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짧지만 임팩트 있게"...젊은 시인에게 주목하는 1020 독자들
필사를 통해 여운을 되새기고, 여백을 활용해 ‘책꾸’(책꾸미기)하는 독자들까지, 시집이 ‘텍스트힙’(텍스트를 활용하는 것을 멋지다고 여기는 문화) 열풍의 수혜를 입었다. 여기에 고선경, 차정은 작가 등 MZ 시인들을 향한 팬덤 구축 흐름까지 포착되며, 시의 가능성 확장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이 이어진다.
독서를 세련된 활동으로 여기는 10~30대 독자들은 출판 시장에서 ‘새로운’ 영향력을 발휘 중이다. 책을 읽는 것을 넘어 책에 대한 감상을 SNS 등으로 공유하는가 하면, 필사를 통해 책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이를 ‘인증’하며 ‘적극적인’ 활동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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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흐름이 시와 맞물려 시너지를 내고 있다. 짧은 문장을 따라 쓰면서 특유의 은유를 곱씹는 것은 물론, 시집의 여백을 스티커로 꾸미며 나만의 감성을 담기도 한다. 예스24에 따르면 국내 시집 판매량은 지난해 46% 증가한 데 이어, 올해 초 34%(1월 1일~3월 10일 동기 대비) 증가했었는데, 이 중 1020 세대 비중은 약 20%로 ‘필사 열풍’이 미친 긍정적인 영향도 하나의 요인으로 꼽혔었다.
이에 발맞춰 20대 MZ 시인들이 활약하며 가능성을 더욱 확대 중이다. ‘텍스트힙’ 열풍을 두고 일각에서는 ‘(독서 행위와는 무관한) ‘본질’에서 벗어난 트렌드’라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시인을 향한 팬덤까지 구축되며 가능성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대표적인 작가는 대학생 시인 차정은으로, 최근 발간한 ‘여름 피치 스파클링’은지난달 교보문고 시 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지난해 ‘토마토 컵라면’이 큰 사랑을 받으며 토마토 티셔츠를 비롯한 관련 굿즈까지 만들어지기도 했었다.
지난해 ‘마침내 멸망하는 여름’으로 사랑을 받은 정 작가는 10대 작가로 알려져 주목을 받았다. 창작 플랫폼 ‘포스타입’에서 연재한 후 자가출판을 통해 독자들을 만났었다.
이 외에도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 ‘샤워젤과 소다수’가 베스트셀러 10위권 안에 들며 주목받은 고선경 작가는 20대로, 특유의 재치 있는 표현으로 ‘시가 재밌다는 걸 알게 됐다’는 호평을 받았으며, 지난해 창작 플랫폼 ‘포스타입’ 선연재 후 자가출판을 통해 시집 ‘마침내 멸망하는 여름’을 출간한 정 작가는 10대 작가로 주목을 받았었다.
수년 전부터 1분 내외의 쇼츠 영상이 활발하게 제작되면서, 마찬가지로 짧지만 임팩트 있게 소비할 수 있는 시가 젊은 층에게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기도 했었다. 다만 이 인기가 ‘지속될 수 있을까’에 대해선 반응이 엇갈렸었다.
그러나 젊은 시인들의 등장과 해외에서도 한국 시가 존재감을 드러내는 지금, 한국 시의 가능성을 넓힐 수 있는 토대를 더욱 단단하게 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혜순 시인의 시집 ‘죽음의 자서전’이 독일 ‘세계 문화의 집’(Haus der Kulturen der Welt, HKW)이 수여하는 국제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지난해엔 ‘날개 환상통’으로 한국인 최초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받기도 했던 것.
이 같은 흐름이 더욱 확산되기 위해서는 시의 본질을 꿰뚫는 번역 및 지원이 필요하다. 김혜순 시인은 한국문학 해외 진출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2025 글로벌 문학 포럼’에서 “번역은 수출이 아니라, 한국어와 번역된 언어의 상호 관계”라면서 “번역 문학은 그 번역 문학이 도착하는 국가의 언어에 주는 일종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책 입안자들이 ‘한국 문학’이라는 거시적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작가 개인의 개별성을 존중하고 그것을 다각도로 길러주는 면밀한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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