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안성 고속도로 붕괴사고 원인은 “전도방지시설 임의 제거”

임정희 기자 (1jh@dailian.co.kr)

입력 2025.08.19 14:00  수정 2025.08.19 14:00

사조위 조사 결과 발표…런처 후방이동도 안전인증 기준 위반

이달 내 최종 보고서 제출…관리·감독 강화 등 재발방지대책도

“관계부처·지자체 즉시 통보…영업정지 등 엄중 조치할 예정”

지난 2월 25일 세종안성 고속도로 붕괴사고 발생 직후 현장 모습.ⓒ연합뉴스

지난 2월 10명의 사상자를 낸 세종안성 고속도로 건설현장 교량 붕괴사고 조사결과 스크류잭(전도방지시설) 임의 제거가 사고 발생의 결정적 원인으로 밝혀졌다.


앞서 경찰조사 결과 해당 현장에서 전진형 런처를 후진시키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는데 스크류잭이 임의로 제거되지 않았을 경우 런처(거더를 인양·설치하는 장비)의 후방 이동에도 거더(상판의 대들보 역할을 하는 구조물)가 붕괴되지 않았을 것이란 진단이다.


국토교통부는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세종-안성 고속도로 붕괴사고 브리핑’에서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의 사고조사 결과를 이같이 밝혔다.


이번 사고는 지난 2월 25일 오전 9시 50분경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세종-안성 고속도로 9공구 청용천교 건설 공사 현장에서 교각 위에 설치 중이던 교량 상판이 붕괴하면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작업자 10명이 추락해 4명이 사망하고 6명이 다쳤다.


사조위는 이번 교량 붕괴 사고가 청용천교 상부 거더를 런처로 설치한 후 런처를 후방이동시키면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런처는 전방이동 작업만으로 안전인증을 받았지만 후방이동 작업이 이뤄졌다며 이는 산업안전보건법 상 안전인증 기준을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하도급사인 장헌산업이 가로보 타설·양생 등 거더 안정화 작업 없이 전도방지 와이어와 스크류잭 120개 중 72개를 임의로 해체했다는 점이다.


구조 해석 결과 스크류잭이 설치된 상태였다면 런처가 후방 이동을 했다고 하더라도 거더가 붕괴되지 않았을 것이란 시나리오가 나왔다.


즉 스크류잭 등 전도방지시설이 임의 해체된 상태에서 안전인증기준을 위반한 채 런처가 후방이동했고 결국 한쪽 지지대와 거더간 들뜸이 발생해 거더 편심하중(비틀림) 발생으로 전도·붕괴되며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 사조위의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전도방지시설이 해제된 것을 파악하지 못했고 런처 후방이동 작업 등을 포함한 안전관리계획서를 수립했으며 발주청인 한국도로공사도 이를 승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스크류잭(전도방지시설) 개념도.ⓒ국토교통부

시공 과정에서도 미흡한 부분이 발견됐다. 시공 계획에 제시된 런처 운전자와 사고 당일 작업일지의 운전자가 다르고 작업 일지상의 운전자는 다른 크레인 조종을 위해 현장을 이탈하는 등 전반적인 현장 관리·감독이 부족한 점이 지적됐다.


사조위는 이 날 사고조사 결과와 함께 재발방지대책도 공개했다.


사조위는 재발방지 대책으로 전도방지시설 해체 시기에 대한 기준 마련, 발주청과 건설사업관리자의 관리·감독 의무 현실화 등에 대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설계 시공적 측면에선 거더 길이 증가에 따른 횡만곡 및 프리-스트레스트 콘크리트(PSC) 거더의 솟음량 관리 강화, 건설장비 측면에선 런처 등 장비 선정의 적정성에 대한 관계 전문가 검토 강화 등을 건의했다.


사고 후 현장에 남아있는 구조물에 대해서는 향후 발주처의 정밀조사를 통해 각 구조물에 대한 보수 또는 재시공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전달했다.


국토부는 사조위 제안을 바탕으로 전도방지시설은 가로보 타설·양생 후 건설사업관리기술인의 승인을 거쳐 해체하는 것으로 ‘교량 공사 표준시방서’를 개정하기로 했다.


또 런처 등 건설장비를 특정공법은 발주청 기술자문(심의)시 건설장비 전문가가 참여하도록 ‘기술자문위원회 운영규정’을 개정한다.


이와함께 ‘건설공사 안전관리계획서 작성 매뉴얼’도 개정해 안전관리계획 수립·승인 시 ▲안전인증 기준 등 관련 규정의 준수 여부 ▲장비선정의 적정성 ▲상세 시공계획(런처 해체 포함) 등에 대한 검토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런처 등 교량용 가설 구조물에 대한 작업 유의사항도 관계기관과 협의해 마련하는 것을 검토할 예정이다.


아울러 ‘한국도로공사 건설현장 검측업무 매뉴얼’ 개정으로 임의시설에 대한 발주청 및 건설사업관리기술인의 관리·감도의무 현실화를 추진하고 ‘교량공사 표준시방서’ 내에 ‘PSC 거더 표준시방서’를 신설해 계측·시공관리도 강화할 계획이다.


오홍섭 사조위원장은 “사고조사 결과를 정리·보완해 이달 내로 국토부에 최종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다시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토부 등 관계 기관의 조속한 제도 개선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사조위 활동과 별개로 지난 4월 특별점검단을 꾸려 사고 현장에 대해 국토안전관리원, 민간전문가 등과 특별 점검을 실시한 결과, 14건의 지적사항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정기안전점검 결과 일부 미제출 등 안전관리 미흡 사례 4건, 콘크리트 압축강도 품질시험 일부 누락 등 품질관리 미흡 사례 1건, 건설업 무등록자에 대한 하도급·시공참여 등 불법하도급 사례 9건 등이다.


국토부는 “사조위 조사결과와 특별점검 결과를 관계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등에 즉시 통보할 것”이라며 “각 행정청은 소관 법령에 따라 벌점·과태료 부과, 영업정지 처분 등을 검토해 엄중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임정희 기자 (1jh@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