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허가건수, 1년 만에 62.4% ‘뚝’
미국·이란 전쟁에 부동산 규제 움직임…불확실성 확산
공공부문 확대 나서는 정부…실적은 미미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 타워크레인이 설치돼 있다. ⓒ뉴시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주택 공급실적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미국과 이란 전쟁 등 변수가 생기면서 공급 물량이 더 감소하고 있다. 정부는 공공물량을 늘릴 예정이지만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3월 서울 주택 인허가건수는 5632건이다. 이는 지난 2009년(3872건) 이후 17년 만에 역대 최저치다. 인허가 물량이 늘었던 지난해(1만4966건)에 비하면 62.4% 줄었다.
인허가는 주택건설사업을 시행할 때 지자체장 또는 국토교통부장관에게 계획 승인을 받는 것을 뜻한다. 인허가 물량이 착공과 분양으로 이어지는 만큼 주택 경기를 알 수 있는 주요 선행지표로 꼽힌다.
주택 인허가 감소는 수요가 많은 아파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1~3월 서울 아파트 인허가건수는 3863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3575가구)보다 71.5% 줄었다. 2년 전 기록한 5871가구보다도 적다.
이러한 주택 공급 감소는 수년 전부터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2년 9월 레고랜드 사태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커지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건설자재 가격이 상승하자 주택공급 실적이 급감했다.
주택 공급 실적은 수년째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2021년 8만1637건으로 정점을 찍은 서울 인허가건수는 2022년 4만2231건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든 데 이어 2023년 3만9163건으로 감소했다. 2024년과 지난해 각각 5만1452건, 4만1566건으로 늘어나긴 했지만 올해 다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시장에 불확실성이 확산한 점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2월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유가가 상승하고 아스콘과 나프타 등 주요 건설자재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환율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가와 환율이 건설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건설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장 상황”이라며 “공공공사는 시장에 영향 없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겠지만 주택 건설 비중이 큰 민간은 시장 분위기에 따라 공급량 변동성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정부와 정치권의 부동산 추가 규제 가능성도 남았다.
이달 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에 이어 정치권에서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 축소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부 정책이 주택 거래량 등 주택시장에 영향을 주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 규제 가능성이 주택 공급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인허가 물량 감소는 착공과 분양 감소로 이어진다. 현재는 앞서 인허가를 받은 물량이 차례로 착공에 나서고 있지만 인허가 물량 자체가 줄어들면 착공과 분양 물량 증기를 기대하기 힘든 탓이다.
지난해부터 서울 목동과 성수동, 압구정, 여의도, 한남동 등 주요 사업지에서 도시정비사업 시공사를 선정하고 있지만 단기간 공급 증가 효과는 미미하다.
서울시 등 일부 지역은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시공사 선정을 진행할 수 있어 시공사가 선정된 후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 등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에 시공사 선정 후 착공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현장이 대다수다.
2026년 1~3월 지역별 아파트 인허가 실적. ⓒ국토교통부
민간 건설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정부는 공공주택 공급을 늘리고 있다. 9·7대책과 1·29 대책 등으로 서울과 그 인근 지역 유휴부지 활용 주택 공급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3기 신도시에서도 본격적인 착공에 나서는 현장도 많다.
상반기 착공 목표도 지난해보다 높다. 정부는 올해 수도권에서 6만2000가구를 착공하기로 했는데 이는 2020년(6만5000가구) 이후 최대 규모다.
다만 여전히 주택 공급 실적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1~3월 수도권 공공부문(임대·분양 포함) 착공건수는 1683가구 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331가구)보다는 많지만 올해 공급 목표를 채우기에는 부족하다. 올해 3월까지 인허가 물량도 3656가구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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