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드림빅 장학생들이 필리핀을 간 이유는…”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5.08.23 11:53  수정 2025.08.25 09:59

<DB김준기문화재단 장학프로그램의 일환인 드림빅 장학생들 34명은 공감만세와 함께 8월 2일부터 7일까지 필리핀 바공실랑안에서 홈스테이를 하며 자원봉사를 진행했다. 이 해외자원봉사에는 6명의 드림빅 서포터즈가 멘토로 참여해 장학생들의 성장을 이끌었다. 이 글은 그 중 한 명인 김요셉 멘토의 참여기다>


요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단순히 혼자 사는 공간의 적막을 달래기 위한 오락거리가 아니다. 그 안에서 드러나는 사람들의 솔직한 감정들에 끌린다. 프로그램 속 출연진들은 서로에게 화를 내기도 하고, 짜증을 부리기도 하며, 남들이 보면 부끄러울 만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때로는 욕을 먹을 만한 상황까지 그대로 보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감정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성숙해 가는 과정으로 이어질 때면 마음이 벅차오른다.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 날 것의 감정 속에서 피어나는 성장이 아름답다고 느낀다.



이런 이유로 이번에 함께한 DB김준기문화재단의 드림빅 장학사업 해외 봉사가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드림빅 장학생은 아동양육시설과 그룹홈에서 생활하는 청소년 중 꿈을 키우는 학생들을 지원하는 제도이고, 나는 이 장학생들과 동행한 드림빅 서포터즈로 참여했다. 드림빅 서포터즈는 자립준비청년이 멘토가 되어 장학생을 돕는 제도다. 나 역시 그룹홈과 아동양육시설에서 약 20년 넘게 생활한 경험이 있다. 그 경험 덕분에 장학생들이 봉사 과정에서 겪는 낯설고 복잡한 감정을 이해할 수 있고, 또 그 감정을 성찰로 이어가도록 돕는 것이 내가 맡은 역할이었다.


내가 서포터즈로 필리핀 봉사활동에 합류하게 된 배경에는 개인적인 기억도 있다. 중학교 1학년을 마치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1년 정도 생활한 경험이다. 처음엔 낯설고 두려웠고, 가는 목적을 몰라 적응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곳에서 선교사님을 따라 주말마다 봉사활동을 하며, 작은 도움에도 환하게 웃어주던 현지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다. 그 경험은 내 삶의 전환점이 되었다. 환경에 감사할 줄 알게 되었고, 간호사의 꿈을 품고 지금까지 달려올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 필리핀 봉사에서도, 멘티들이 봉사 속에서 자신만의 전환점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랐다. 설령 똑같이 느끼지 못하더라도, 내가 던진 질문을 통해 조금이라도 시야가 넓어지고, 삶의 태도가 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했다.


이번 캠프에서 나의 역할은 단순한 멘토를 넘어섰다. 때로는 안전요원처럼 멘티들의 동선을 챙기고, 간호인력처럼 건강을 살피며, 상담자처럼 이야기를 들어주고, 동기부여자로 질문을 던졌다. 그렇게 다양한 역할로 곁에 머물며, 멘티들의 감정과 성장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렇게 기대와 설렘을 안고, 드림빅 장학생들과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출발 전, 인천의 호텔에서 멘티들을 처음 만났을 때 모두가 어색했다. “필리핀에 가본 적 있니?”라는 질문에 대부분 “처음이에요.”라고 답했다. 심지어 비행기를 처음 타본다는 아이도 있었다. 왜 가느냐는 물음에는 “그냥요…”라는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라기보다 누군가의 권유에 따라 떠나는 여정처럼 보였다.


새벽 4시 반, 졸린 눈을 비비며 공항으로 향했다. 나는 설레었지만, 아이들은 이미 지친 듯 무표정으로 휴대폰만 바라보고 있었다. 마닐라에 도착하자 후끈한 공기가 우리를 덮쳤다. 모두가 옷깃을 움켜쥐고 바람을 기다렸다. 그러다 아얄라 뮤지엄에 들어서자 시원한 공기가 불어왔고, 그제야 대화가 오가기 시작했다. 작은 농담과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바공실랑안에 도착했을 때, 아이들의 얼굴은 다시 굳어졌다. 좁은 침대, 에어컨이 없는 방, 바퀴벌레가 나왔다며 불평이 이어졌다. 나는 묵묵히 들어주었다. 동시에 마음속으로는 이 불편함이 언젠가 아이들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를 바랐다.


다음 날 봉사활동은 아이들의 표정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우리 조의 하이라이트는 다이아몬드 빌 어린이집의 내‧외벽을 페인트칠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멘티들은 작업보다 현지 아이들과 뛰노는 데 더 열정을 쏟았다. 땀을 흘리며 달리고, 서로 맞장구를 치며 웃었다. 농구공을 들고 온 동네 아이들과 경기를 벌였고, 케이팝(K-POP)) OST를 온 동네에 울릴 만큼 크게 불렀다. 전날의 무표정은 사라지고, 웃음 속에서 조금씩 배우고 성장하는 모습이 보였다.


필리핀의 거리는 정돈되지 않았고, 집들은 낡았으며, 하루하루는 무더웠다. 한국과 비교하면 생활환경은 분명 다르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현지 홈스테이 호스트와 주민들은 밝았고, 에너지가 넘쳤으며, 우리를 먼저 반겨 주었다. 멘티들도 차츰 그것을 느꼈다. 한 멘티는 이렇게 말했다.


“환경이 조금 불편하다고 해서 불행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여기 사람들은 오히려 더 따뜻하게 웃고, 서로를 살펴 주는 것 같아요. 저도 제 삶에서 감사할 일들을 더 자주 발견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고백 속에는 단순한 비교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태도를 바꾸려는 성찰이 담겨 있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바로 이것이 필리핀에 온 이유야!’


마지막 날, 처음에는 어색하던 멘티들이 호스트와 사진을 찍고, 인스타그램을 교환하며 웃었다. 호텔로 이동해 일기를 발표할 때, 한 멘티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는 짜증만 많았어요. 그런데 봉사하고, 아이들을 만나고 나니… 내가 작은 불편에도 불평만 했던 것 같아요. 이제는 감사하면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해요.”


누군가는 나에게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왜 보느냐고 묻는다. 출연진들의 불필요해 보이는 감정이나 실수 때문에 답답하고 화가 나서 도무지 보지 못하겠다는 사람도 있다. 사실 멘티들의 6박 8일 동안의 다양한 감정과 행동들 또한, 누군가에게는 혼란스럽고 버거운 순간들로 가득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솔직한 감정 속에서 갈등을 겪고, 마침내 성장으로 나아가는 모습이야말로 진짜다.


이번 필리핀에서의 시간은 또 하나의 리얼리티처럼 다가왔다. 그 속에서 피어난 성장의 드라마는 프로그램 속 인물들뿐 아니라 함께한 멘티들에게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나는 그들의 눈빛과 웃음 속에서 다시금 확인했다. 성장이란 눈물과 갈등을 지나 마침내 아름다움으로 완성되는 과정임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김요셉ⓒ

김요셉 드림빅 서포터즈 /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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