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줄 없이, 외부에서 온 인간의 이야기’… 이상일 감독이 밝힌 영화 ‘국보’[D:현장]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5.11.13 19:11  수정 2025.11.13 19:11

재일교포 3세 이상일 감독이 가부키의 흰 얼굴과 붉은 눈꼬리에 깃든 삶과 그림자를 들고 한국을 찾아왔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CGV에서 영화 '국보'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이상일 감독이 참석해 "부산국제영화제 때는 영화제라는 분위기도 있고 배우도 함꼐 왔어서 마냥 기뻤는데 개봉을 앞두니 긴장된다"며 "한국 관객들이 이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재일교포 3세인 이 감독은 가부키 문화에 친숙하냐는 질문에 "제 뿌리는 한국에 있고 한국인이다. 하지만 일본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일본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특히 2010년 영화 '악인'을 찍은 후 가부키 중에서도 '온나가타'에 흥미를 가지게 돼 꼭 촬영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남자가 여자를 연기하는 온나가타는 어떤 관점에서 보면 그로테스크하게 보일 수 있지만 그들만 가지고있는 신비로움이 있어서 그런 실루엣이 어떻게 나오는지 알아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밝혔다.


영화 '국보'는 인간 국보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서로를 뛰어넘어야만 했던 두 남자의 치열한 인생과 자존심의 대결을 그린 작품으로, 일본에서 천만 관객 돌파와 1600억원의 흥행 수익을 기록하며 장기 상영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 감독은 "일본에서 개봉 5주차까지 계속 관객이 증가하는 걸 보면서 작품의 열기를 실감했다. 젊은 층은 SNS를 통해 정보 전달이 빠르지만 연세가 있는 분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어 굉장히 놀라고 기쁘다"고 말했다.


영화에는 요시자와 료, 요코하마 류세이, 와타나베 켄 등 일본을 대표하는 스타 배우부터 주목받는 '괴물' 쿠로카와 소야까지 초호화 캐스팅으로 이뤄졌다. 배우들은 가부키 전문 배우가 아님에도 실감난 연기를 보여준다. 이 감독은"가부키 전문 배우가 아닌 사람이 연기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모두가 알기 때문에 배우들 모두 가부키에 대한 경의를 품고 있고 연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영화가 망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내가 부담을 주기 보다는 그 사실을 전달했고 배우들이 필사적으로 연기했다."고 강조했다.


가부키 극에 올라가기 위해 어린 키쿠오와 슌스케를 혹독하게 연습시키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 역할을 연기한 배우들도 마찬가지로 준비했다고 한다. 이 감독은 "어린 키쿠오를 연기한 쿠로카와 소야가 연습 중 원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기운이 없었는데 가르치는 선생님이 이런 식이면 가르칠 수 없다고 배우를 놓고 떠났다. '배우니까 이 정도만 해'가 아니라 매우 엄격하게 가르쳤고 그 훈련의 성과가 잘 나온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가부키에 대해 몰라도 무대 위에서 빛을 발하는 배우들의 그림자도 그만큼 짙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라며 "그들의 삶이 일본 뿐만 아니라 어디서도 흥미를 가질 소재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국보'는 가부키 그 자체를 소개하는 영화는 아니다. 배우들이 무대 위에 오르기까지의 노력, 중압감 그리고 무대에 올랐을 때의 기쁨 등 내면을 보여준다. 이 감독은 "기획 단계부터 요시자와 료가 아니면 못한다고 생각했다. 연기를 잘하는 건 물론이고 키쿠오에게 있는 '공동감', 즉 텅 비어있는 느낌이 요시자와 료에게도 있었기 때문이다. 외형적으로도 아름답기에 가만히 있는 장면에서는 도자기 인형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캐스팅 비화를 밝혔다.


영화의 정체성은 제목의 타이포그래피에도 나와있다. 흰색 글씨 중간에 붉은색이 칠해져 있는데, 영화 속에서도 흰색의 눈과 붉은 색의 피가 반복적으로 나온다. 이 감독은 "흰색은 죽음을 상징한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모든 걸 뒤덮어 '제로'로 만든다는 의미다. 붉은 색은 생명이 깃든 색이다. 가부키 화장을 보면 전체적으로 흰색을 뒤덮는데 이는 배우 자신을 투명하게 비운다는 걸 뜻한다. 붉은 색조 화장을 하면서 배역에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어떤 핏줄도 연결돼 있지 않은, 외부에서 온 인간에 대해 다루는 이 영화와 저는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다고 할 수 있다. 누구보다 한국인들이 그 점을 잘 느낀다면 기쁠 것 같다"며 "무엇보다 영화를 잘 즐겨달라. 그게 최고다"라고 마무리했다. 11월 19일 개봉.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현장'을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