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어려운 목소리 귀담아들어"
'민생체험' 긍정 효과 강조하지만
'미역건조·포도손질' 선거 영향 의문
'지선·당권' 1석2조 행보가 불편한 친명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오후 부산 기장군 해조류 건조 작업장에서 현장 체험을 하고 있다. ⓒ뉴시스
6·3 지방선거 승리라는 과제를 안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국을 돌며 후보 홍보에 나서고 있다. 집권 여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자기 정치'라고 보는 불편한 시각도 존재한다. 현장의 어려운 목소리를 듣기 위한 '민생 체험'이라고 하지만, 후보 없이 당대표만 주목받는 일정이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정 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진행된 '착!붙 공약 프로젝트' 발표 행사에서 "요즘 '현장 속으로, 국민 속으로'라는 민생 체험 활동을 하고 있다"며 "전날엔 부산 기장군에서 미역 건조 체험을 하고 왔는데, 역시 현장에 갈 때마다 현장의 어려운 목소리를 많이 듣게 된다. 하나하나 모두 귀담아들을 만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 대표는 광역단체장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지역별 현장 최고위원회를 개최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후보와 함께 민생 현장을 찾아 일손을 돕거나 주민과 스킨십을 하는 등 지역 밀착 행보에 나서고 있다. 정 대표는 이 과정에서 이른바 '집권 여당 프리미엄'을 내세우며 지역 발전론에 힘을 싣는 형식으로 후보를 홍보하고 있다.
정 대표는 선거를 앞둔 당대표로서 기본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5박 7일간 방미에 나선 것이 당내 일부에서 비판을 받으면서, 되레 정 대표의 행보가 부각되는 상황이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 대표는 전국을 휩쓸고 있던데, 불러주는 곳 없다고 공천을 모두 멈추고 미국 가는 당대표를 누가 이해하겠나"라고 꼬집은 바 있다.
장 대표의 방미는 민주당에서도 "당내 혼란과 내분을 피하기 위한 정치적 도피 아닌가"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공천 내홍에 빠진 국민의힘과 비교해 선거 관리를 잘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지만, 당내 일부에선 정 대표의 행보에 대해 불편한 시각도 존재한다. 지방선거 행보와 함께 차기 당권을 향한 민심 확보 행보도 동시에 나서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지역 일정에 나서면 후보를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추지만, 이후 사실상 개인 일정으로 지역 내에서 '민생 체험'에 나서고 있다. 정 대표는 현장의 어려운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시키기 위한 행보라는 입장이지만, 친명(친이재명)계 일부에선 "선거에 도움이 되는 행보인지는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 대표는 전날 부산 기장군에서 해조류 건조 작업 현장 체험에 나섰다. 트럭에 미역을 옮기는 과정에서 작업자들과 짧게 소통한 이후부턴 묵묵하게 미역 건조에만 집중했다. 지난 8일 경북 상주시 포도농가에선 애로사항을 청취한 뒤 직접 손질 작업에 나섰다. 정 대표는 민생 체험 이후 노동 환경 문제 등 현장의 어려움을 설명하며 개선 필요성 언급하고 있다. 특히 정 대표는 "방해가 된 것 아닌가 싶다" "열심히 하려고 했다" 등 현장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매번 우려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8일 경북 상주시 모동면의 한 포도농장을 찾아 민생 현장체험의 일환으로 샤인머스캣 포도 순따기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 대표의 행보는 선거 국면이 아니라면 호평받을 행보지만,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인 탓에 정치적 의도를 가진 행보라는 의심이 제기다. 지방선거 행보 속에서 당대표 연임을 위한 포석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특히 친명계 지지층 사이에선 정 대표의 행보에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선 전날 정 대표가 해조류 작업 중인 영상이 게시됐는데, "집권 여당 당대표로서 일을 하라. 왜 하는 것인가" "쇼잉 행보가 나라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지금이 이럴 때인가" 등 부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당내 일부에선 지역의 숙원 사업을 해결하기 위한 행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한 당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선거 운동을 위해 지역을 찾는다면 필요한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 아닌가"라면서 "물고기 들고 사진 찍는 것이 선거에 도움이 되는 것이 맞는가. 지역 숙원 사업 현장에 가서 무조건 추진하겠다는 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4개월여 앞둔 시점인 만큼, 친명계 일부에선 정 대표의 행보를 두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이다. 정 대표와 마찬가지로 차기 당대표 후보군인 김민석 국무총리는 친명계의 지지를 받고 있다. 문제는 국무총리로서 활동에 제약을 받는 것과 달리, 정 대표는 비교적 자유롭게 전국을 다닐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친명계에선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광역단체장 경선에서 친청(친정청래)계 성향의 후보가 약진하면서 우려는 더욱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방선거에선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 등가성을 맞추는 '1인 1표제'가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 대표의 대표 공약으로서 보완 여부를 두고 친명계와 갈등이 불거진 바 있지만, '당원 주권 정당' 흐름 속에서 강행됐다.
당시 정 대표의 지지층이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는데, 실제 친명계 광역단체장 예비 후보들이 경선에서 탈락하면서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는 차기 전당대회에서도 영향력이 발휘될 수 있는 만큼, 친명계 입장에선 정 대표의 행보가 불편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 친명계 관계자는 "정 대표가 전국을 도는 것은 지방선거를 책임지는 당대표로선 당연한 행보지만, 사실상 사전 선거 운동이라는 생각은 떨칠 수 없다"며 "최근 김어준 씨가 김 총리를 견제한 것도 어찌 보면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 대표를 도운 것으로 보이는 탓에 점점 노골적으로 움직인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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