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측, 입장문 발표…"학생 미래 최우선 고려…다각도로 대처할 것"
총학생회 "문화예술, 정치적 목적 따라 이용할 수 있는 도구 아냐"
한국예술종합학교 UI. ⓒ한예종
서울 곳곳에서 분산 운영되고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를 광주로 통합·이전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것과 관련해 학교 측과 학생 측 모두 반발하고 나섰다.
학교 측은 "충분한 준비가 전제되지 않은 물리적 이전은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한 우리 예술 교육 시스템의 효율성을 저하할 것"이라고 비판했고 학생 측은 "정치 논리와 행정 편의로 학생들의 예술 활동에 불안감을 조성하지 말라"고 정치권에 촉구했다.
한예종은 28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예술적 영감과 실무적 역량은 현장과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전문 인프라와의 접근성, 그리고 예술 생태계 전반의 유기적인 결합 속에서 탄생한다"며 "이러한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이전 논의는 대한민국 예술 교육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한예종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으로 서울 성북구 석관동과 서초구 서초동, 종로구 와룡동(대학로) 등에 분산돼 운영되고 있다.
특히 석관동 캠퍼스의 경우 지난 2009년 인근 의릉(조선 20대 국왕 경종과 선의왕후 어씨가 안장된 왕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문화재 보호 구역으로 묶이게 돼 더 이상의 확장이 사실상 어려워지자, 캠퍼스 이전 논의가 이어져 왔다.
이와 관련해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한예종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에는 한예종을 오는 7월 출범 예정인 전남광주통합특별시로 이전하는 내용뿐만 아니라 예술전문사 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이 석사·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대학원을 설치하는 등의 내용도 담겼다. 한예종은 문체부 산하 '각종 학교'로 분류돼 석사·박사 학위 과정 개설이 제한됐다.
그러나 법안 발의 이후 학교 구성원과의 별도 소통 없이 캠퍼스 이전을 추진하려 한다는 점과 한예종의 지방 이전으로 오히려 서울에 소재한 다른 예술대학으로의 집중 현상만 가속할 것이라는 점 등이 대두되며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예종은 "대학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대 사안은 정치적 논리보다는 교육적 가치가 우선돼야 한다"며 "학교는 구성원들의 자발적이고 정당한 의견을 경청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다각도로 대처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예종은 "본교의 석·박사 학위 과정 설치는 글로벌 예술 교육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오랜 기간 준비해 온 필수적인 입법 과제"라면서도 "학교 이전 문제는 교육 현장의 특수성에 비추어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는 전혀 다른 성격의 사안"이라고 했다.
이어 "성격이 다른 두 사안을 하나의 안(案)에서 병행 논의하는 것은 예술 교육 발전을 위한 학제 개편의 본질을 희석할 우려가 있다"며 "학교의 미래가 담긴 학제 개편 논의는 그 자체의 교육적 가치에 집중해야 하며, 이전 논의와는 엄격히 분리돼야 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총학생회 측도 이날 오후 석관동 캠퍼스 이어령예술극장 앞에서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한예종의 광주 이전을 추진하는 정치권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총학생회 측은 "법안은 교육기관의 본질과 학생들의 학습권을 외면한 채 정치적 필요에 따라 학교를 이전 가능한 대상으로 취급하고 있다"며 "법안에서 한예종의 구성원들은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정무적 명분 하에 조건부로 협상의 대상이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예종의 제도적 기반이 안정적이었다면 당연히 보장됐을 소재지 선호의 의사가 존중되지 않는 현황이 몹시 우려스럽다"며 "문화예술은 정치적 목적에 따라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도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서울 종로구 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로 캠퍼스. ⓒ뉴시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