클의 양면성 등을 짚었다.
한국 경제는 AI 관련 수출 호조가 거시 지표를 견인하고 있으나 에너지 다소비 산업, 내수 비중이 높은 부문은 수입비용 상승의 압박을 받고 있다.
통상정책 불확실성의 경우 미국의 IEEPA 관세 위법 판결 이후에도 자국 중심 통상 기조가 대체 법적 근거를 통해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통상환경의 반복적 변동성 자체가 기업의 투자, 고용, 공급망 결정을 위축시키는 경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주요국 재정부담은 글로벌 금용여건 완화 지연으로 한국의 거시정책 운용 공간이 제약을 받게되고, 국채시장 불안은 달러강세와 신흥국 자본 유출 압력 등으로 안정적 자본 유입과 환율 완충 여건에 변화가 따를 수 있다.
AI투자에 대해서는 구조적 취약성의 원천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 관련 투자의 국내총생산(GDP) 기여도는 지난해를 정점으로 내년부터 점진적 둔화가 전망되고 있어, 한국이 의존하는 글로벌 AI 수요 사이클의 변곡점이 언제가 될지 판단하는 게 중요해졌다.
윤 실장은 “한국 경제는 총량의 양호함에 안주하기보다 같은 유가 상승이라도 어떤 부문에 압박이 집중되고 어떤 부문에서는 상쇄되는지를 정교하게 식별하면서 취약 부분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AI 투자 사이클의 둔화와 글로벌 에너지, 통상 충격이 동일 시점에 중첩될 경우 거시경제 총량을 견인하는 수혜 부문과 압박을 받고 있는 부문이 동시에 영향을 받는 시나리오에 대한 인식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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