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임명식, 통합 내세웠지만 결국 '반쪽'…李대통령 "국민 믿고 직진"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입력 2025.08.16 00:05  수정 2025.08.16 00:05

광화문서 국민대표 80여명에 임명장 받아

흰색 넥타이 착용…'새로이 시작' 의미 담겨

"충직한 일꾼 되겠다"…野 "셀프 대관식"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1대 대통령 국민임명식 '광복 80년, 국민주권으로 미래를 세우다' 행사에서 국민 대표 80인으로부터 '빛의 임명장'을 받은 뒤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복 80주년을 맞는 15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 참석 여부를 놓고 정치권은 반쪽으로 갈라졌다. 이 대통령은 취임 당일인 지난 6월 4일 국회에서 취임식을 연 뒤 72일 만인 이날 행정안전부 주최로 재차 취임식 격인 국민임명식을 열었다.


대통령실은 '국민과 함께하는 국민주권 대(大)축제로 준비했다지만, 정식 취임 기념행사에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등은 "법과 정의를 부정한 대통령 사면을 인정할 수 없다"며 결국 불참했다. 정치권 내부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통합과 실용이 반쪽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오후 8시부터 광화문광장에서는 21대 대통령 국민임명식인 '광복 80년, 국민주권으로 미래를 세우다'가 이 대통령과 국민 1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영상으로 시작했다.


이재명 정부가 표방하는 국민주권정부의 의미를 대형스크린 등에 곳곳에 담기도 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상징적 장소로 대표되는 광화문 광장 중앙에는 원형 대형 무대를 설치해 사방에서 국민이 지켜볼 수 있게 만들었다.


이 대통령은 행사에 앞서 주한 외교 사절단과 청와대 영빈관에서 만찬을 한 뒤 임명식에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흰색 넥타이를 착용하고 김혜경 여사와 함께 행사장에 나타났다. 대통령실은 백지처럼 모든 것을 포용하며 새로이 시작하겠다는 의미의 표상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 등 주요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하기도 했다. 김민석 국무총리, 정세균·문희상 전 국회의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등 민주당 원로들과 인사도 나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조국혁신당, 진보당 정당 지도부들도 참석했다.


'국민들의 바람'을 주제로 만든 영상이 상영되고 국내 최초 자연임신으로 다섯쌍둥이를 출산한 부부 김준영·사공혜란 씨, 올해 봄 경북 초대형 산불 당시 지역주민 대피에 헌신한 마을 이장 정하성 씨 등의 국민인터뷰도 진행했다.


이후 민주주의·경제·과학기술·문화·스포츠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80명의 국민이 입장해 직접 쓴 임명장을 들고 무대 중앙에 놓인 큐브에 순서대로 거치했다. 각자의 바람과 소망을 담은 임명장을 이 대통령에게 수여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국민대표 80인에는 탄핵 시위 때 장갑차를 막으며 국민주권을 지킨 부부와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노력해 온 국군대전병원 이국종 원장과 위기 때마다 국민 안전을 지켜온 구조대원들, 제78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최초 학생 부문 1등 상을 받아 문화강국의 이름을 높인 영화감독 허가영 씨가 포함됐다. 또 2002년 한일월드컵 대표팀 수석코치를 역임한 박항서 감독, 알파고와 세기의 대결을 펼쳤던 바둑기사 이세돌 九단 등도 함께했다.


이 대통령은 참석한 국민을 향해 손을 들고 인사한 후 '국민께 드리는 편지'를 읽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주권자의 충직한 일꾼으로서 오직 국민만 믿고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향해 성큼성큼 직진하겠다"며 "국민의 간절한 소망이 담긴 임명장을 건네받아 한없이 영광스럽고, 한없이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젊음을 바쳐 국토를 지켜낸 여러분, 땀으로 근대화를 일궈낸 여러분 덕분에 세계 10위 경제 강국 대한민국이 존재한다"며 "나라에 국난이 도래할 때마다 가장 밝은 것을 손에 쥔 채 어둠을 물리친 여러분이 있었기에 피로 일군 민주주의가 다시 숨을 쉴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또 "위대한 80년 현대사가 증명하듯 대한민국 국력의 원천은 언제나 국민이었다"며 "'국민주권 정부'는 국정 운영의 철학과 비전의 중심에 언제나 국력의 원천인 국민을 두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국민의 역량이 곧 나라의 역량"이라며 "국민의 잠재력과 역량을 키우는 일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5200만 국민 한 명 한 명이 행복한 만큼 국력이 커지고, 그 국력을 함께 누리는 '국민이 주인인 나라', 그 모든 미래의 중심에 위대한 국민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1대 대통령 국민임명식 '광복 80년, 국민주권으로 미래를 세우다' 행사에서 국민 대표로부터 '빛의 임명장'을 받은 뒤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정든 학교가 없어지지 않겠으면 좋겠다는 아이들의 바람, 마을이 아이들로 넘쳐나면 좋겠다는 어르신들의 소망을 무겁게 받아안고 '함께 잘 사는 나라'로 나아가겠다"고 했다.


파주 대성동 '자유의 마을' 등 접경지역 주민과 참사 유가족을 거론하며 "평화롭고 안전한 나라로 피어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문화인들과 스포츠 꿈나무들의 땀과 노력을 언급하면서는 "그 꿈에 날개를 달겠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인이 자유롭게 성장해 세계 시장을 무대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도록, 과학기술인이 오직 혁신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역경은 전례 없이 험준하지만, 우리가 이겨낸 수많은 위기에 비하면 극복하지 못할 일도 아니다"라며 "하나 된 힘으로 위기를 이겨내고 더 영광스러운 조국을 더 빛나게 물려주자"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위대한 대한국민께서 다시 세워 주신 나라,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임명된 것이 한없이 자랑스럽다"고 말하며 연설을 마쳤다.


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전 출연진이 지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촉구 집회에서 'MZ들의 민중가요' 대표곡으로 떠오른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합창하는 것으로 행사는 마무리됐다.


한편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故)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의 배우자도 초청됐으나,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불참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행사를 이 대통령의 '셀프 대관식'으로 평가절하하며 참석하지 않았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광복절에 독립 유공자들과 후손들을 병풍처럼 세워두고, 국민임명식이라는 자기 대관식 자리를 만들어 오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이같은 비판이 일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경청과 통합을 내세운 이 대통령이 취임식이 정작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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