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2027년 의대 입시부터 적용
의료계 “황무지에 씨앗뿌리는 격”…정부 “의료 강화 위한 첫걸음”
서울시내 한 의과대학의 모습 ⓒ연합뉴스
지방 필수 의료 복원을 내세운 ‘지역의사제’ 도입이 정부와 국회를 중심으로 빠르게 추진되면서 의료계가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역 의료 격차 해소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지역 병원의 정주여건과 수련 인프라가 미비한 상황에서 인력 배치만 확대하는 방식은 오히려 지역의료 붕괴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는 지난 20일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을 의결하며 제도 도입 절차를 본격화했다. 법안은 2027년도 입학정원부터 기존 정원 내 일정 비율을 지역의사 전형으로 선발하고 학비 등을 지원하는 대신, 졸업 후 10년간 해당 지역에서 의무 복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무 복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이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고,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최대 1년 범위 내에서 면허자격 정지가 가능하다. 자격 정지를 3회 이상 받으면 면허 취소까지 이어질 수 있다.
지역 의료 인력 보강을 목표로 삼은 법안이지만, 의료계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접근”이라는 비판이 잇따른다. 지역 병원의 수련·교육 기반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의사만 배치하면 전문성 저하, 진료 안전 문제, 젊은 의사의 지역 이탈 가속화 등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 ⓒ연합뉴스
의료계는 지역 필수의료가 어려움을 겪는 원인을 단순히 ‘의사 수 부족’으로만 볼 수 없다고 강조한다. 낮은 수가 체계, 중증 진료 기반의 취약성, 의료 인력 확보의 어려움, 지역 병원의 만성적 적자 구조가 젊은 의사들의 정착을 막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최근 정례브리핑에서 “향후 수요 예측도 되지 않은 지역의사제 도입은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며 “의료전달체계 확립과 의사가 근무할 수 있는 정주여건 개선이 먼저”라고 지적했다.
전공의 단체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은 지난 23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지역의사제는) 수련 환경과 교육 인프라는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씨앗을 뿌리겠다는 것과 같다”며 “해당 지역에 충분한 전공의를 수련시킬 수 있는 환경들이 먼저 마련된 이후에 거기서 수련을 받고, 근무를 하고 지역 의사로서 뿌리를 내리게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의료계는 법안 추진 과정의 절차적 문제도 지적하고 있다. 법안이 공청회 직후 바로 소위원회를 통과하는 등 충분한 논의 없이 속도전으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의협은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정부와 국회에 사회적 논의 구조 마련을 촉구했다.
반면 환자단체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지역의사제는 일본, 미국, 독일 등 여러 국가에서 이미 도입해 성과를 보인 제도라며 직업 선택의 자유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 합리적인 정책이라는 것이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24일 논평을 통해 “저출산으로 지방 인구가 줄면서 지역의 중증환자들이 수도권 병원으로 몰리고 있다”며 “이미 지방에서는 ‘의료 사막화’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증·응급 환자가 골든타임 안에 치료받지 못해 소중한 생명을 잃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지역의사제는 지방 환자들이 최소한의 의료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필수적이고 시급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역의사제 도입이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법안 통과 직후 “지역의사들이 각 지역의료의 핵심 주춧돌이 되도록 정부가 전폭 지원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편,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공포 2개월 후 시행돼 다음 대입부터 적용된다. 내달 마무리되는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 논의 등을 거쳐 내년 초 2027학년도 이후 의대 정원의 윤곽이 나오면 지역의사 양성 규모도 정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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