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전쟁, 국민의힘은 왜 늘 뒤지는가 [기자수첩-정치]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입력 2025.09.25 07:00  수정 2025.09.25 07:00

작은 논란도 증폭해 여론 불길 번지게 해

민주당 무기에 국민의힘 여러번 무너져

'코스피 5000' 구호는 실제 시장 들썩이며

경제 강한 보수정당 이미지 한번에 앗아가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21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야당탄압·독재정치 국민 규탄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정치는 곧 프레임 전쟁이다. 어느 쪽의 언어가 국민의 눈과 귀를 선점하느냐에 따라 판 전체가 흔들린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탄핵은 '촛불혁명'으로 불리고 있으며, 검찰개혁 또한 '사법 장악'이 아닌 '사법부 정상화'로 포장됐다. 프레임은 언제나 민주당의 무기였고 국민의힘은 그 무기에 두 번, 세 번 무너졌다.


지금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이 외치는"코스피 5000"은 실제 시장을 들썩이게 했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처럼, 대통령의 구호 하나에 주식시장이 꿈틀거렸다. 뼈아픈 것은 "코스피 5000"이라는 구호가 원래 보수정당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경제에 강한' 이미지를 한순간에 앗아갔다는 점이다. 장외투쟁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당은 "민주주의 수호"라는 강력한 프레임으로 매번 광장을 시민들로 채웠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장외로 나가며 외친 "독재정치" 구호는 현실과 괴리돼 있다. 각종 지표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여전히 50%를 웃돈다. 국민 다수는 현 상황에서 독재정치란 위기감을 체감하지 않기 때문에, 이 구호는 설득력을 갖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문제의 본질은 국민의힘이 아직도 프레임 전쟁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상대가 던진 언어를 뒤쫓을 뿐, 스스로 판을 주도하는 언어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경제를 포함한 모든 전투에서도 국민의힘은 패배할 수밖에 없다. 프레임 전쟁에서 진다는 것은 단순히 구호 경쟁에서 밀린다는 의미가 아니다. 국민의 눈앞에서 야당이 존재 이유 자체를 잃어버린다는 뜻이다. 지금의 위기는 그래서 엄청나게 심각하다. 야당이 각종 분야에서 프레임을 통한 심리전과 여론전에서 완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국민의힘이 해야 할 건 단순히 '독재정치'를 외치는 게 아니다. 이 대통령은 외신 인터뷰에서 대미 관세 협상과 관련해 3500억 달러를 통화스와프 없이 미국이 요구하는 방식대로 현금으로 투자한다면, 1997년 IMF와 같은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국가의 리더가 직접 위기를 입 밖에 낸 순간 경제 불안을 키우는 효과를 가져온다. "3500억 달러를 안전장치 없이 내줄 수 없다"와 "내지 않으면 25% 관세"라는 양측의 입장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누가 먼저 양보를 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그 결과가 단순히 정부의 손익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기업과 가계, 시장 전체가 충격을 떠안을 수 밖에 없어 국민 입장에서는 국가적인 '치킨게임'의 부담을 져야만 한다.


이에 국민의힘이 던져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왜 구두 합의만 믿고 왔느냐'를 넘어 '왜 국민과 기업을 치킨게임의 부담으로 내몰았느냐'는 것이다. 결국 IMF라는 단어를 직접 협상판에 올린 건 다름 아닌 정부다.


장외투쟁도 같은 맥락이다. 장외투쟁을 여론전의 장으로 살리려면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과 관세·민생이라는 키워드를 전면에 세워야 한다. 추상적 구호만 외치다 끝난다면, 장외투쟁은 외연 확장이 아니라 내부 결집용 이벤트에 그칠 위험이 크다.


지금 국민의힘이 외치는 "다수당의 독재정치" 프레임은 계엄의 그림자 탓에 힘을 얻지 못한다는 점도 큰 문제다. 민주당이 계엄을 반복 소환할수록 국민의힘은 방어 모드에 갇히게 된다. 반전을 만들려면 독재정치라는 낡은 구호에서 벗어나, 프레임 자체를 재배치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은 사안을 증폭·확장시켜 여론을 선점하는 데 능숙하다. 반면 국민의힘은 증폭 시도는 "독재정치"라는 낡은 언어의 반복에만 그치니 공감을 얻지 못한다. 민주당은 작은 논란도 증폭·확장해 여론의 불길로 번지게 하지만, 국민의힘은 굵직한 쟁점 앞에서도 화력을 모으는 데 실패한다는 점도 문제다.


최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의 젠더 갈등 인식, 이른바 '여적여' 발언과 관련해 내놓은 메시지는 국민의힘이 왜 프레임 전쟁에서 뒤지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그는 "보수 정치인이 이런 발언을 했다면 즉시 성명서 100개, 규탄 집회 10번, 사퇴 요구 1000번이 쏟아졌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이 프레임전의 열세라는 구조를 깨지 못한다면 지금의 패배는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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